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 소니 2006년 4월 Kids/Family 할인
장이모 감독, 장지이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1년 5월
평점 :
품절


= 집으로 가는 길 =

내겐 세 가지의 감동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 부모님의 순수한 사랑이 이루어지는  동화같은 감동, 시골학교에서 40여년을 소학교 선생님으로 일하고, 학교 신축 공사비를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시다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의 삶-제자들의 보답, 아들이 교사가 되기 바라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눈물 짓는 어머니를 위해 마지막으로 아들이 준비한 선물...

19세 소녀인 어머니는 아버지가 시골학교 교사로 처음 발령받아 도착하던 그 순간부터 아버지를 '찍었다.' 20살 총각, 도시에서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아버지.. 아버지 없이 눈 먼 어머니를 보살피며 글자도 못읽는 시골처녀 어머니... 어머니는 아버지가 알건 모르건 정성을 쏟으며 그 주위를 배회하고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만들고 살짝 살짝 기뻐하고...  순수하고 소박하게 또 성실하고 당당하게 그에게 조금씩 다가서는 그녀. 정말 귀여운 영악함이다. (장쯔이를 띄워준 작품이라 할 만큼 그녀는 이 역할에 너무 잘 어울린다. 정말 '예쁘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아버지는 도시로 떠나 버린다. (문화혁명이 한창인 시대인 듯 한데... 아버지의 사상이 '右'로 경도되어서 조사나 감시를 받고 있다는 뉘앙스를 살짝 풍긴다.) 돌아오겠다는 날짜를 넘겨도 오지 않자 그녀는 아픈 몸으로 폭설속을 나선다. 사랑을 찾아 도시로 가겠다고... 결국 눈속에 스러지고 마을사람들이 데려온다. 마을사람들로부터 소식을 전해들은 아버지는 몰래 도망쳐 그녀에게 돌아온다. 그렇게 도망쳐온 하루 때문에 두 사람은 3년을 헤어져 살지만 결국 결혼하게 되고 그 후로 아버지는 40년 동안 한 번도 어머니를 떠난 적이 없다.

아버지는 훌륭한 교사였다. 40여년을 한결같이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노력한다. (처음 수업을 하던 날부터 이 젊은 교사는 아이들을 매일 바래다준다. 그 먼 길을...) 그의 죽음 역시 학교를 새로 짓기 위한 공사비를 모으기 위해 이리 저리 다니다가 갑자기 쏟아진 폭설에 묻힌 것이다. 그의 시체는 시내 병원에 있고 장사지내기 위해선 마을까지 옮겨와야 한다. 어머니는 전통적인 방법 -사람들이 상여를 매고 집까지 사자를 모셔오는-방법으로 아버지를 모실것을 고집한다. 겨울이고 일할 사람도 없으며 경비가 너무 많이 들거라며 마을 이장과 아들은 차를 이용하자고 하지만 '관'을 덮을 하얀 천을 직접 짜며 어머니는 고집을 꺾지 않는다. 아들은 결국 어머니의 뜻을 따르기로 하고 경비를 이장에게 전해주지만.. 정작 그날이 되어서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아버지의 제자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어 돈 한 푼 받지 않고 눈 날리는 하루를 꼬박 걸어 마을로 아버지를 모셔온다. 아버지는 훌륭한 교사였던 것이다.

'너희 아버지의 글 읽는 소리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다. 아직도 그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구나. 40년을 들었지만 전혀 지겹지가 않아. 니가 교사가 되기를 바라셨는데... 하루만이라도 니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셨다면.. 이제 이 낡은 학교는 니가 다음에 올때는 없을꺼야. 새 학교가 들어서겠지.. 너희 아버지가 보고 싶구나..' 떠나는 날 아들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해 선물을 준비한다. 아침 일찍 마을 아이들을 모아  40여년 전 아버지가 직접 만든 그 교재, 그 부분을 똑같이 읽어드린 것이다. 어머니가 달려오시고 마을 사람들도 오래된 학교 주위를 빙둘러서서 그 모습을 지켜본다...

몇번을 봐도 지겹지 않은 영화가 있다. 지난 번 봤을 땐 느끼지 못했던 감동이 새롭게 찾아지는 것이다. 신분 차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사랑했던 어머니,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가르쳤던 아버지.. 40년을 그렇게 한결같이 그들은 '살았다'.  때문에 나에게 더 특별하게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 영화를 자세히 보면 '타이타닉' 포스터를 볼 수 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99년이다. 99년 달력이 살짝 나온다. -우리나라에 개봉한 것은 2000년에 11월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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