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글샘 > 시를 읽고, 가르치는 이유...

냉이꽃 / 백창우
냉이꽃이 피었습니다.
냉이꽃이 피었습니다.
사람의 발길 닿지 않은 외진 땅에
냉이꽃이 하얗게 피었습니다.
도랑물 따라 흐르는 맑은 바람처럼
고운 여자사람의 조그만 젖무덤처럼
따뜻한 숨결로 출렁이는
냉이꽃이 피었습니다.
냉이꽃은 소리 없는 노래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세상 가난한 이름들은 모두
소리 없는 노래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세상 가난한 이름들은 모두 소리 없는 노래입니다.
냉이꽃 3 / 오인태
그리움에 낮게
흐느껴 본 사람만이
볼 수 있으리라 냉이꽃
엎드려 고개 숙이면
낮은 자리 거기
그리움이 또 하나의
그리움을 불려 마침내
수천 수만의 그리움이
한께 손잡아
질긴 사랑으로 어우러진
냉이꽃 볼 수 있으리라
수렁처럼 절망해본
사람만이 볼 수 있으리라
엎어지고 밟혀
마침내 절망의 끝에서
절망의 뿌리까지 손톱으로
파헤치다 보면 거기
하나의 절망이 수많은
절망의 잔뿌리를 뻗쳐
서로 일으켜 세우는 봄
억센 희망으로 피어있는
냉이꽃 볼 수 있으리라
이 세상 가난한 이름들은 모두 소리 없는 노래입니다...
왜 가난한 이름들은 소리 없는 노래여야 할까...
왜 냉이꽃처럼 작고, 작아서 존재조차 드러내기 어렵고, 그래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이들...
그러나, 그런 존재들의 '있음'을 보는 시선들도 적잖이 있다.
절망의 아래, 잔뿌리로 뻗쳐있는 <힘>이 있음을 읽는 이들이 있다.
그래서 시를 읽고, 시를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 것 아닐까...
금융노조에서 23%의 창구 이용객을 무시하고, ATM을 이용하라는 발상이나,
이미 죽어가는 농촌을 확실히 죽여버리는 FTA의 발상이나,
잔뿌리의 <힘 power>을 생각하지 않은 <힘 force>의 폭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