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사이에는 한 가지 큰 차이가 있어 보인다. 자연과학의 '공부'는 깊이 들어갈수록, 정도가 높아질수록 어려운 이론이 나온다. 인간의 마음과 생활에 관한 '공부'인 인문*사회과학도 별의별 이론이 많기로는 자연과학에 못지않으면서도 되돌아오는 곳은 단순한 인간도 대체로 수긍할 수 있는 본질적 요체, 평균적 두뇌로 이해되는 간단한 결론이다. 무엇인가 자꾸만 어려운 이론이나 학설, 철학을 동원해야 자기의 정당성을 변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책*사상*결정*입장은 벌써 민중을 떠난 소수자의 것이다. 어떠한 이론을 근거로 계산해서도 한 가마의 쌀값이 농민의 생산원가에 미치지 못할 때, 농민이 누군가를 위해서 당하고 있거나 적어도 농민을 위한 농업정책이 아니라는 것은 농민에게는 어둠 속에 불을 보기보다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 리카도의 지대론(地代論)이나 세이의 시장법칙이론을 농민은 공부할 필요가 없다. 하물며 마르크스의 자본론 같은 것은 들어본 일이 없어도 시골의 농민이나 평화시작의 소녀직공은 생존의 체험을 통해서 가치와 현실사이의 크게 잘못된 점을 알게 될 것이다"

리영희 [분단을 넘어서] (한길사 1984). 강준만 편저 [한국 현대사의 길잡이 , 리영희] 111쪽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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