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01일 화요일


"학생 징계 내용 공표해도 되나요?"


정당한 절차를 거쳐 징계 받은 학생의 신상을 공표할 수 있을까? 일선학교 교사들로부터 인권위에 전화로 상담하거나 홈페이지를 통해 문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학교폭력, 금품갈취 등으로 교칙을 위반하여 처벌받은 학생에 대해 게시판에 학년, 반, 성명을 공고 했을 때 인권침해에 해당하는지, 만약 인권침해라면 학년과 성만 기재해서 공고한다면 괜찮은지 여부를 묻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어떤 교사는 상습적인 금품갈취를 한 학생의 징계내용중 학교내 특정층의 출입을 금지하고, 이같은 내용을 공개한다는 것도 포함됐는데 이것이 인권침해인지 상담하기도 했다. 나아가 인권위가 게시판 공고시 학생의 인적사항을 기재할 수 없도록 권고하였다는데 결정문을 보내달라는 교사도 있었다.
학부모의 상담도 있다. 사립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학칙을 어겨 징계를 받았고 학교측이 게시판에 이름, 반, 위반사항, 징계내용을 공개했는데, 이것은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학교의 설립자, 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의 규정을 어긴 범법행위가 아니냐는 것이다.

쟁점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여부다. 우리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프라이버시(privacy)권은 자신의 사생활을 공개당하지 않을 권리와 자신에 관한 정보의 공개와 유통을 스스로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주요내용을 하고 있다.

위 상담사례와 관련 우선, 인권위는 징계사실에 대한 게시판 공고시 학생의 인적사항을 기재할 수 없도록 권고한 사례는 아직 없다. 또한 상담단계에서 인권침해 여부를 단정하여 답변할 수는 없다. 즉 개별적인 사안의 인권침해 여부는 진정을 할 경우 조사를 거쳐 위원회에서 판단하여 결정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공립학교와 달리 사립학교에서의 인권침해의 경우는 위원회법상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조사의 어려움이 있다. 다만 최근 일선 학교 교사나 학부모들의 질의가 잇따라 다음과 같은 원론적인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

먼저 교칙을 위반했거나 설령 법률을 위반한 학생이라고 할지라도 징계와 처벌 받은 사실은 프라이버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사실을 학교 게시판에 공표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물론 공익적 차원에서 프라이버시권을 제한할 수 있지만 이 경우도 명문화된 법적 근거가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 헌법 규정(제37조 제2항)이다. 실제로 일반 형사법에 대한 판결의 공시도 피해자의 이익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는데, 이는 형법 제58조 제1항을 근거로 하며 이와 별도로 반드시 법원의 판결에 의해서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학생의 징계에 관한 근거는 초중등교육법 및 동법 시행령에서 학칙에 위임하고 있을 뿐 징계사실의 공표에 대한 내용은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학생의 징계 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는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성명을 공개하지 않고 학년과 성만 공개하는 경우도 대상자가 특정되어 노출될 소지가 있다면 마찬가지라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상 학생에 대한 구체적인 신상정보를 공표하지 않고 처벌과 징계의 내용만을 공표하는 것은 프라이버시권 침해 논란과 무관할 수도 있다. 가령 ‘모년 모월 모일 어떠어떠한 학칙 위반 사실이 발생하여 관련 학생을 학칙 제00조에 의거하여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여 이러이러한 처분을 하였음을 공지한다’는 정도는 용인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령 위반 사실에 대한 공표의 취지가 그렇듯, 교육적이고 예방효과를 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학칙과 법령을 위반했다면 징계를 받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이와 별개로 공표문제와 관련 일선 학교 현장의 주의가 요구되는 대목인 것 같다.

 글: 박광우(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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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8-07-02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부분 학교 교칙에 공고하도록 되어 있죠.

BRINY 2008-07-02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모든 게 조심스러워요.
나이드신 교사들은 '덮어두지말고 공개해서 본보기를 삼아야해'라고 주장하시더라구요.

해콩 2008-07-02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특히 자라는 아이들은...' 이런 관점이 필요하지 않을까해요. 잘못을 반성하고 고쳐나갈 수 있는 기회를 뺏지는 말아야겠죠. 연세 있으신 샘들께서 아이들에게 좀더 너그러운 모습 보여주신다면 후배교사들이 더욱 존경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일벌백계의 본보기로 아이들을 징계하고 그 사실을 널리 알려 확실하게 낙인 찍어버리는 것, 잘못한 학생은 물론 다른 학생들까지도 잠재적인 '범죄자'로 규정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학교 교칙을 한 번 살펴봐야겠어요. 우리 학교는 어떤지...

글샘 2008-07-13 12:43   좋아요 0 | URL
학교가 노화되는 데도 큰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학교의 교사 평균 연령이 40대 중후반입니다. ㅠㅜ 젊은 교사가 너무 없죠. 아이들이 믿고 상담할 만한 친숙함이 없어진다는 건... 아이들의 학교 생활이 불행해진다는 거죠. 요즘 대학생들이 정치에 몰관심인 것도 학교이 노쇠화와 관련있지 않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