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아' 선생님들과 함께 만든 제 75회 학생의 날 기념 버튼이다.
올해 나는 꼭 버튼이 필요했다. 그래서 여기 저기 학생의 날 기념 버튼을 만들자고 졸/랐/다. 왜? 사연을 말하자면 이야기를 좀 풀어야한다. 작년 내가 수업 들어가던 2학년 아이들에게 학생의 날 수업을 하고 기념으로 뭔가 주고 싶어서 박노해의 '굽이 돌아가는 길'이라는 시를 코팅해서 나눠 주었다.. 그냥 주기만 하면 웬지 바로 버릴 것 같아서, 조만간 3학년이 될 녀석들이 내년 수능치르기 전에 뭔가 선물도 주고 싶어서 그 시를 1년 동안 잘 보관하고 있다가 내년-2004년 학생의 날, 나를 찾아와서 돌려주면 '선물'을 주겠노라 했다. 나의 노림수는 우선 학생의 날을 기억하도록 하는 것, 시를 보관하면서 한 번씩이라도 읽어보도록 하는 것, 그러면서 수능의 무게를 좀 줄이는 것, 1년 뒤에도 내가 즈들을 기억하고 또한 기다릴 것임을 은연 중에 비치는 것 등등이었다. 그런데 심하게는 올 해 초부터, 덜 심하게는 9월부터 3학년이 되어버린 그 녀석들은 나를 만나기만 하면 그 코팅된 시를 꺼내들고 내 코앞에서 달랑달랑 흔들며 자랑스럽게 "샘... 저 이거 아직 보관하고 있어요. 꼭 갈께요~ 근데 뭐 해주실건데요?" 이런다.. 한 두명이 아니고... 쩝!! 코팅 시를 나눠주던 작년에는 '저 개구진 녀석들이 몇 명이나 보관할 수 있을까. 1년이 짧은 시간도 아닌데..'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나의 오판인 것 같다. 겁이 팍 났다. 에구.. 약속을 철석같이 했는데 뭐 해주나.. 도데체 몇명이나 보관하고 있는 지나 알아야 뭘 준비해도 하지. 아~ 나의 무모함이 다시 빛을 발하는 순간이여~ 곰곰 생각해 봤다. 사탕? 과자? 홈런볼? ... 그런데 역시 먹고 치우는 건 별 의미가 없다. 몇 분 후면 사라질 혀 위의 즐거움을 위해 1년을 기다리라고 했던 것이 되어버리면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한 노릇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버튼이었다. 버튼은 하늘이 쪼개져도 만들어야 했다.
처음엔 일이 잘 안풀렸다. 본부에서도 지부에서도, 어느 단체에서도 학생의 날 기념 버튼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는 소문(?)만 들려왔다. 어쩌지? 그럼 우리 모임-모두아름다운아이들 에서 만들지뭐~ 해서 학급운영 소모임샘들과 의논해서 일사천리로 버튼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일사천리라 하기에는 사실 일을 하신 샘께 미안하다. 도안하고 업체 알아보고 주문하고.. 또 주문받고 배달하고 .. 작은 일인 것 같지만 사실은 좀 번거로운 일임에 틀림없다. (일을 해보니 세상에 쉽게쉽게 되는 일은 거의 없다. 내 선에서 시작해서 내 선에서 끝낼 수 있는 일이 그나마 가장 간단한 일인 것이다.) 결국 그날(!) 우리-홍송희샘, 이현주샘, 조경선샘, 이주형샘과 함께 화명고 교무실에서 두어시간을 작업했다.-가 함께 몇시간 동안 도안했던 디자인과는 다른 모양으로 탄생했지만 이것 또한 너무 예쁘고 고맙다. 돈이 얼마든... 최초의 우리 모임 버튼이라는 점에서도, 우리 아이들에게 줄 특별한 선물이라는 점에서도..
아,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3학년 아이들에게는 이 버튼을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코팅을 보관하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희망연대에서 나온 조금 더 -사실 훨씬 많이- 싼 버튼을 주문해버렸다. 300원짜리 500개를 주문하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지금 생각하니 후회가 되기도 한다. 그냥 이걸로 해버릴걸 그랬나? 이거 예쁜데... 이왕 이리 되었으니.. 우리 반 아이들이랑 오며가며 만나는 아이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기회가 잘 없는 소박하고 조용한 아이들에게 이 버튼은 선물해야겠다.


지금 보니...한 가지 섭섭한 것이 있네.
너무 예민한 반응인 듯 하지만 왜 늘... 여학생은 분홍, 남학생은 파랑일까?
색깔이 성별을 구분하지 않는 그런 무지개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