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양장)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순수한 동심을 일으킬 것 같은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제목을 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 따뜻한 문체와 평화로운 시골 풍경, 그리고 우리의 사랑스러운 ‘잎싹’을 보며 내 마음까지 따스한 빛으로 감싸지는 것을 느꼈다.

  잎싹이는 양계장안에서 갇혀 사는 암탉이다. 그러나 그녀는 다른 주위의 암탉처럼 그냥 알만 낳고 모이만 먹으며 사는 삶을 마음속으로 거부하며 언제나 마당에 사는 암탉을 부러워하고 양계장에서 벗어나 자신이 낳은 알을 품을 수 있기만을 바란다. 잎싹이라는 이름도 바깥세상을 동경하며 나무의 잎을 보고 자신이 지은 이름이다. 이름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자신과 남을 구분할 수 있는 수단이며 정체성을 가졌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들과 다른 생각과 자신이 몸을 담고 있는 세계에 느끼는 거부감은 그녀의 평탄하고 무료했던 생을 깨부순다. 그녀는 자유를 사랑했고 상사병을 앓으며 천천히 죽어갔다. 결국 알을 낳지 못하게 되어 양계장 세계에서 버림을 받았고 바깥의 자유를 얻게 되었다. 버림받고 알을 낳지 못하게 된 것은 안타까웠지만 자유를 얻은 잎싹이의 모습에 무엇보다 기쁜 생각이 들며 대리만족을 느꼈다. 나에게는 잎싹이와 같이 내가 사는 곳을 뛰쳐나갈 용기도 없고 그만큼 열정을 다해 사랑할 만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잎싹이가 매우 부러웠고 잎싹이가 원하는 바를 진정으로 얻길 바랬다. 그러나 막상 닥친 현실은 가혹하기 짝이 없었다.

  자유... 그것은 얻지 못했을 때는 매우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유혹이지만 막상 자유를 얻으면 그에 따른 엄청난 책임을 지게 된다. 남들과 다른 삶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걷지 않는 외로운 길을 잎싹이 혼자 선택했다. 그렇기에 잎싹이는 외톨이가 되었다. 다행이게도 잎싹이는 나그네와 친구가 되지만 그와 함께 있지는 못한다. 마당에서도 쫓겨나고 마당 주위를 맴돌며 어정정한 위치를 유지하던 잎싹이는 우연히 친구 나그네의 알을 품게 된다. 평생의 소원을 드디어 이룬 것이다. 물론 태어난 아가는 병아리가 아닌 오리였지만 그녀는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었고 그녀의 모습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자신의 아가에게 끝없는 사랑을 주면서 아무런 댓가를 바라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 전통의 어머니의 모습이다. 가끔씩 언론을 통해 배 아파 놓은 자식을 죽이고 버리는 어머니가 있어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잎싹이와 같이 자신의 아이를(친자식이던 그렇지 않던 상관없이) 사랑하고 아끼는 어머니가 더 많이 있기에 오늘날의 세상은 아직까지 따스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에 잎싹이는 초록머리(잎싹이의 아가)를 사회로 내보낸다. 기약 없는 헤어짐에도 잎싹이는 초록머리의 앞길을 막지 않았다. 이것 역시 자식을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이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그 속에는 잎싹이의 큰 아픔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홀로 남은 잎싹이의 모습에서 가슴이 많이 아팠다. 무척이나 쓸쓸했을 것이다. 옛말에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는 말이 있다. 초록머리를 만나기 이전보다 더 쓸쓸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족제비에게 잡아 먹혔는지 모르겠다. 아님 자신도 한 아이의 어머니였기에 족제비의 아기들이 굶어 죽는 것을 방관할 입장이 못 되어서 그랬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잎싹이의 죽음이 약육강식이라는 자연의 세계를 말해 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다. 늙은 잎싹이는 그 족제비가 아니었더라도 다른 강한 이에게 죽임을 당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해가 간 뒤 돌아온 초록머리가 잎싹이의 흔적이 사라진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아마 잎싹이에게 좀 더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반성 할 것이다. 현재 많은 어른들이 그러하듯이. 나 역시 부모님께 좀 더 잘해드리고 싶지만 마음만큼 잘 되지는 않는다. 

  잎싹이의 삶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녀는 용기 있게 자신을 구속하고 있던 틀을 깸으로서 자신이 원했던 것을 얻었다. 잎싹이의 삶을 동경하지만 나는 그럴 만큼 의지가 강하지 못할 것 같다. 또, 꼭 바깥에서 만 꿈을 찾으란 법은 없지 않는가! 어느 곳이든 꿈과 이상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실천할 용기까지 생긴다면 일석이조. 잎싹이의 삶은 내 마음속에 따뜻한 감동으로 녹아들어 오래 기억 될 것이다.

민정이의 여름방학 숙제 -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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