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직접 만드는 인문교양 잡지'로 잘 알려진 '인디고잉'(INDIGO+ing)이 최신호인 7·8월호에서 한국 사회 초미의 관심사인 광우병과 대운하 문제를 중요하게 다뤘다.
광우병에 대한 경각심을 강하게 제기하고 이와 관련된 촛불집회를 초기에 주도했던 층이 청소년들이었다는 점에서 이들 청소년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잡지라는 정제된 형태로 차분하게 내놓았다는 점이 먼저 눈길을 끈다. 또 '인디고잉'이 어떤 잡진가? 전국 유일의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전문 서점으로 부산에서 활동 중인 인디고서원(www.indigoground.net)이 발행하는 귀한 잡지다. 최근 한국을 들끓게 하고 있는 촛불과 쇠고기 정국에 대해 지역 청소년들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이번 기획은 마련해 주었다.
'광우병 문제가 발생하면서 생명의 위기를 느낀 사람들의 시위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저 역시 현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고, 또 그런 촛불 문화제를 느껴보기 위해 거리로 나가 촛불을 들었습니다. 소중한 시간에 이렇게 나와서 촛불 문화제를 펼치는 시민들을 보며, 우리들의 민주정신을 훌륭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시위는 온전한 생명의 존재로서 소와 따뜻한 정을 나누던 인간적인 삶의 회복을 위한 외침이 아닌, 우리만 안전한 먹거리를 먹으면 된다는,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에서 비롯된 시위였기 때문입니다.…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참다운 삶의 의미와 가치를 묻는 생태적 상상력입니다. 어느새 삶과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는 가장 근원적이고 본래적인 가치를 상실한 채 펼쳐지고 있는 구호나 저항들은 마치 오염된 바다를 인식하지 못한 채 그 바다 위에 일시적으로 일렁이는 파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것은 '인디고잉' 이번 호에 '생태적 상상력과 광우병'이라는 토론 주제를 제기하면서 김지현(19) 유진재(19) 군이 쓴 글의 일부다. 촛불시위라는 '현상'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본질'을 포착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인문적 성찰이 날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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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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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좀 펼쳐보려고 하니 광우병 걸렸네' 등 내가 죽고, 내 이웃이 죽고 우리 국민이 죽는 문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금 더 나아간다 해도 친미 정부, 자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정부를 탓하는 지점에서 끊긴다. 대한민국 안에만 들어오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들이다. 그러나 지구 위 어딘가에서 미친 소와 병든 닭, 그리고 오리는 여전히 아프다. 이런 병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누가 어떻게 끊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청소년은 집회현장에는 거의 없었다.' 정재윤 군은 자신의 글에서 현실을 이렇게 비판한다. 이렇게 되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만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이나경 양은 '환경은 생물에게 직접,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조건이나 사회적 상황을, 생태는 생물이 살아가는 모양이나 상태를 뜻한다'며 인간 중심적이고 이기적인 방식으로 흐르기 쉬운 환경이라는 개념보다 평등하고 생명을 감싸안을 수 있는 생태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인디고잉'의 청소년 필자들은 이번 호 '세계와 소통하다' '더불어 실천하다' 등의 기획면에서 이 같은 흐름의 토론을 이어간다. 세상을 주도하는 어른들이 길거리에서 '눈앞의' 문제들과 싸우느라 바쁠 때 청소년들이 진지한 토론과 독서로 '이 현상의 본질은 무엇이며 그 뒤엔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고 있는 광경이 이채롭다. '인디고잉' 편집진은 청소년의 목소리로 이 기획을 채운 것은 아니다. 석학 철학자 박이문(포항공대·시몬스대 명예교수) 선생의 '문명의 악몽과 인간의 선택', 김규항('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씨의 '우리 안의 대운하', 현병호(교육잡지 '민들레' 발행인) 씨의 '촛불이 밝혀주는 것' 등 생각 깊은 어른들의 글도 함께 실어 소통을 지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