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학기 중간고사 - 첫시험

  우리 반 녀석들에게

  벌써 중간 고사를 준비해야 할 때가 되었구나. ㅋㅋㅋ (꼬소하여라 ^^) 이런 저런 개인적인 생활들로 나름대로 하루 하루 바쁠텐데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시험 공부 계획표’를 나눠주는 것이 조금 미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애들아, 시험을 잘 보려면 우선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보고 그에 맞춰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단다.

  우리들 대부분은 시험이 끝나고 나면 ‘조금만 미리미리 준비할 걸…’ ‘조금만 더 열심히 할걸…’하는 후회를 하곤 하지? 그런데도 다음 시험 때면 또 똑같은 후회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어떻게 하면 후회를 ‘덜’하도록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계획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더불어 너희들이 어떤 일의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방법이 미숙한 것 같기도 해서 ‘내가 공부하던 방법을 바탕으로’ 계획서를 만들어 봤단다.

(“샘은 계획한 걸 다 실천했나요?” 라고 절대로 물어보지마!!  --;)

  계획을 실천할 수 있으려면 자신의 능력에 맞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겠지? 처음부터 실천 가능한 계획을 세워야지 계획이 너무 거창해서 스스로 세워놓은 계획에 짓눌려버리면 이도 저도 안 된단다. 바보 같은 짓이지.

  ‘공부’가 학교 다니는 목적의 전부는 아니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건 나도 알지만, 학교 공부에 무심하고 게으른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고 그럼에도 스스로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최선을 다하는 느들 모습을 스스로 사랑스러워하고 또 자랑스러워하기를 바래. 아울러 내신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 고 3이 되어서 늦게 후회하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네.

  무슨 일을 하든지 미리 계획하고 꾸준히 준비하는 자제를 이런 계획표를 짜는 데서부터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쪼록 시험을 준비하는데 이 계획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 2004년 4월 19일 2학년 9반 담임쓰앰 ^^

참! 그리고 성적 오르면 한 턱들 내는 것, 잊지마!!

 

 

2004. 1학기 기말고사

 

  "우리 반 녀석들에게"라고 시작한 중간고사 편지를 쓴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기말고사라니... 세월, 정말 빠르죠? 저도 이번 주말엔 시험문제 낸다고 바쁠 예정입니다. ^^

  시험... 물론 점수 잘 나오고 성적 오르면 좋겠죠.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무언가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춰 노력하는 자세라고 생각해요.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자세!! 성적을 위한 공부, 그것만이 목표라면 점수를 위한 공부만 하게 될 거고, 만약 성적 좋은 것만이 또한 목표라면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해서라도 잘 받으면 그뿐이겠죠? 우린 숫자나 점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 알잖아요?

  그렇다 하더라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자랑스럽게 여기거나 사랑스러워할 수는 없을 거예요. 미래를 위해 늘 현재를 희생하라는 뜻이 아니라 힘들더라도 현재에 주어진 상황을 즐기려고 노력해보라는 것이지요. 공부! 단순히 성적과 점수, 등수를 위해서만 한다면 그처럼 고역스러운 일이 없겠지만 사소한 것이라도 즐길만한 무엇이 없을까 고민해보면  즐겁게 할 수 있는 부분과 과목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아닌가요? ^^;

  그런데 생각해보니 고등학교 때 저의 모습도 그렇질 못했네요. 항상 힘들고 하기 싫고 지치고.... 시험기간만 되면 왜 그리 하고 싶은 건 많은지... 만화책도 읽고 싶고, 영화도 보고 싶고, 머리도 더 지저분한 것 같아서 지금 꼭 잘라야 될 것 같고, 책상 서랍은 왜 그리도 어수선한지... 여러분도 고딩 때의 저랑 같은 모습인가요? ^^

  걱정스러운 건, 공부나 성적 때무에 마음 속으로 스스로를 미워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예요.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다면 그런 자신을, 결과와 상관없이 대견스러워하고 이뻐해주세요. 만약 열심히 하지 못했다면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책은 하지 말고) '다음부터는 더 열심히 해야지' 생각해주세요.

  시험이 끝나고 나선 말이죠, 자신에게 좀 너그러워지세요. 그.래.도.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 힘이 들었고, 계획한 대로 열심히 공부를 했든 안했든 나름대로 잠도 설쳤으니까 그런 자신을 위로해주고 사랑해주고 두 팔로 꼭 안아주세요. (팔이 짧으면 내 팔 빌려줌) 시험 못 쳤다고 스스로를 미워하면 마음까지 잃는 거잖아요? ^^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마음도 잘 헤아리고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알테니까요...

                                                                     - 2004년 6월 17일 2학년 9반 담임  ^^

*성적이 맣이 오른 사람에게 상을 주는 건, 그 노력에 대한 보상입니다. 무슨 상을 주지?

 

2004. 2학기 중간고사

 

  “보충수업과 야자 절대로 안 빼준다”고 엄포를 놓았던 10월이 왔구나. 그렇게 이야기했던 건 너희들도 알다시피 10월에는 중간고사가 있고 또 모의고사도 있고... 지겹고 부담스러운 이야기이겠지만 몇 달만 있으면 3학년이 되는 너희들이기에 공부하는 습관을 확실히 들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지.

  우리 반이 특별히 보충과 야자시간에 많이 빠지는 이유가 병원 가야하기 때문이고 또 아픈 것이 아니더라도 그런 개인적인 사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란다. 누구는 학교에서는 도저히 공부가 안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집이 너무 멀어서 9시까지 남아있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할테지... 그런데 말이야 애들아, 4~5개월만 지나면 너희들은 3학년이 되는데 그땐 어떡하지? 그땐 싫던 좋던 학교에 10시까지 남아서 공부해야 할텐데.. ^^; 어쨌든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가장 오랠 것이고 그 시간들을 잘 견뎌내려면 지금부터 학교에서 공부하는 ‘습관’을 몸에 익혀두어야 할 건데 ‘습관’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저절로 익숙해지는 건 아니잖아. 노력이 필요하지. 내일부터가 아니라 바로 오늘, ‘바로 지금’부터 말이야.

  여기에 한 가지 이유를 덧붙이자면 너희들 한명 한명의 우리 ‘반에 대한 책임감’을 말하고 싶구나.  사람은 개인적인 동물이긴 하지만 동시에 사회적인 동물이기도 하지. 개인의 자유가 소중한 만큼 전체를 위한 의무, 책임도 소중하고 또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의무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실천해야한다고 생각해. 너희들이 ‘내 돈 내고 내가 신청한 보충․야자, 내 맘대로 참여하고 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너무 자신의 자유만을 생각하는, 다소 이기적인 모습이지 않겠니? 너희들 맘대로 보충이나 야자를 빠지면 분명 전체의 분위기에 영향을 주잖아? 수업하시는 선생님이나 우리 반을 바라보는 선생님들께 부정적 인상을 주게 될 거고, 그건 수업 분위기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얘기지. 그리고 반 아이들 공부 분위기에도, 그리고 담임인 나의 기분에도 영향을 주지. 결과적으로 자기 한사람 편하고 좋자고 나머지 다른 여러 사람의 기분은 무시하는 게 되니까 말이야. 나의 자유와 권리가 중요하다면 다른 사람의 그것도 같은 무게만큼 소중하지 않겠니? 다른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인정해줄 때, 나의 그것도 보장될 수 있을 거고.

  그래서 다소 강제성이 있고 답답한 구석이 있더라도 10월부터는 확실한 이유 아니면 보충과 야자를 거의 빼주지 않으려고 해. 누구는 빼주고 누구는 안 빼주고 할 수는 없잖아? 개학하고 내가 했던 말 생각나니? 이젠 준 3학년으로 대할 거라고 했었지? 올해 공부하지 않았음을 내년에 후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야.

  현실이 그러니까 무조건 따라야한다는 말은 차마 못하겠다. 그치만 피할 수 없다면 즐길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입시만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나의 ‘성장’을 위한 공부라고 말이야. 그리고 지금의 교육제도가 불합리하다면 이런 고통, 잘 기억해두었다가 나중에 너희가 낳을 그 아이들에게 같은 고통을 또 다시 넘겨주지 않는 현명한 부모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 2004년 10월 4일 2학년 9반 담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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