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그릇이 우주


  일완지식(一碗之食)에 함천지인(含天地人)이라. 곧 ‘밥 한 그릇에 하늘과 땅과 사람이 들어있다’는 뜻이다. 무슨 뜻인가? 장일순의 얘기를 들어보자.

  “해월 선생님의 말씀 중에 밥 한 그릇이 만들어지려면 거기에 宇宙 一體가 參與해야 한다는 말씀이 있어. 宇宙萬物 가운데 어느 것 하나가 빠져도 밥 한 그릇이 만들어질 수 없다 이거야. 밥 한 그릇이 곧 宇宙라는 얘기도 되지. 잡곡밥 한 그릇, 김치 한 보시기 같은 소박한 밥상도 전 宇宙가 참여해서 차려 올리는 밥상이라는 거야. 그러므로 거기에 고기반찬이 없다고 투정하는 건 무엇이 올바르게 사는지를 모르는 엉터리 짓이야.”

  건강한 사람에게는 무엇을 먹든 다 달다. 맛있고 고맙다. 밥맛이 없다면, 밥상 앞에서 고마운 마음이 일지 않는다면 자신의 삶을 돌아봐야 한다. 뭔가 크게 잘못 살고 있는 게 分明하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야. 요즘 出世 좋아하는데 어머니 뱃속에서 나온 것이 바로 出世야. 나, 이거 하나가 있기 위해 태양과 물, 나무와 풀 한 포기까지. 이 地球 아니 宇宙 全體가 있어야 돼. 어느 하나가 빠져도 안 돼. 그러니 그대나 나나 얼마나 엄청난 存在인가. 사람은 물론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까지도 위대한 한울님인 게지.”

  장일순은 飮食을 가리지 않았다. 外食을 할 때도 사람들이 권하는 대로 거절하는 법이 없이 따랐다. 추어탕도 먹었고, 개고기도 먹었다. 제일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내에게 물어보았다.

  “칼국수였어요.”

  밥상에 무엇이 올라오느냐는 장일순에게 전혀 문제가 안 됐다. 여러 번 보았다. 밥을 먹기 전에 밥상을 향해 잠시 고개를 숙이던 모습을.

  “밥 한 사발만 알면 모든 것을 알 수 있어. 해월도 그런 말씀을 하셨지. 우리가 평생 배워 아는 것이 밥 한 사발을 아는 것만 못하다고. 대단한 말씀이지. 이 밥알 하나라도 하늘과 땅과 사람이 서로 힘을 합하지 않으면 생겨날 수 없는 법이야. 하찮게 보이는 밥알 하나가 宇宙를 백그라운드로 삼고 있는 셈이야. 靑瓦臺 빽 좋아하는데,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야. 밥알 하나, 티끌 하나에도 대우주의 生命이 깃들어 있거든.“

  佛敎의 食事 기도는 이런 내용으로 시작된다.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스며있고, 한 알의 곡식에도 萬人의 勞苦가 담겨있다.”

 

- [좁쌀 한 알 장일순]  최성현. 도솔. 2004. 21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