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가 있는 한 미주주의 국가라고 불러서는 안된다.

~또하나, 국가에는 군사적인 신체가 있습니다. 군사적인 조직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군사행동이 민주적이지 않다는 것은 명백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군사행동이라는 것은 폭력을 행사해서 상대방을 자신의 의사에 따르도록 강제하는 것입니다. 내 의사에 따르지 않으면 너를 죽이겠다, 라는 것이 군사행동의 기본인 까닭에 그것은 당연히 민주적인 것이 될 수 없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물론 적에 대해서 민주적이지 않다는 것은 당연하지만, 구사조직 자체가 반민주적인 것입니다. 군사조직은 기본적으로, 정치용어로 말하면, 독재입니다. 사령관이 있고, 그리고 사령관 밑에 권력의 위계구조가 있어서 명령은 위로부터 아래로 내려갑니다. 정보는 아래로부터 위로 전해지더라도 명령은 전부 위로부터 아래로 내려갑니다. 그리고, 폭력을 사용하여 병사들의 충성을 확인합니다. 명령에 따르지 않는 병사는 즉각 체포됩니다. 상관에 대해서 모욕적인 말을 하는 것만으로, 예컨대 상관에게 '바보자식'이라고 했다는 것만으로, 당연히 체포됩니다.

  전시에는, 예컨대 전선으로부터 도주하면 기본적으로 사형입니다. 전쟁이 벌어지면 죽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도망하더라도 죽지 않는다고 한다면 인간은 여간해서 전쟁을 계속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도주하는 사람에 대해서 재판을 하고, 사형판결을 내리는 경우도 있지만, 엄혹한 전쟁의 상황에서는 훨씬 더 가혹합니다. 예를 들어, 제1차 세계대전 때의 이야기로 흔히 들어온 것이지만, 전선에서 10미터쯤 뒤에 장교가 서서 총을 가지고 대기하고 있습니다. 전선에서 이탈, 도주하는 자기 나라 병사들을 사살하기 위해서입니다. 자신의 뒤에 이러한 인간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병사들은 도주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인간은 여간해서 전쟁을 계속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군대조직의 또하나의 특징은 각 병사, 개인의 일상생활의 세밀한 곳까지 철저하게 관리한다는 것입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24시간 동안의 일정이 있습니다. 저녁이 되어 자유시간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 24시간 전부 관리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서랍 속을 정리하는 일이라든가, 복장관리라든가, 모든 게 관리됩니다. 전부 규칙이 있는 것입니다. 그것을 깨트리면 처벌됩니다. 따라서 이것은 전체주의 조직인 것입니다. 사상으로부터 일상생활 아침부터 밤까지의 모든 스케줄, 전부가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폭력에 의해서 관리됩니다.

  이러한 군사조직 모델은 다분히 고대 로마로부터 전해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그 이외에도 군대조직은 있었지만, 로마공화국, 그리고 로마제국은 극히 합리적인 조직을 완성시켰고, 그 결과 수십년 동안에 지중해 주변 나라들을 모두 정복할 수 있었습니다. 대제국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 조직력에 있었습니다. 그것이 고대 로마의 비밀이었고, 그 이후 유럽의 군대조직은 늘 그것을 모방해왔습니다. 유럽이 그토로 간단히 많은 나라를 식민지로 만들 수 있었던 비밀도 거기에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무기보다도 중요한 것은 조직력이었습니다. 완전관리의 조직은 굉장히 강한 조직이 된 것입니다.

  민주주의 라고 일컬어지는 국가는 앞서 말한 정치적 신체 이외에, 이 군사적 신체도 갖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 일본은 종전 이후 최근에 이르기까지 그 군사적 신체가 가장 약한 나라였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건강한 젊은 남자라면 누구든 적어도 2년이나 3년간 군대에 들어가 훈련을 받지 않으면 안되는 나라가 많습니다.

  그것은 정부의 일부분입니다. 정부가 이것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가의 군대입니다. 따라서, 민주주의라고 일컬어지는 나라 가운데도 말하자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영역과 전체주의적인 영역이 있습니다. 국가 자체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조직과 전체주의적, 독재적인 조직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는 데가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정부는 경우에 따라 계엄령을 선포합니다. 계엄령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군대조직의 논리, 군대조직의 지배방식을 사회 전체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물론 노인이나 여성, 아이들을 간단히 병사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계엄령은 그 국가의 군사조지으로서의 신체를 사회 전체로 확대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라고 하면서도 그러한 반민주적인 조직, 민주주의 사상과 모순되는 큰 조직을 각 국가는 갖고 있습니다.

  일본의 전후 이데올로기에서는 평화와 민주주의는 거의 같은 것이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평화와 민주주의가 상호관계가 있는 것으로 별로 느껴지지 않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바로 평화라는 사고방식은 유럽에서는 그만큼 정착하지 않고 있습니다. 거꾸로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들이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귀족적인 제도보다도 전쟁에 강하다는 사고방식까지 존재합니다.

  그러나, 지금 말한 문맥 속에서 생각하면, 일본의 전후사상 쪽이 올바른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즉, 군대조직이 없어지지 않는 한, 국가가 진정한 의미에서 민주주의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군대조직이 강해져서 일반사회에 대한 영향도 강해집니다. 즉, 일상생활이 군사화합니다. 따라서, 전쟁의 가능성, 그리고 군대조직의 존재는 언제나 민주주의 사상과 민주주의 정신의 발목을 잡아끄는 것이 됩니다.

-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더글러스 러미스, 김종철/이반옮김, 녹색평론사, 2002, 128쪽~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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