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좋은 말씀만 드리고 싶은데 오늘은 샘들을 불편하게 해드릴 이야기를 두 가지나 하게 생겼네요. 송구한 마음부터 전합니다.

첫 번째 말씀드릴 것은 소풍에 관한 것입니다. 반별로 가게 될지 단체로 가게 될지 결정되지 않았을 때 반 아이들에게 넌지시 근처 산에 쑥을 캐러 가면 좋겠다고 말을 했더랬습니다. 반 아이들 몇 녀석이 쑥 캐러 가지 말고 예쁜 스카프 두르고 벗꽃구경 가자고 농담처럼 이야기를 하더군요. 아무튼 지난 토요일 회의의 결과 단체로 가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고 장소도 거의 확정이 된 상태입니다만, 제 마음속엔 아이들과 봄 한 나절 쑥을 캐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사그러들지를 않네요. 반별 소풍을 못가게 될 지도 모르고 가게 되더라도 가을엔 쑥이 없기 때문인가 봅니다. ㅠㅠ 샘들께서 허락해주신다면 저의 이 작은 소망을 이룰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7반만 따로 간다면 너무 불편하실까요? 우리반을 제외한 다른 반 아이들의 불만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예쁘게 치장하는 것 포기하고 체육복에 칼이랑 시커먼 비닐 봉지 들고 쑥캐러 가는 걸 부러워할 18세는 별로 없을 것 같거든요.^^ 지난 토요일 우리반 아이들에게는 "무조건 금정산 갈거다" 고 엄포를 놓아두었기 때문에 우리 반도 별 무리는 없을 것 같구요. 저도 가끔 독재를 즐긴답니다. 2차에는 반드시 합류하겠습니다. 샘들~ 이 일만 어떻게 양해가 안 될까요?

두 번째는 저희 반 야자에 관한 것입니다. 도망가는 녀석들이 생기고 야단을 치는 과정에서 이건 아니다 싶어 학급 투표를 했습니다. 야자에 대해 제가 별로 엄격하게 하지 않기 때문에 그래도 '지금처럼 운영하자'에 표를 던지는 녀석이 반은 넘을 줄 알았는데 완전 오산이었습니다. 23명이 '완전자율'을 원하더군요. ㅠㅠ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담임 체면에 결정을 번복할 수는 없고 채찍을 당근으로 바꾸어 성적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적이 떨어지거나 다른 반 친구를 꼬셔서 도망가도록 하는 경우 야자자유권을 박탈하겠다는 엄포도 놓았구요. 그럼에도 분명 저희반 야자 참여학생의 수는 오늘부터 서서히(또는 급격히) 떨어지리라 예상됩니다. 본의 아니게 다른 반의 학습분위기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 같구요. 앞으로 담임으로서 최선을 다 해 아이들의 학업에 신경쓰도록 하겠습니다. 걱정되시더라도 참고 지켜봐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꾸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