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의 강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말 전하지 않아도 밀 물살로 알아듣고

몇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수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과 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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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4-09-05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경샘이 좋아하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