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도 메일 보내야지 보내야지 하면서 이제야 뒤늦게 보냅니다.

사실 이제는 쫌 살만 해요 ㅋㅋ

 이런 애기 잘 안하는 성격이라 ,, 오랫동안 지내온 친구들한테도 자세히 애기 하지 않앗는데 ..   어떨때는 누군가가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말을 어떻게 먼저 꺼내야할지 ,, 그리고 애기한다고 해서 나아지는건 없다는 생각에  이렇게 비밀을 지켜오다 선생님한테 처음으로 털어놓는거 같네요  솔직히 말하면 아무한테도 이런 애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부끄럽다기 보다는 혹시나 나보다 더 힘든 상황에 놓인 친구도 있는데 제가 괜히 엄살부리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기때문입니다.  물론 선생님께 다 말씀드릴수는 없지만 제가 정말 힘들어서 방황 하게 될때에는 하나도 빠짐없이 다 털어놓고 선생님의 도움을 받겠습니다.

  아빠때문에 엄마가 많이 힘드셨습니다. 그런걸 어렸을떄부터 보고 자라서 제 마음속에는 아빠는  항상 미운 존재였고 엄마는 불쌍하기만 한 존재였습니다. 그렇게 항상 생각하고 커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빠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아빠편을 조금씩 들게 되고 아빠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떄부터 저만 항상 믿고 기대오던 엄마가 많이 섭섭하셨나봅니다. 그렇게 아빠에게도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는데 .. 얼마전에 아빠가 쫌 큰 잘못을 하셔서 엄마가 속상하셧는지 먹지도 못하는 술도 드시고 그러더니 이번 여름방학에 수술을 하셨습니다. 매일 집에만 들어오면 싸우고 계시는 엄마아빠가 싫어서 친구집에서 몇일씩 자고 집에도 자주 안들어가고 그랬는데 엄마가 수술하는 날에도 저는 친구들이랑 놀고 있었습니다.

그런 제자신이 얼마나 밉던지 마취에서 아직 덜깨어 병상에 누워있는 엄마를 보닌깐 진짜 눈물이 자꾸 나와서 참을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나쁜짓을 하고 다녀도 항상 웃으시고 밝은 모습만 보여주는 그런 든든하고 강한 엄마였는데 그렇게 곤히 잠든 모습을 보니 한없이 약한 존재구나 하는 생각에 엄마한테 그동안 너무 미안하고 제가 큰 잘못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가 수술을 하고 난뒤부터 아빠의 태도는 조금 변화가 찾아오기는 했습니다. 그래서 마음은 쫌 편합니다. 지금은 많이 건강해지셔서 괜찮다고 하는데 솔직히 저도 걱정은 많이 됩니다. 제가 잘 삐뚤어져나가고 그러니깐 혹시나 상처받아서 또 나쁜쪽으로 갈까바 힘든일이 있으셔도 잘 애기 안합니다.

선생님 음... 가끔은 이런 환경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 음 막말로 죽고 싶을떄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래도 이렇게라도 자랄수 있는거도 다행이고 고맙고 그래도 고등학생이라고 환경같은건 원망안하게 됐습니다. 저 걱정해주시고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렇게 애기한다고 해서 선생님께서 저를 대하는 태도가  변화가 없었으면 합니다.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봐달라는 겁니다.  눈물이 많고 마음이 약해서 그렇지 이정도는 잘 젼딜수 있습니다. 항상 그래 왔기때문에 적응력도 뛰어나서 혼자 잘해낼껍니다. 저는 그래도 우리 가족은 한곳에 모여산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정말 많으닌까요 ㅇ ㅏ 마음은 후련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걸 쓰면서도  또 눈물이 흐르네요  아 이제는 공부에 쫌더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아 ! 그리고 선생님 그 언니하고 수진이 한테 준 편지 죄송하지만 저도 봤습니다. 이말 꼭 해주고 싶었습니다. 진짜 멋있어요 ~ ♡ 그날 우리 모두 울었다는거 선생님 모르시죠 ? ㅋㅋ 항상 그런일 있을때마다 혼내시거나 때리시지 선생님 같은분은 처음이었거든요 수진이랑 언니랑 그 편지보고 감동받아서 담배만 보면 구역질 나올꺼 같다고 끊는다고 얼마나 다짐을 하던지 선생님 작전 성공하셨습니다. ㅋㅋ 학교에서는 문제아로 찍히고 그런 아이들도 알고보면 더 착하다는거 아시죠 ? 선생님은 왠지 아실듯 싶습니다. 우리반 아이들 정말 하나도 빠짐없이 제 기억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같습니다. 정말 보면 볼수록 좋은 아이들이 많거든요 ㅋㅋ

 아 너무 많이 쓴거같다 ㅋㅋ 저 말고도 아마 지금쯤 혼자 고민하고 힘든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많을 꺼에요 그런 아이들 아마 선생님 보면서 먼가 깨달을 껍니다. 저도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 받거든요 ㅋㅋ 그럼 이만  써야겠네요 이빨도 아프고 ,, ㅋㅋ 내일 학교에서 뵙겠습니다. 

             -  제자 ㅈㅎ이가 마음이 따뜻한 선생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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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4-09-17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고 긴 니 편지 받고 맘도 아프고 행복하기도 하고... 그래서 눈물이 났어. 이런 생각을 했지. "아! 역시 아이들은 결국은 알아주는구나." 당연하지. 너희들이 더 순수하니까..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나보다 더!

고백하자면 하루에도 몇번씩 믿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한단다. 그래도 역시 믿는 쪽을 선택하게 돼. 언젠가는 내 맘을 알아줄거니까. 모르면 모르는데로 알면 아는데로... 그렇게 너희들 본성 믿고 기다리는 것. 그것말고 내가 너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있을까?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나와의 관계 말고, 너희들끼리의 관계, 친한 너희들끼리만 말고 우리반 아이들 모두, 우리반 아이들만 말고 더 많은 너희들끼리 맘 열고 힘든 일 함께 나누고 그렇게 서로 도닥이며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거야. 내가 좀 손해보더라도, 너무 계산하지 말고...조금은 바보스럽게... 우습지? 사실 어른들이 더 못하는 부분이야. 어른들은 항상 저희들은 편하게, 약게 살려고 하면서 너희들에게는 성실하게 살아라, 바르게 살아라 이러지? 미안해. ^^ (모든 어른들이 다 그런건 아니야. 내가 아는 어른 샘들은 안그런 사람들이 훨씬 많아)

ㅈㅎ이 참 예쁘게 자랐구나. 혼자서 뭐든 알아서 잘해서 그냥 저냥 평범한 가정에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쁘니 뭔 걱정 있을까 생각했네. 지금이라도 니 고민, 니 상처, 아픔 알게되어서 다행이야. 사실 나도 모르게 순간순간 툭툭 던지는 생각없는 말에 너희들이 상처받을 수도 있는데... 가끔 내가 그렇게 실수할 때가 있거든. 너희들 상처, 알고 있으면 조심스러워서 함부로 쉽게 이야기하지 않게 돼. 그러니 너희들이 알려줘야지. 고마워 진심으로.

엊그제 조례시간에 잠깐 얘기했었지? 우리 반 아이들 알게 모르게 상처가 많아. (사실 다른 반 아이들도 마찬가지지. 아무 걱정 근심 없이 공주처럼 자란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 어떤 아이들은 '엄마', '아빠'라는 단어만 나와도 가슴에 찬 바람이 일고, 또 어떤 아이들은 성적이나 점수 때문에, 건강 때문에... 여러가지 아픔들이 있단다. 그래서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어떤 친구들은 하기도 하지. 그렇다고 너무 밀쳐내지 말았으면... 앞으로 살면서도..그렇게 먼저 다가서는 사람이 되었으면..! ㅈㅎ이에게 많이 칭찬해주고 싶은데 어렵고 힘든 숙제만 내주고 있네.. 쯧쯧...

아픔이 있는 사람이 남의 아픔에 훨씬 민감하단다. 더 용감하게 다가서고 보듬어주지. 그래서 세상은 여전히 살만하지 않을까? 그리고 나의 아픔은 다른 사람에게 힘이 되기도 해. '늘 행복한 줄 알았던 저 사람도 저런 아픔이 있구나. 나만 힘들고 불행한 건 아니구나. 나도 힘을 내야지. 그리고 다독여줘야지, 이해해줘야지.' 이렇게 생각하는 거지. 가끔~ 아주 가끔 내가 나의 아픔을 너희에게 이야기 하는 것, 내게도 정말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너희들이 이해해줄것을 믿기에 털어놓을 수 있단다.

당근,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너를 대할거야. 티를 냈다면 벌써 다른 아이들 아픔에 내가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을걸.. 잘못하면 야단치고, 잘하면 칭찬하고 이제껏 해온 것처럼 쭉~ 그렇게 갈거야. 그렇지만 너무 힘들면, 그래서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면 나도 기억해주기를 바래. 묵묵히 주변을 서성이고 있을께. 너무 혼자서 속이로만 삭이면 더 힘들 수도 있어. 털어내고 풀어내면 가벼워지기도 하거든. 사실 혼자만의 방에서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한 발만 걸어나와서 보면 그렇게 심각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단다.

ㅇㅅ와 ㅇㄴ이에게 쓴 편지... 둘 다 비슷하게 썼는데 부끄럽네... 비교해봤냐? --;
가끔은 진심을 전하는 게 야단과 벌보다 더 큰 반성을 가져온단다. 내 말이 맞지? 작전 성공!! (눈치챘구나.)

세상에 사람보다, 그 사람의 진심보다 소중한 것이 있을까? 그래서 흘리는 눈물보다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너도 한 번 울고, 니 편지에 나도 한 번 울었으니 우린 모두 아름다운 사람이네. ^^

푹 자고 내일부터 다시 너의 꿈(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사랑하는 일)을 위해 한 걸음 내딛자.

이빨은 어때? 피 많이 났어? 나을때까지 밥도 제대로 못먹을텐데.. 쯧쯧 살 더 빠지겠네.


2004. 9. 16. 밤 12시 사랑하는 ㅎ이에게.

심상이최고야 2004-09-16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제 눈에서 눈물이 후두둑 떨어집니다. 정말 존경스러워요. 아이들 때문에 상처받고 힘든 점도 많았을 텐데 '사랑'의 힘으로 아이들 감싸 주시는게 엄마 같아요. 아이들 아픔 감싸주시는 따듯한 마음에 뜨거운 눈물이 흐르네요. 오늘 아침 진한 감동을 받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선생님 같은 분과 함께 교단에 있다는게 자랑스럽습니다. 고마워요^^

해콩 2004-09-16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실명이 오르기도 하는 이런 개인적인 편지를 인터넷에 올려도 될까 많이 망설였어요. 제 일기장처럼 비공개로 할까.. 이렇게... 그런데 아이들 이름은 살짝 살짝 지우고 그냥 두려고요. 사실 많이 부끄러워요. 못난 부분이 더 많은 담임이거든요. 말만 뺀지리~ 하지 뒤에서 끊임없이 의심하고, 씹고... 그런 담임이예요 제가. 아시잖아요. 그런데 이런 편지 한 번씩 받으면 힘이 되기도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역시 아이들 끝까지 믿기로 한 건 잘한 것 같죠? 같이 울어주시다니.. 세월이 갈수록 눈에서 물이 많이 나오는걸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건 아닌가 봐요. 가슴이 촉촉한 사람이 눈도 늘 촉촉한 듯. 고마워요, 샘 (근데 엄마같다는 표현은 쫌.. --; 그냥 언니같다고 해주지... 흠흠)

2004-09-17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