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

                         - 마 종 기

무거운 문을 여니까

겨울이 와 있었다.

사방에서는 반가운 눈이 내리고

눈송이 사이의 바람들은

빈 나무를 목숨처럼 감싸안았다.

우리들의 인연도 그렇게 왔다.

 

눈 덮힌 흰 나무들이 서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복잡하고 질긴 길은 지워지고

모든 바다는 해안으로 돌아가고

가볍게 떠올랐던 하늘이

천천히 내려와 땅이 되었다.

 

방문객은 그러나, 언제나 떠난다.

그대가 전하는 평화를

빈 두 손으로 내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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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4-11-21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 수능 감독은 디게 운이 좋았다. 첫째 시간은 감독이 비었고, 둘째 시간은 자습이 덜컥 걸려버렸다. 이런 행운이 나에게? 믿어지지 않는 사실이었다. 몰래...(어~ 이거 써도 되나? 자습감독이었으니까 뭐..) 시집을 가지고 들어가 감독하는 틈틈히 읽었다. 나올 때는 한 권 다 읽고 맘이 가는 시에 표시까지.. 이 시가 그 중 한 수!! 모든 이들에게 평화를 전해주는 방문객을 기다릴 수 있는 겨울이 되길. (현실은.. 노숙자 수가 예년에 비해 엄청 늘어났단다. 2% 나눔을 실천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