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끝에

                                                - 이시영

 

"지금 부셔버릴까"

"안돼, 오늘밤은 자게 하고 내일 아침에......"

"안돼, 오늘밤은 오늘밤은이 벌써 며칠째야? 소장이 알면......"

"그래도 안돼......"

두런두런 인부들 목소리 꿈결처럼 섞이어 들려오는

루핑집 안 단칸 벽에 기대어 그 여자

작은 발이 삐져나온 어린것들을

불빛인 듯 덮어주고는

가만히 일어나 앉자

칠흑처럼 깜깜한 밖을 내다본다

 

[바람 속으로]. 창작과 비평사.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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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5-06-05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눈물난다. 그 여자도.. 그 여자의 어린 것들도.. 그리고.. 허물어버리지 못하는 공사장 인부들의 마음도.. 눈물난다.. 그러나 나는 울어주는 것 외에 무얼하였는지.. 그래도.. 이젠 최소한 외면하진 않을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