공사장 끝에
- 이시영
"지금 부셔버릴까"
"안돼, 오늘밤은 자게 하고 내일 아침에......"
"안돼, 오늘밤은 오늘밤은이 벌써 며칠째야? 소장이 알면......"
"그래도 안돼......"
두런두런 인부들 목소리 꿈결처럼 섞이어 들려오는
루핑집 안 단칸 벽에 기대어 그 여자
작은 발이 삐져나온 어린것들을
불빛인 듯 덮어주고는
가만히 일어나 앉자
칠흑처럼 깜깜한 밖을 내다본다
[바람 속으로]. 창작과 비평사. 1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