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 은경샘 결혼식이 있었다. 사설모의고사문제가 조금 정리된 것도 같아 가벼워진 마음으로 열심히 수업하고 옥쓰와 민영샘 차를 타고 식장으로 갔다. 은경샘, 참 이뻤다.
많은 샘들을 만났다.
결혼식 끝나고 장우동에서 가볍게 요기하고 갈 사람은 가고 경주 갈 샘들은 또 그렇게... 잠깐 고민.. 오늘같이 좋은 날씨에 그냥 집에 들어가기는 왠지 억울.. 경주까지 함께 갔기로했다. 밤에 혼자 돌아오더라도 반쪽 모꼬지라도 같이 하기로 결심했다. 해질녘 경주까지 드라이브, 그리고 안압지 산책.. 혼자 돌아올 시외버스... 나름대로 좋을 것이다.
경희샘 차에 타고 영두샘, 의주샘이랑 출발~ 노래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 재미났다. 90년대 노래 이야기.. 015B, 이승환, 이오공감, 신해철... 날아라 병아리, 텅빈거리에서... 또..텅빈 마음.. 노래방 가고 싶을만큼.. 창밖으론 , 하루가 또 가을이 천천히 저물어가고...
경주. 박물관에서 먼저 출발했던 주형샘, 송희샘, 지순샘, 민영샘과 합류. 토요일은 밤까지 개방하는 국립경주박물관을 천천히 산책했다.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 짜가리 석가탑 다보탑, 천천히 걸어나와 아주 비싼 저녁 먹고 안압지 산책.... 국악, 중국음악, 탈북 가수 이혜영. 공연. 잘 꾸며진 조명을 받으며 천천히 이야기 나누며 걸었다. 대밭옆 단풍나무 아래를 지나고 있을 때 저쪽에서 준호샘이 걸어왔다. 이제 모두 합류. 연못을 한바퀴 돌아 다시 공연장. 사물놀이와 국악합주를 하고 있었다. 듣는 사람도 신나지만 음악은 연주하는 사람이 진짜 신나겠다.
부러워하며 공연을 보다가 맨땅을 느끼고 싶어서 신발을 살짝 벗고 잔디를 밟았다. 공연이 끝나가기에 발을 더듬어 신발을 찾았는데...어~ 내 신발, 어디 갔지? 부산 내려가야되는데... 혹시 의주샘? 아니면 어쩌지? 딸딸이 한켤레 사야겠군. 웃음도 나오고 난처하기도 하고... 조금 민망하기도 했다. 둘러봐도 의주샘은 보이지 않고... 샘들이 오기에 상황을 설명했다. 지순샘과 경희샘이 사람들 사이에 숨어서 웃고있는 의주샘을 발견했다. 어이구 참내~ 잠시 후 의주샘이 옷 속에 감추고 있던 신발을 던져주었다. 냄새나고 찝찝한 남의 신발을 저렇게 숨기고 싶을까.. 내~ 참~ 비위도 좋구로...
안압지를 10시 10분 전에 나와 가까운 첨성대로 향했다. 국민학교 수학여행 때 보고 처음 보는 첨성대. 그땐 비가 오고 있었는데 이 앞에서 그 비 추적추적 맞으며 단체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엔 비에 젖은 내가 귀신처럼 서있다. 그리고 이번 시험에 아이들 수행평가 문제로 내기도했다. 첨성대.... 선덕여왕이 만든 거다. ㅋㅋ 삐딱하게 기울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한 바퀴 돌고...
이제 나는 집에 갈 시간. 터미널까지 안 태워줄 것 같더니만 단호한 내 말에 다들 포기했는지 별다른 설득 작업도 없이 10분쯤에 장준호샘이 시외버스터미널까지 데려다 주었다. 샘은 가고... 역사로 들어와 차 시간을 봤더니 11시부터 표를 팔고 11시 20분에 심야버스 출발이란다. 30분을 기다려 표를 사고 50분 뒤에 출발이네... 에이 샘들이랑 조금 더 같이 있을걸.. 밤늦은 역사가 조금은 무서울 줄 알았는데 사람들도 많고 마침 청소년축구 결승을 중국이랑 하고 있어서 별로 무섭지는 않았다. 신문을 훓어보고 있는데 옆에 왠 인기척... 돌아온 준호샘.. 샘들이 민박을 못 구해서 다들 이리로 올거란다. 역 근처의 여관을 알아보려고...
부산 가는 손님, 차에 오르라는 소리가 들리기에 준호샘 버리고 차에 탔다. 창가 자리가 좋은데... 너무 늦게 탔나보다. 어떤 아주머니 옆에 자리를 잡고 책을 펼치는데 이번엔 송희샘이랑 지순샘이 깜짝 출연... 재미있다. 마치 먼 곳으로 떠나는 사람 배웅하듯이 준호샘이 돌아와서 놀아주더니만 이번엔 송희샘, 지순샘이 차에까지 올라와 배웅이다. 이런 이별... 재미나기도 하고 기분도 은근히 좋은 걸.. 20분, 차가 출발하면서 실내등이 꺼지고 스르르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