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관측 이래 2월에 가장 많은 비가 왔다는 어제.. 밤새 70여mm의 비가 왔다네요. 오늘은 겨울비 내린 뒤끝이라 바람이 쨍합니다. 내일도 동장군의 기세가 만만친 않겠는걸요. 오랜 겨울 가뭄이 덕분에 해갈 되었으니 조금 춥긴해도 요깟 추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듯합니다. ^^


가내 두루 평안하신지요? 작년 12월 인사드리고 신년 첫 담임편지가 되었네요. 올 한해도 부모님 가정 두루 편안하시고 예쁜 우리 아이들도 부디 열심히 공부해서 모두 좋은 결과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오늘 3교시는 저희 반 수업이었는데 시작하기 전에 길~게 잔소리를 하였답니다. 요즘 담임인 제가 학년말 학교생할기록부 마무리와 교지업무로 바빠서 교실에 자주 올라가 챙기질 못했더니... 에구~ 녀석들이 한껏 들떠서는 지각도 심해지고 쉬는 시간에도 우루루 뛰어다니고 심지어 수업 종이 울려도 공부할 준비는커녕 한곳에 뭉쳐 서서 떠들고만 있기 때문이었지요.

"느그 수능 자신 있나? 우리 학교 내신 올리기 좋은 조건인 거 알제?"

"하루아침에 공부하는 습관 붙는 거 아니다. 다~노력과 연습의 결과다. 제대로 해라"

"니 마음처럼 다 떠들고 놀고 싶은 거 아니다. 느들 떠드는 몇몇 녀석들, 애들이 참아주고 있는 거 알기는 하나? 다른 친구들 생각도 좀 해라. "

제 잔소리의 요지는 이런 내용이었답니다. 고3이 코앞인 철없는 이 녀석들... 어쩌면 좋을까요? ^^;


정말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제부터랍니다. ^^ 실은 요즘 제가 바쁜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학급문집]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담임을 맡을 때부터 준비해온 일이랍니다. 지난 1년 동안 아이들이 제출한 자료들... 거의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습니다. 아이들의 흔적이 묻은 여러 가지 자료들을 그저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 너무 아깝고 마음 아파서 몇 년 전부터 해오던 작업인데 올해는 분량이 좀 많습니다. 제가 하는 활동에 저희반 아이들 툴툴거리면서도 잘 따라주었거든요. 아이들 허락은 이미 받았구요, 민경이, 희영이, 민정이가 편집위원으로 저를 도와주기로 했답니다. 그리고 반장인 다원이와 부반장인 예령이, 현주도 제가 말만 하면 도와주려는 마음이라는 걸 잘 압니다. 총무인 승연이와 소라, 예린이, 앞으로 미대갈 수진이도 포함해서요~ ^^ 사실 제가 떼쓰듯이 매달려 부탁하면 저희 반 녀석들 누구 하나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할 성품들이지요. (그렇지? 애들아~)


흠.. 아이들 꼬시기는 끝났고 이번에는 부모님께 부탁할 차례입니다.

글을 한 편씩 써주십사 하는 것인데... 내용은

OO이가 태어난 날 있었던 일들,

OO이와 다툰날,

OO이가 제일 미워보일 때는,

OO이가 가장 예뻐보일 때는,

OO아 미안해 그땐 엄마(아빠)가 잘못했어~

OO에게 보내는 엄마 아빠의 편지

고3이 되는 10반 모든 아이들에게 부탁하는 말

등등으로 자유롭게 써주시면 된답니다. 아니면 제게 답장을 해써주셔도 좋구요 ^^ (정말 좋지요)


어머님 그리고 아버님, 이런 쉽지 않은 부탁을, 이 바쁜 시기에, 이렇게 불쑥 내밀어서 정말 죄송한 마음입니다. 너무 부담 갖지 마시고 평소에 아이들과 이야기하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써주시면 된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이 특별한 사람의 일만은 절대로 아니며, 진심을 담아 쓴다면 맞춤법 띄어쓰기 안 맞는 것, 뭐 어떻습니까? 그 자체로 감동이라는 것을 아이들이나 저나 다 잘 알고 있답니다.


금요일, 그리고 연휴 3일, 화요일은 졸업식이 있고, 수요일 하루 수업하고 나면 다음주 목요일은 종업식입니다. 시간이 너무 촉박하여 마음이 쫓기고 있답니다. 아이들에게는 다음주 화요일까지 각자의 글을 제출하라고 하였습니다. 부모님께는 시간을 좀더 드려야겠지요? ^^ 종업식이 있는 다음주 목요일(22일)까지 아이 편에 전해주시면 아이들 문집 만드는데 정말 소중한 부분을 도와주시는 것이랍니다. 물론 담임인 제게도 더할 나위 없이 큰 선물이 되겠지요. 너무 죄송한 부탁.... 드려도 되지요?

그런데 어머님 아버님~ 도통 시간을 내기 힘드시거나 너무 부담스러우시면 3월에 나올 아이들 문집을 함께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답니다. 문집이야 사실 아이들과 제 몫의 일인걸요. ^^


아이들과 함께 늘 건강하십시오. 이것이 아마도 제 마지막 담임편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동안 길고 긴 제 편지 꼼꼼히 챙겨서 읽어주시고 아껴주신 것, 아이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답니다. 가끔 제 문자에 답해주실 때 감사의 답문자 일일이 드리지 못해 죄송하구요, 행여 제가 섭섭하게 해드린 일이나 실수한 일 있다면 다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그저 잊어(?)주십시오. 늘 마음으로 응원해주신 것, 마음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답니다. 우리 아이들이 있어서 지난 한해 무척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솔직히 힘들 때도 많았지만 우리 반 대부분 서로가 서로를 무척 아꼈답니다. 이 녀석들 하나하나 보고 싶고 그리울거예요. ^^ 에고에고 눈물이 나려고하네요~

가내 두루 평안하시고 아이들과 함께 늘 행복하십시오.


2007. 2. 14. 발렌타인데이에 10반 담임 드림.


아참! 혹시 편지 쓰실 때 필요하실까봐 예쁜 편지지 두 장도 함께 보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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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7-02-15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제 본격적으로 문집 제작에 들어가시는군요. 아이들이 3학년 올라가서도 샘님의 지지가 그리울 것입니다. 수고 많이 하시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