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재미있는 성교육 강연이었다. 거의 세시간을 쉬지않고 말씀하시는데 그 에너지가 큰 강당 가득 넘쳐났다. 물론 자극적(!)인 주제를 아주 거리낌없이 나누는 자리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지만 강사의 힘도 대단한 것이어서 화장실 가는 것을 참으며 자리를 지킬 만큼의 강연은 지난 5월 하종강소장의 강연이후 처음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그땐 눈물콧물... 이번에는 터지는 웃음. 지회 조합원 선생님들께 멜로 보내드리려고 강연을 정리했다. 크고 작은 성지식들이 가득하다. 물론 실제 강연은 훨씬 팔딱팔딱 뛰는 것이었지만... 박경화 선생님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다면 놓치지 말라고 꼭 권해주고 싶다.
박경화 선생님 성교육 강연
"야한 아이들보다 더 야해지기"
2004. 10. 21. 목요일 5시~ 9시
화명고등학교 강당
교사들이 만든 영화 - [책상] 상영
사립학교의 불안정한 교권에 관한 영화
* 지회에 CD 있습니다. 보고 싶은 분회나 선생님께 대여해드립니다.
박경화 선생님의 성교육 강연
▶ 보여주신 기구들 : 야광콘돔, 남자성기 모형, 예쁜 양초, 화장품 회사 미샤에서 나온다는 3,500짜리 오일, 면으로 만든 대안생리대, 월경주기 팔찌...
① 콘돔 사용법 : 발기했을 때 끼우되 정액이 담기는 곳에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잡고 스타킹 올리듯 살살 올리고 사용 후에는 여성의 질 속에서 빠지지 않도록 꼭 "잡고 뺀다"
* 콘돔은 라텍스(0.01구멍)라는 재료로 만들어지는데 에이즈 바이러스는 그보다 훨씬 작다.( 0.001) 콘돔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감염의 위험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사용한다 해도 언제든지 임신의 가능성은 있다. 그렇다면 콘돔이 전혀 불필요한 물건인가? 그렇지 않다. 콘돔이 발명되기 전까지는 임신에 관해 여성이 선택할 권한이 전혀 없었다. 콘돔이 생기고 난 뒤 이제 내 몸에 대한 결정권과 선택권이 생긴 것이다. 왜 그 권한을 행사하지 않느냐. 당당하게 콘돔의 사용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 미국에서는 카톨릭 중심의 순결운동이 있다. 우리 나라에도 순결운동이라고 해서 전 학교에 순결 사탕을 보내오고 학생들에게 순결서약을 하라고 하며 심지어 은장도를 보내온 적도 있다. 은장도는 뭐할 때 쓰는 것이냐? 상대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고 스스로를 해치기 위한 물건이다. 그렇게 자신의 ‘순결’을 지킨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 한국의 에이즈정책은 대책이 없다. 여성들이 직장 명퇴, 이혼 등의 사유로 어쩔 수 없이 매춘에 종사하다 결국 에이즈에 걸리고 말았는데 그러고도 매매춘 행위를 계속하다 경찰에 들통이 났다. (에이즈는 고지하지 않으면 살인죄) 경찰 질문 몇 명과 했느냐. 3000명. 콘돔 내놨느냐. 내놨는데 단 한 사람도 사용하지 않더라. 매매춘을 하는 남성들은 콘돔을 사용하지 않고 임신하면 니가 임신하지. 내 알 바 아니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② 아이들을 엄청나게 발기시키는 세상 : 인터넷이 주범. (전 세계에는 11만 개의 포르노사이트가 있다. 우리나라는 그 중 절반이 넘는 6만 8천여 개의 사이트로 여러 가지 음란물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포르노사이트는 여는 것만 해도 불법이므로 이 사이트 운영자들은 두어 달에 한 번씩 폐쇄하고 다른 이름으로 등록하여 활동한다. 얼마 전에는 중학교 2학년이 포르노 사이트 운영으로 1억 5천만원 벌었다는 기사도 났다. 거기서 나오는 온갖 메일이 우리한테만 오는 것이 아니라 초등학생에게도 들어온다.) 물론 TV나 영화 등등 다른 영상물도 한 몫. 이렇게 아이들을 발기하도록 해놓고 그들에게 순결교육만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어차피 접할 일이라면 미리 생각하고 고민해보도록 유도하고 성생활을 보다 건전하게 ‘잘’ 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시대의 성은 정말 이중적이다. 아이들을 성 상품의 도구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아주 엄격한 성교육 대상자, 금욕해야할 성 행위자로만 본다.
=> 성에 대한 기본자세 : 하고 싶은 데 피임도구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되지? 등 미리 아이들에게 가상의 질문을 해야 된다. 우리가 그래온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한 번의 생각, 연습도 없이 그런 상황을 당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아이들에게도 가상의 상황을 질문하고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성교육을 하여야 하지만 그러려면 교사 자신이 먼저 끊임없이 자신에게 그런 상황에 대한 태도를 물어 봐야 된다. 그래야 ‘성숙한 교육’을 시킬 수 있지 않겠는가. 자기 자신도 안 되면서 어떻게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시킬 수 있겠나.
③ 성에 대한 이중 잣대 : 다른 아이들에게는 너그러울 수 있지만 내 아이, 내 가족은 그래서는 안 된다는 이중, 다중 잣대. 나라면? 중학생에게 콘돔 사용법을 가르치고 판매하도록 하는 것은 올바른 교육인가? 너무 이른가?
처음엔 내 성지식만 건전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나만의 성이었고 세상이 변하지 않으니 그 속에서 혼자서 바르게 알고 실천한다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았고 별 의미도 없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되었다. 함께 아름다워지는 성을! 어른들이 바보처럼 살았다고 아이들도 성에 대해 무지하고 신체적으로 순결하도록 하는 강요하는 일이 없도록. 다들 자신의 몸을 긍정하고 성을 긍정하고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도록 그런 성교육을 하자고.
④ 생리에 관한 시각과 면생리대 사용 교육
▶ 생리에 대한 우리의 시각 바로 잡기.
1. 저출산 시대에 대한민국 국민을 생산하는 가능성인 여성의 생리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생리와 생리대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2. 여학생들이 생리하는 날은 공결처리 되도록.
3.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여교사들이 먼저 한 달에 한 번 보건휴가를 찾아 쓰기. (남교사들의 비아냥거림에 넘어가지 마라.) 그리고 학교에 여교사가 많은 경우. 등과 허리를 지질 수 있는 보일러 시설을 마련해야한다.
▶ 면 생리대 교육
전교조 여성위에서 문광부와 얘기해서 ‘얘들아 즐겁게 생리를 하자’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생리비디오, 드라마도 제작하고 있다. 혹시 면생리대 쓰면 혹시 새지 않을까. 빨래는 얼마나 귀찮을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면 생리대 만들어 사용하기 교육은 다른 교육들과 연계되어 있다.
(성교육의 일환인) 면생리대 교육 => 건강교육=>인권교육=>환경교육=>소비자교육
1. 건강교육
▶ 면생리대 쓰면 좋은 점 : 생리통이 훨씬 줄어든다. 1회용 생리대보다 냄새가 덜 난다.(1회용 생리대는 각종 화학약품을 처리하고 생리혈이 새지 않도록 입혀둔 비닐 때문에 피가 고여서 썩어가기 때문에 훨씬 역한 냄새가 많이 난다. 면생리대는 마르기 때문에 냄새가 덜 난다.) 그저 팬티를 입고 있는 느낌이다.
▶ 생리통 없애는 방법: 팥을 사서 적당한 양을 타올 등에 넣고 꿰맨다. 이걸 전자렌지에 돌리면 팥이 열을 받아 뜨끈뜨끈.. 아랫배에 올려두고 찜질을 한다. 효과 만점. 팥이 돌처럼 단단해져서 계속 쓸 수 있다. 여교사의 유산율은 15%. 서 있으면 자궁이 차갑게 된다. 차면 울혈이 생긴다. 그러면 자궁벽이 얇아진다. 차기 때문에 물혹이 주렁주렁. 조용한 음악을 듣고 차를 끓여서 먹는 것도 좋다. (감초, 진피 등을 약재상에 가서 구입)
2. 환경 교육
▶ 한국에 1년에 버려지는 생리대의 갯수는 24억개. 젖은 상태라 소각도 잘 되지 않고 매립했을 때 다이옥신 발생. 생리대에 묻은 피는 환경 호르몬제를 품은 채로 땅속 지하수로 흡수되어 다시 우리가 마시게 된다.
3. 소비자 교육
세계 인구의 절반인 여성들이 폐경 때까지 (참고로 요즘은 폐경이라 안한다. 대신 완경!! 기분 나쁘게 폐경이 뭐냐. 폐자 들어가는 낱말 한 번 말해 보시라. 폐인, 폐수, 폐건전지, 폐품...--;) 한 달에 길게는 일주일 짧아도 사일 정도 하루에 여섯 일곱 개씩 사용하는 생리대, 생활필수품이니까 가격 낮춰야 한다. 그리고 사용한 성분을 공개하라. 기업, 너희들 뭘 발라놨길래 사용하면 자꾸 뭐가 나냐.
⑤ 내 안의 폭력을 보는 조직적인 눈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고 난 뒤 전교조 여성위에서 니 강의 한 번 해볼래? 해서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다. 한 발.. 한 발.. 결국 온몸으로 들어와 버렸다. 전교조에 들어온 이후 나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밤에 불이 환히 24시간 하는 할인마트를 보면 이전에는 언제든지 가서 쇼핑할 수 있겠구나 했는데 요즘은 혹시 생리중인 노동자는 없을까? 비정규직은 얼마나 될까? 이런 생각을 자연스럽게 갖게 되었다. 모든 것을 개인적인 눈으로 보고 혼자서 처리하려고 했었는데 전교조 활동 이후 조직적인 눈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그러니 모든 것이 달리 보인다.
세계는 미국의 시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우리는 더더욱 미국의 눈으로 본다. 이라크 전쟁은 한 마디로 ‘주유소 습격사건’ 아니겠는가. 미국인들 중에서도 참전하는 아이들은 할렘, 흑인, 히스패닉 아니냐. 우리나라 파병군인. 저들의 총알받이에 또 다시 총알받이가 되라는 것이 정말 제대로 된 것이냐.
이라크 파병 미군은 대부분 흑인이나 남미 히스패닉
=>그 미군의 총알받이가 되기 위해 떠나는 한국군
=>한국안의 또 다른 우리들의 모습. 집창촌 매춘여성들.
그러면 매춘이 자발적인가?
여교사에게 물어보아도 매춘은 불가피하다고 대답한다. 국민건강을 위해서 공창제로 가자고 한다. 전 종로경찰서장 하면서 언론도 많이 탔던 김강자씨도 공창제로 하자고 한다. 전 세계의 폭력이나 나라간의 폭력은 보이는데 내 안의 폭력은 왜 안 보이는가.
성매매특별법 이후 집창촌 여성들의 시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심지어 통장을 들고 나와서 안을 보여주며 노예처럼 살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 1억원 이상이 꽂혀 있다. 그런데 거기엔 들어온 것만 있다. 나간 게 없는 것이다. 악마의 선불제를 보여준다.
군산 대명동 화재사건을 봐라. 매매춘이 자발적이라고? 3년간 쪽방에서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하루 30 여명을 받았다. 대부분이 십대 초반의 아이들이었다. 나중에 경찰 단속으로 모두 찾아내고 귀가조치 한 후에도 결국 두 명의 아이들은 돌려보내지 못했다. 한 아이는 눈이 완전히 풀린 상태였다. 그리고 한 아이는 질이 뜯겨서 피가 철철철 나는 아이였다. 그 아이는 어제도 10여 명의 남성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과연 매춘이 자발적인 것인가?
“전 세계의 폭력이나 나라간의 폭력은 보이는데 내 안의 폭력은 왜 안 보이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