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의 초가을 날씨 같은 휴일... 다들 여유가 좀 있었을텐데 무얼하며 보냈는지...

나는 어제 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14시간 지속형으로 자고 청소 좀 하고 빨래 좀 하고 인터넷 여기저기 좀 기웃거리고.. 그러고 있는 저녁이야.. 햇살이 따뜻하게 서쪽으로 넘어가네.

요즘 너희들 너무 예쁜 것 아니?

야자 공부할 때도 이쁘고, 수업시간에도 그렇고, 어제 생일 잔치할 때도, 편지 쓸 때도 참 이쁘구나. 다들 한창 이쁠 나이이니 겉으로 보이는 모습도 이쁘지만 (너희들은 아니라고 할 지도 모르지만 정말 지금이 젤루 이쁠 때야. 옛날 너희들 만할 때 우리도 들은 이야기인데 안 믿었었거든. 샘들이 그냥 하는 소리려니 했지. 근데 지금 너희들 보니까, 너희 정말 예쁘구나. 다들 뽀샤시~) 눈빛도 많이 예뻐졌던걸... 눈빛이 깊어지고 예뻐진다는 건 마음이 그만큼 깊어지고 넓어졌다는 뜻이 아닐까? 그냥 나 혼자 느낌인가? 여름 방학 지나고 오니 너희들이 많이 자라있더구나.

어제 느들이 쓴 편지 하나하나 조심스레 읽어보았단다. 대부분이 자신의 '꿈'에 대해서 썼더구나. 그런데 가끔 이런 생각이 들어. 과연 '꿈'이 뭘까? 그건 정말 거창하고 화려한 그 무엇일까? 나중에 내가 하고 싶은 일, 그것과 연결되어 있는 대학, 과.. 그래서 돈 많이 벌기... 그런 것만을 우리들의 '꿈' 이라고 하는 걸까? '꿈'이란건 그것 보다는 좀더 넓고 깊은 의미가 아닐까? 좀 사소한 듯 느껴지지만 사실은 더 소중한 무엇... 예를 들면,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 사랑하기, 그러나 지금보다 더 아름다워진 내 모습 만들기, 지금보다 더 사랑하기, 어제보다 더 알찬 오늘 보내기, 사랑하는 사람 더 많이 사랑하기, 사랑하는 마음 표현하기... 그런 것들...  그렇게 하루하루 살다보면 '더 사랑스러운 나 자신'이 되지 않을까?

그러려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충실히 살아야할 것 같은데... 미안한 사람에게 먼저 미안하다 말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겐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살아있음을 늘 감사하고 삶을 성실하게 즐기고... 가을 하늘의 흰 구름, 가을 바람에 날여오는 금목서 은목서 향기, 친구들 까르르 웃음소리, 책 속의 한 줄 좋은 표현, 수업시간 선생님들 버릇 훔쳐보기 등등...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부족함이 없는 삶은 모든 사람들이 꿈꾸기는 하지만 행복까지 돈으로 살 수는 없을 것 같아. 행복은 찾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게 아닐까. 아주 작은 행복이라도 아주 크게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이 결국 가장 행복한 삶을 사는 게 아닐까?

지금 이 순간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단다. (토요일 너희들 편지 쓸 때도 이 말 했는데 기억하니?) 하루하루를 즐길 수 있길 바래. 너희들의 살아있는 감정을 느끼길 바래.

(실은 너희들 주려고 '꿈'에 관한 글을 하나 준비해두고 왔지. 어떤 선생님이 쓰신 책에 '꿈'이 무엇인가 하는 좋은 글귀가 있어서 너희들 보여주려고. 내일 나눠줄건데 버리더라도 꼭 읽고나서  버려줘~)

오늘도 '오리 날다'를 여러 번 들었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 이 노래 연습해서 축제 때 우리 반 장기자랑으로 보여주는 건 어떨까? 복장은 말이지 아래는 청바지! 위는 아주 자유롭게... 뮤직비이오에 나오는 것 같은 복장으로. 다들 나름대로 몸을 조금씩 흔들며 춤추고 노래하는 거지. 장갑도 손가락 부분 잘라버리고 끼고... 너무 정신없을라나? 어쨌든 우리 반 장기자랑 뭐 하고 싶은데.. 너희들이 하면 당연히 나도 같이 할꺼야. 추억이란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역시 만들어 가는 것!! 연습은 틈틈히 하면 될 것 같은데... 그래서 노래가 좋을 것 같아. 하자~하자~ 응~ 애들아!!

시간이 너무 잘 가지? 이제 추석 지나면 9월도 갈거고, 중간고사 치고 소풍 다녀오면 10월도.. 그리고 11월 수능 치르고 기말고사 준비하면 12월. 또 기말고사 치고 크리스마스.... 겨울 방학... 2월.  2월엔 담임은 무척 바쁘거든. 너희들 학교생활기록부 정리하다 보면 그 몇일이 후딱 가버릴 것 같아. 겨울 방학 때 샘은 또 중국어 연수 빡빡하게 들어야한단다. 아! 그러고 보니 '우리 반 문집'이 걱정이네. 누구 같이 할 사람은 말해줘요~ 아직 좀 이르기는 하지만 뭐 뭐 넣은 건지 내용은 같이 꾸렸으면 좋겠다. 사실 올해 문집 만들려고 샘은 책도 한 권 샀단다. '빛깔 있는 학급 문집 만들기'라는...

자! 이제 또 한 주가 시작되려고 하네. 우리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자. 아자아자.. 화이팅..

2004. 9. 19. 일요일 평화로운 저녁에 보냅니다.

* 혹시 나의 사랑과 관심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 있니? 말해줘~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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