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사 가는 길

                 - 유경환

 

세상에
큰 저울 있어

저 못에 담긴
고요
달 수 있을까
 
산 하나 담긴
무게
달 수 있을까

달 수 있는
하늘 저울
마음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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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4-10-17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엠토피아 시 메일>

―세상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있어

<물처럼 맑은 심경 티끌 하나 없는 밤/철창에 새로 돋는 달빛 고와라/근심 걱정 모두 허공 마음만 있나니/석가도 원래는 보통 사람인 것을〉이라는 만해의 한시 「옥중감회」가 있더군요. 제가 어려운 일을 겪을 때나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하여 제자리 못잡고 있을 때 눈감고 가만히 읊조리는 시입니다. 몇해 겨울씩이나 감옥에 갇혀 모진 추위와 고문, 고통과 좌절을 겪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끝내 지조와 신의를 지킨 만해의 그 마음을 생각하노라면, 어느새 제 근심걱정은 참 별 것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는 문득 마음이 맑고 밝아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있는 것(一切惟心造)입니다. 마음 하나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지구라도 깃털처럼 가벼울 수 있고, 지옥 또한 극락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시가 그것을 잘 말해주는군요. 우리가 어떻게 무슨 수로 천근만근 깊이의 고요를 저울로 잴 수가 있나요. 아니 산의 무게를 달 수 있는 저울이 세상 어디에 있을 수 있습니까. 그것은 오직 하나뿐 〈하늘 저울/마음일 뿐〉인 것입니다. 이 정도면 대단한 깨침이고 놀라운 표현이 아니겠습니까? 오랜 세월 면벽수도한 고승의 오도송(悟道頌) 수준인 것이지요.

아, 저는 과연 제 마음 속 고요의 바다물을 됫박으로라도 되질해서 언제쯤 속모를 그 깊이를 한길이라도 재어볼 수 있게 될 것인가요? 그냥 제 마음 하나를 스승으로 모시고 배우면서 등불삼고, 지팡이 삼아 살아가다보면 그 깊이를 조금이라도 어림짐작하게 되지 않을까 싶군요.

- 김재홍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