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에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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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7-03-15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며칠사이 의자의 소중함을 알았다. 학교를 옮긴 후 바꿔앉은 의자, 자꾸만 아래로 꺼져들어가 책상에 대롱대롱 메달린 형국이다. 장치에 힘을 주어 애써 고정을 시켜놓아도 내 몸의 무게를 못 이기겠는지 한사코 내려간다. 내 몸을 받쳐주는 의자.. 단지 의자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