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 "이명박, 자진 하야하거나 재신임 투표해야"




"박근혜나 개혁사기꾼이 당선될 가능성 높겠으나..."

진보논객인 박노자 오슬로국립대 교수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자진 하야를 하거나 재신임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촛불집회 등에서 이 대통령 퇴진 요구가 나온 적은 있으나, 진보진영에서 공개리에 이 대통령 하야 또는 재신임 국민투표 요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박노자 교수는 22일 < 한겨레 > 사이트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이명박에게 자진 하야를 바라는 이유'라는 글을 통해 최장집 고대 교수나 노무현 전대통령의 하야 반대 발언을 거론한 뒤, "헌정 혼란이야 나도 절대로 바라지 않으나, 혼란과 국민에게의 추가적 고통을 바라지 않는 바로 그 마음으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자진 퇴진, 그렇지 아니면 적어도 대통령에게의 재신임을 묻는 국민 투표 발의을 권고해드리고 싶다"며 하야 또는 재신임 국민투표를 주장했다.

그는 이같은 요구를 하는 이유로 최근의 심각한 경제위기를 지적한 뒤, "제대로 된 대책이 잘 시행되어지지 않는 오늘의 판국에서는 IMF과 비교될 만한 다음의 위기가 온다는 것은 사실 시간의 문제일 수도 있다"며 "이 난국을 뚫자면 일단 권위가 있고 다수의 신망이 가는 정치인이 통치자가 돼야 한다"며 이 대통령에게 위기를 극복할만한 리더십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이 자진 퇴진하고 60일 내에 그 후임자의 선거가 열릴 경우에는, 제가 좋아하는 노회찬 선생보다는 제가 전혀 좋아할 일이 없는 박근혜씨라든가 아니면 개혁 사기꾼의 무리 중의 한 사람이 당선될 가능성이 더 크다"면서도 "그런데 어쨌든 웃음거리가 되고 만 '미친소 대통령'보다는 그 통치 효과가 약간이나마 더 크리라고 믿고,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가 좀 캄캄하다는 걸 예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정말이지 혼란을 초래하고 싶어서 그러한 말씀을 드리는 게 아니고 민중에게 고통스러울 파국을 방지하고 싶어서 그러한 말씀을 드린다"며 거듭 이 대통령에게 자진하야나 재신임 국민투표를 요구했다.

다음은 박노자 교수의 글 전문.
이명박에게 자진 하야를 바라는 이유

요즘 한 가지 재미있는 쟁점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퇴진을 요구해도 되는가"라는 부분입니다. 제가 깊이 존경하는 최장집 교수가 이 부분에 대해서 신중론을 펴시는 듯한 모습을 보이시는가 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예 "헌정 혼란"을 경고하여 반대 의견을 내비치더랍니다. 글쎄, 헌정 혼란이야 저도 절대로 바라지 않습니다. 그런데 혼란과 국민에게의 추가적 고통을 바라지 않는 바로 그 마음으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자진 퇴진, 그렇지 아니면 적어도 대통령에게의 재신임을 묻는 국민 투표 발의을 권고해드리고 싶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대통령직이 아닌 대한민국을 사랑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그나마 멋지고 의미 있는 최후의 용단이 될 것입니다. 그게 대한민국에도 이명박에게도 이(利)가 될 것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이 점차 커다란 규모의 경제 난국의 영향권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경상수지가 5개월째 이렇게 적자 행진을 하고 있는 것은 IMF위기 직전의 시기를 빼면 언제 한 번 기억하십니까? 수출에만 의존하는, 비정상적 구조의 경제는 수출이 제대로 안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거의 고장난 자동차처럼 더이상 앞으로 잘 나아가지 못합니다. 해답은 대다수의 가용 소득 향상을 위한 정책, 즉 근로자 실제 임금의 적절한 향상을 보장해주는 정책인데, 그게 56%의 근로자가 비정규직으로서 고생하는 오늘날의 병리적인 상황에서 가능하겠습니까? 비정규직 고용 사유의 획기적인 제한, 1년 만의 정규직으로의 전환, 예외적 경우를 제외한 외주화의 금지와 같은 대담한 정책이 없으면 수출 의존 경제를 대체할 내수 주도적 경제의 건설이 불가능한데, 그걸 2MB에게 기대하는 것은 사하라사막에서 물을 구하는 일과 같은 일을 듯합니다. 제대로 된 대책이 잘 시행되어지지 않는 오늘의 판국에서는 IMF과 비교될 만한 다음의 위기가 온다는 것은 사실 시간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만일 그 위기가 닥치지 않더라도 성장 둔화세가 계속 이어져 영세자영업자 줄 도산 등이 지속되는 것은 이미 불보듯 뻔한 일이지요. 위기든 지속적 둔화세든 어쨌든 난국은 난국일 것입니다.

이 난국을 뚫자면 일단 권위가 있고 다수의 신망이 가는 정치인이 통치자가 돼야 합니다. 예컨대 저는 김대중의 "IMF극복"을 꼭 좋게 보지 않습니다만 ("극복"이라기보다는 빚쟁이가 되고 비정규직이 되는 노동자들에게 전가시켰을 뿐이지요), 김대중 정도의 카리스마가 아니었다면 그 때의 혼란이 훨씬 컸을 것입니다. 김대중을 혐오하는 사람은 한 둘이 아니었지만 김대중을 가볍게 보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아마도 없었을 것입니다. 저도 정치인 김대중에 대해서 만족보다 불만이 훨씬 많지만, 가볍게는 못보지요. 그런데 지금과 같은 형국에는 이명박을 가볍게 안보는 사람, 즉 이명박의 권위를 인정하고 그를 믿고 따를 사람은 대한민국에서는 몇%가 되는가요? 7%의 지지율로는 평상시의 대통령직 수행도 어려운데, 더군다나 오늘날과 같은 누란지세를 어찌 헤쳐나가겠습니까? 한 번 상상해보시지요. 위기가 닥치고 경제가 급격히 악화되는데, 모두들 다 우습게 보는 대통령이 이렇지도 저렇지도 못하는 그 끔찍한 상황을... 태풍이 곧 불 터인데 대한민국호에 모두들이 어느 정도 신뢰하는 선장이 필요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것은 꼭 제 정치적인 취향을 살리자는 취지에서는 아닙니다. 사실, 대통령이 자진 퇴진하고 60일 내에 그 후임자의 선거가 열릴 경우에는, 제가 좋아하는 노회찬 선생보다는 제가 전혀 좋아할 일이 없는 박근혜씨라든가 아니면 개혁 사기꾼의 무리 중의 한 사람이 당선될 가능성이 더 큽니다. 대다수가 "재분배, 복지형 모델 아니면 우리가 다 서민 지옥의 세계로 떨어진다"는 걸 이해하게 되자면 현존의 사회경제적 모델은 조금 더 철저히 망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실로는 그 60일 이후에 또 한 명의 보수주의자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이 크게 좋아질 일도 없을 것입니다. 이 시스템 전체를 갈아야 한다는 걸 깨닫게끔 만드는 각종의 고통들이 어차피 그대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어쨌든 웃음거리가 되고 만 "미친소 대통령"보다는 그 통치 효과가 약간이나마 더 크리라고 믿고,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가 좀 캄캄하다는 걸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명박의 후임자는, 적어도 이명박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몸조심이라도 하겠지요. "공공 서비스 민영화"와 같은 망상적인 행각부터 일단 무기한 유보나 좀 하고요. 그런데 지금까지의 이명박의 행동을 종합해보면 민의수렴 같은 걸 전혀 못하는 것 같고, 계속 소수에만 이롭고 다수에 해로운 정책으로 아주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아무래도 이 시점쯤에 대한민국호의 선장의 교체가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제가 정말이지 혼란을 초래하고 싶어서 그러한 말씀을 드리는 게 아니고 민중에게 고통스러울 파국을 방지하고 싶어서 그러한 말씀을 드립니다. 이명박대통령께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일심으로 판단을 내려 스스로 퇴진하시든지 아니면 적어도 국민들에게 재신임을 국민 투표로 묻든지 대통령다운 행동을 취해보시기 바랍니다.

/ 김혜영 기자 (vnn@views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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