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집 때문에 2월 개학하고도 정말 눈코 뜰새없이 바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어제는 종업식. 이미 끝난 3학년 반편성 중 우리반 녀석 하나를 바꿔야했고, 가시는 샘들 얼굴도 봐야했고.. 그러는 중에 우리반 아이들 예닐곱 녀석이 교무실로 와서 이런 저런 걸 물으며 얼쩡거렸다. 올려보내고 잠시 2학년 실에 들러 2학년 기획샘을 기다리다 조례를 하기 위해 교실로 들어갔다.

9반 교실을 지나는데 교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응? 풍선!... 교실 앞문으로 다가서니 아이들이 손에 촛불을 들고 책상은 모두 뒤로 밀어놓고 그렇게 다들 서 있었다. 그런 챙겨줌에 익숙치 않아 똥그래진 눈으로 교실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이끄는데로 교실에 들어섰더니 녀석들이 다 같이 노래를 불러주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스승의 은혜... 스승의 날엔 제일 듣기 거북스럽던 그 노래들... 정말 좋았다. 가슴이 따뜻했다. 칠판에 잔뜩 멘트 적어두고 풍선 붙여두고... 교탁위엔 케익과 꽃다발. 어머님들께 선물도 받고 예린이는 아버지께선 직접 쓰신 편지도 전해주었다. "우리 아버지 웃겨요. 나한텐 편지도 안쓰더니...^^" 어제 6,7교시엔 내가 아이들과 함께 교실에 있었는데 언제 이걸 모의하고 돈 걷고 했던 거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기에 너무 놀라고 감동스러웠다. 근데 왜 눈물은 안났을까?

종업식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시간이 너무 없다. 문집 글 안 낸 녀석 챙기고, 개인 문집에 넣을 자료 챙기고, 3학 신반 반편성을 눈이 빠져라 기다리는 녀석들에게 먼저 3월 2일 시간표부터 불러주고 사물함 다 비웠는지 검사하고 청소하고... 1년 내내, 결국 마지막 날까지 정신이 없는 담임이다 나는.

우리반 첫 반창회는 3월 1일이다. 12시 우리 반 교실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날 문집 나눠주고 그동안 찍은 사진들, 동영상들 보고, 점심으로 자장면 다같이 시켜먹고.. 그렇게 헤어지려고 한다.

그나저나 문집이... 오늘도 학교에 가서 일을 해야한다. 며칠 밤을 꼴딱 세워야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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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7-02-23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으셨겠어요. 부러워요~ 역시 여학생들은 저런 면이 참...
저는 16일날 종업식 했는데, 평소 종례하듯 밋밋하게 잔소리 퍼레이드. '야, 너희 이제 2학년이야. 2학년 가서 잘하고. 1학년하고 3학년 사이에서 샌드위치되서 치일까봐 걱정이야~ 1학년때 누구 반이였나는 소리 안 듣게 잘하고~ 봄방학 중에 공부 좀 하라구~ 교복도 좀 빨고 미장원도 댕겨오고~글구, 사물함이나 책상 속에 물건 다 챙겼지? 남기는 녀석들은 집에 못간다~'

글샘 2007-02-23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06년의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셨군요. ㅎㅎㅎ
저는 정말 쿨~한 종례를 마쳤습니다. 사실은 몇 놈은 이미 도망간 상태여서 종례할 힘이 없었어요ㅠㅜ 3월1일 반창회...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1년간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