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젖다 1

                                      - 윤제림

공양간 앞 나무백일홍과,
우산도 없이 심검당 섬돌을 내려서는
여남은 명의 비구니들과,
언제 끝날꼬 중창불사
기왓장들과,
거기 쓰인 희끗한 이름들과
석재들과 그 틈에 돋아나는
이끼들과,
삐죽삐죽 이마빡을 내미는
잡풀꽃들과,

목숨들과
목숨이 아닌 것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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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4-09-11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축축하다. 가을비.. 오늘은 머리나 하러갈까 하다가 날씨가 너무 아까왔다. 옆에 있던 현옥샘도 오늘 '오빠가 벌초 가서' 시간이 있단다. 눈빛을 교환한 우리는 이리저리 수소문해서 '건수'를 만들었다. 늘 따뜻한 경희샘이 합세하고.. DMC에서 '연인'을 함께 보고 모르는 길 물어물어 내원사에 도착한 시간이 6시 10분전. 아저씨게 부탁부탁해서 오천원 내고 계곡을 10분동안 드라이브했다. 아~ 여기저기 자그마한 폭포를 이루고 있는 골짝골짝.. 이 시처럼 흠뻑 젖었다. 가을비에, 가을 운치에, 천성산 내원사 계곡에, 그리고 언제나 끊이지 않는 우리 아이들 이야기에... 가을이 더 깊어지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 계곡을 걸아봐야겠다. 그땐 침묵에도 젖어봐야지. 마침 선물로 받은 이 시.. 마치 내 기분 알고 보낸 듯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