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싶은 땅에 가서

                                                                       - 신경림


이쯤에서 길을 잃어야겠다

돌아가길 단념하고 낯선 처마 밑에 쪼그려 앉자

들리는 말  몰라 얼마나 자유스러우냐

지나는 행인에게 두 손 벌려 구걸도 하마

동전 몇닢 떨어질 검은 손바닥


그 손바닥에 그어진 굵은 손금

그 뜻을 모른들 무슨 상관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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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4-09-05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인숙 샘의 나이쯤 되면 나 역시 이 시를 읽으면 눈물이 핑~ 돌 수 있을까? 이 시를 읽으며 눈물이 돌았던 건 샘께서 그토록 치열하게 사셨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낮은 처마 밑에 쪼그려 앉아 자유롭게 맘놓고 '구걸'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이제는 가지고 싶으셨던 것일까? 한 10년 쯤 뒤엔 나도 이 시를 읽으며 목놓아 펑펑 울어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