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너무 화를 냈나? 너희들.. 이제는 내가 정색하는 것에 적응이 되었을거라고도 생각하지만 혹시 갑작스러운 내 정색, 내 잔소리에 가슴 쓸어내린 '소심쟁이'가 있을까봐 또 이렇게 편지를 쓴단다.
어제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런 거란다. '나의 자유, 권리 지키기와 남의 자유, 권리 존중해주기'. 사소한 급식 문제에 뭐 그렇게 거창한 문제까지 들먹이나 싶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삶이란 이런 사소한 것들의 연속 아니겠니 또 이렇게 사소한 것들이 모이고 쌓여 큰 일들이 될 것이고...
화장실을 가도 친구랑 같이 가고 싶을 너희 나이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친한 친구들이랑 밥 같이 먹고 싶은 소박한 욕심에 그냥 몇 사람 앞서서 내가 먼저 좀 배식받는 것이 뭐 그렇게까지 잘못한 거냐고... 새치기 하는 사람이나 새치기 눈감아 주는 사람들.. 다 그렇게 생각했을 거란 거 샘도 알아. 그런데 그렇게 한 두명이 규칙을 어기고 자기랑 친한 사람은 눈감아 주고 하다가 보면 조용히 늘 자기 순서 지키고 기다리는 순박한 아이들의 피해는 점점 커지지 않겠니? 그건 너희들이 평소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 어른들의 나쁜 모습 아니니? 개인적인 친분 따져가며 친한 사람들끼리 땡겨주고 끌어주고.. 같은 고등학교, 같은 대학교 나온 사람들끼리.. 또 같은 지역 출신들끼리... 또 같은 성씨들끼리... 우리나라가 그렇잖아. 한국사회가 말이야. 다 이렇게 작은 일에서 출발한 부정들이지.
그리고.. 너희들 중 누군가는 분명 몇몇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에 화가 나거나, 최소한 바르지 않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을거야. 그렇다면 나에게 와서 이야기를 하거나 반장, 부반장에게 건의를 하거나 했어야하는 거 아니가? 그저 참으면서 속으로 짜증만 내고.. 나는 너희들이 불의에 분노할 줄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제일 걱정되는 것은 그런 '짜증'조차 내지 않고 현실을 감수하며 받아들인 아이들이야. 그저 매일 반복되는 일상처럼 아무 문제없다고, 내가 조금 참으면 된다고 그렇게 이해하고 감수하고 적응해온 아이들... 자기의 권리는 자신이 지키지 않으면 안된단다. 아무도 나를 대신해서 나의 권리를 지켜주진 않아. 그리고 설사 누군가가 나의 권리를 대신 지켜준다 하더라도 그것이 내것이 되는 것은 아니지.
공부는 왜할까? 진정 바른 공부란 무엇일까? 우리는 우리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기 위해서 공부하는 거란다. 스스로 무엇을 판단하고 행동해야할까?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스스로 지켜내는 것, 그것도 우리가 공부하는 중요한 목표중의 하나란다. 그건 결국 스스로 해야하는 것이고 그래야 그 소중함을 아는 것이지. 역사는 그렇게 발전해 온 것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