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들풀 종자 은행-

   신문에 ‘토종 들풀 종자 은행’ 이야기가 실렸다. 고려대 강병화 교수가 17년간 혼자 전국을 돌아다니며 채집한 야생 들풀 1백과 4,439종의 씨앗을 모아 세웠다는 이야기다. 한 사람이 장한 뜻을 세워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잡초들의 씨앗을 받으려 청춘을 다 바쳤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고맙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기사의 끝에 실린 그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엄밀한 의미에서 잡초는 없습니다. 밀밭에 벼가 나면 잡초고, 보리밭에 밀이 나면 또한 잡초입니다. 상황에 따라 잡초가 되는 것이죠. 산삼도 원래 잡초였을 겁니다.”

  오호라! 상황에 따라 잡초가 된다. 이 얼마나 의미심장한 말이냐. 사람도 한 가지다. 제가 꼭 필요한 곳, 있어야 할 곳에 있으면 산삼보다 귀하고, 뻗어야 할 자리가 아닌데 다리 뻗고 뭉개면 잡초가 된다. 그가 17년간 산하를 누비며 들풀의 씨를 받는 동안, 마음속에 스쳐 간 깨달음이 이것 하나뿐이었으랴만, 이 하나의 깨달음도 내게는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참으로 달고 고마운 말씀이다.

  타고난 아름다운 자질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잡초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보리밭에 난 밀처럼, 자리를 가리지 못해 뽑히어 버려지는 삶이 너무나 많다. 지금 내 자리는 제자리인가? 잡초는 없다. 자리를 가리지 못해 잡초가 될 뿐이다.

- 정민, [스승의 옥편], <제자리가 아니면 잡초가 된다.>, 168~16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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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8-09-26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식>"우리나라 들풀.들꽃 보러오세요"
뉴시스 | 기사입력 2003.12.18 06:57

대전=뉴시스】 국내 토종 풀과 꽃을 한눈에 볼수있는 "한국 자원식물 생태사진 전시회"가 오는 22일부터 이달말까지 서울 지하철3호선 경복궁역 전시장에서 개최된다. 한국과학재단(KOSEF)이 특수연구소재은행으로 지정해 지원하고 있는 야생초본식물자원종자은행(강병화 고려대교수)은 우리나라 자원식물 748초종의 종자와 560초종의 생태사진 전시회를 개최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전시회는 야생초본식물자원종자은행을 운영하는 강교수가 20여년간 들과 산을 돌아다니며 식물을 조사 연구하고 채취한 종자와 관련된 생태사진 2300여장이 전시된다. 야생초본식물자원종자은행에서는 현재 110과 1401초종 5958수집종을 확보해 필요한 연구자에게 분양하거나 채종정보를 제공하는 등 식물연구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주최측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일반인과 학생들에게 자연과 식물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자연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키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제민기자 jmye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