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야자감독 당번이다. 아침부터 "오늘 야자 시간에는 뭘 쏠까?" 생각하다가 학교 앞 포장마차?에서 파는 고구마 호떡이 생각났다. 한 개 300원. 별로 비싸지도 않고 학교 정문 바로 앞에서 파니까 애들한테 부탁해서 사오라 하고 감독하면서 나눠주면 애들이 윽수로 즐거워하겠지~ 잠깐 건강에도 좋은 귤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래도 역시 겨울에는 '호떡'이 제맛이다.
마침 외출을 신청하는 녀석-남고, 앙쉬레, 삐차, 예리링, 그리고...늘 마지막 한 명이 생각이 안난다. ㅠㅠ-도 있어서 부탁했다. 감독 한 번 돌고 교실로 갔더니 교탁 안에 넣어둔 호떡이 냄새를 잔뜩 피우고 있다. 살짝 꺼내서 한 개씩 돌렸다. 금돌은 빨리 달라고 계속 보채고... 다 돌리고 나도 교탁 앞에서 한 개.. 고구마 호떡 한 입 물고 고개 들어 아이들을 보니 모두들 오른 손에 펜을, 왼손엔 동그란 호떡을 들고 있다. 25명이 동시에.. 정말 웃기고 귀엽고... 웃음이 절로 났다. 사진 찍어두고 싶은데... 나중에는 호떡 꿀물이 질질 흐르고.. 휴지찾고 화장실 가고.. 학습 분위기 엉망... 그래도 동그란 호떡 물고 빙글빙글 웃는 그 모습이 너무 좋아서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자화자찬을 금할 수 없다.
서로 가족같은 분위기.. 조금 시끄럽고, 조금 말 많아도.. 그렇게 행복하고 즐거운... 그렇게 소중한 10분을 우리는 함께 보냈다.
이 아이들.. 3학년이 되어서 '우리 2학년 때 담임이 노는 거 너무 좋아해서 우리들 내신도 엉망이고 공부도 제대로 못했다'고 나를 원망할까? 사실... 그래도 할 수 없다. 막연한 미래만큼이나, 아니 현재도 못지않게 소중하고 나도, 아이들도 '바로 지'금 행복할 권리가 있으니까.
씰이 말대로 '언젠가는 아이들이 내 마음을 알아줄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