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            기형도


나무의자 밑에는 버려진 책들이 가득하였다

은백양의 숲은 깊고 아름다웠지만

그곳에서는 나뭇잎조차 무기로 사용되었다

그 아름다운 숲에 이르면 청년들은 각오한 듯

눈을 감고 지나갔다, 돌층계 위에서

나는 플라톤을 읽었다, 그때마다 총성이 울렸다

목련철이 오면 친구들은 감옥과 군대로 흩어졌고

시를 쓰던 후배는 자신이 기관원이라고 털어놓았다

존경하는 교수가 있었으나 그분은 원체 말이 없었다

몇 번의 겨울이 지나자 나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리고 졸업이었다, 대학을 떠나기가 두려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해콩 2004-09-06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형도.. 입속의 검은 입... 이 시는 힘들었던 시절 채영성샘이 좋아했다는 시다. 군대 제대하고 복학했을 때 딱 이 분위기였단다. 더 힘들었던 건 자기 앞가림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사회에 무관심했던 그 분위기였단다. 무한 경쟁체제.. 샘은 대학생활을 '나처럼'보내도 한 방에 시험에 붙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어서 더 열심히 공부했단다.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단다. 그는 지금 아름답고 여성스러운 (인간미 넘치는) '국사' 선생이다. 늘 자신을 돌아보는... 그가 주위에 있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