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지원받는 교과... 내 과목을 마음껏 수업해보고 싶은 욕심에 늘 목말랐다. 혼자서 내 마음대로 꾸려나간후, 그 결과 아이들의 성적이 반마다 어떻게 나타나는지 실험(?)을 보고 싶었다. 더불어 전공하지 않으신 샘들이 내 교과 수업에 들어가야할 때 느끼실 불편함에 대한 책임감과, 어쩔수 없이 발생하는 아이들의 피해.. 늘 컴플렉스였다.

그래서 올해, 혼자서 한문 수업을 해보기로 마음을 냈다. 마침 담임도 짤린 터라 일주일에 20시간, 별 무리 없을 줄 알았다. 담임노릇에 쏟는 에너지와 시간에 비하면 일주일에 수업 서너시간 늘어나는 것 쯤이야 거뜬히 버틸 줄 알았지. 근데 그게 아니다. 지난 주부터 벌써 목이 뻐근해오고 가슴팍께까지 통증이 내려왔다. 한 시간 수업 들어가면 거의 50분을 쉬지 않고 떠들어대는 버릇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두 시간씩 이어지는 연강수업을 거의 매일 두 쌍씩 해야하고 그 위에 아직 낯선 업무까지. 2층 교무실에서 2학년 교실이 있는 5층까지 쉴새 없이 오르락내리락... 세 시간 수업 늘어난 것만큼이나 한 층만큼 계단 수가 늘어난 것도 피곤의 원인인 것 같다. 다리가 아프다. ㅠㅠ 샘들 말대로 아직 철들지 않은 정신 연령이 나의 객관적 신체연령을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지금에 와서 후회한다. 내가 피곤하니 목을 아끼게 되고 몸을 사리게 되고.. 결국 수업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욕심이었다. 에구.. 기나긴 일 년을 어떻게 견디나... 하루 하루가 무섭다. 악몽까지 꾼다면 꿈속에서 나는 오바하는 걸까? 평균 시수가 16시간이 되어야하는 이유를 뼈져리게(진짜 저리다.. ) 느끼는 중이다. 그런데 보충까지 일주일에 28시간씩 하는 샘들은 도대체 강철인간인 거야? (이건 절대 존경이나 감탄의 어조가 아니다. 보충까지 일주일에 28시간씩 수업을 해대면 과연 본 수업의 질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에서 터져나오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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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7-03-20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저도 시수는 16인데, 담임교실이 3층에서 4층으로 옮겨지고, 올해부터 보충수업 더 하라고 하고, 3월 한달은 전담임들 10시까지 남으라고 하고, 게다가 저희는 7시40분까지 애들 등교라...결국 감기 걸린 거 같습니다...정말 국영수 샘들은 어떻게 버티시는 지 모르겠어요.

해콩 2007-03-20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샘같은 조건은 거의 폭력인데요. 특히 '3월 한달 전담임들 10시까지 남으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등교시간 역시.. 허걱!!

제가 요즘 느끼는 건.. 교사가 건강하지 못하면 적절한 수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인데요... 솔직히 저는 안 그럴줄 알았는데 아프니까 몸을 사리게 되더군요.

교사건 아이들이건 '버텨내야'하고 '견뎌내야'하는 학교 상황이라면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이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교사가 신념과 소신대로 지치지 않고 편안하게 가르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는 관점에서의 교육은 언제나 이루어질까요? 그런 생각을 지닌 관리자는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요?

BRINY 2007-03-21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내 몸이 피곤하니 몸을 사리게 되고 의욕도 없어지고 대충 시간 떼우고 싶어지는데...관리자 본인은 수업도 안하고 내내 히터 앞에 앉아서 하루 2번 단잠은 꼬옥 챙겨서 주무시니 그걸 모르시나 봅니다.

글샘 2007-03-22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샘, 아침에 문집을 찾아냈습니다.
우리 교무보조샘이 아기를 낳은 어지러운 사이에 다른 학교 교지 사이에 곱게 모셔져 있더군요...^^
아침에 회의가 있어 대충 휘리릭 보았습니다. 리뷰는 나중에 꼼꼼하게 보고 적지요^^(두려우시죠?)
음, 20시간 수업이라... 정말 쉬는 시간 없겠군요. 하루에 4시간 수업있는 날이면 저도 힘든데... 매일 4시간 수업이라니...
저도 올해는 담임이 없긴 하지만 17시간 수업입니다. 근데... 이놈의 실업계 아이들이 올해부터 보충 수업에 대거 지원해서 일주일이 3,4시간 보충을 해야 합니다. 한편 좋은 일이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그렇네요^^
저는 한문 수업하기 좋아하는데... 언제 한번 같이 근무하게 되면 제가 한문 좀 할게요^^ 아님, 말고... 문집 잘 보겠습니다~~

해콩 2007-03-22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정말 다행이예요... 다른 샘 것을 뺏아서 다시 드리나 어쩌나.. 궁리 중이었거든요. (받아놓고 안 보시는 분도 계셔요. -.-;;) 리뷰는.. 생략하셔도 되는데..요... 어떤 평을 하실까 궁금하기도 해요. 열흘 만에 후다닥 만든 것임을 참작해달라고 하면 오히려 ' -'평을 받게될까요?ㅋㅋ 목소리를 살살 낮추고 말을 좀 줄이고.. 그렇게 겨우겨우 하루를 넘기고 있답니다. 내년엔 국어과 샘들 도움 받아야지요. 한문을 좋아하시는 샘께서 같이 해주시면 정말 좋겠어요. 그런 날이 꼭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