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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옷 한벌이 네팔 여성을 웃게 해요”
착한옷 만드는 ‘네팔리 바자로’ 쓰치야 하루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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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치야 하루요 네팔리 바자로 대표(앞)와 우시쿠보 쓰치야 간지 주디렉터.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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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이 제일 행복해요. 갈수록 성장하고 있으니까요.”
여성환경연대의 초청으로 지난 1일 한국을 방문한 ‘네팔리 바자로’(nbazaro.org)의 쓰치야 하루요 대표. 두 손으로 명함을 건네는 모습이 더없이 예절 바른 일본인이다. 네팔리 바자로는 연 매출액 2억3천만엔을 올리는 일본의 대표적인 공정무역 기업이다. 직원은 17명으로 비록 적지만 수만명에 이르는 소비자, 생산자 모두가 네팔리 바자로의 주인이다.
여성환경연대는 11월 안에 공정무역 사업으로 ‘희망무역’을 시작하면서 네팔리 바자로의 물건들을 베트남, 타이, 캄보디아의 수공예품과 함께 공급하기로 했다. 쓰치야 대표는 15년 동안 자신이 일궈온 ‘영업 비밀’을 여성환경연대에 일러줬다. “한국 여성들은 나 같은 시행착오를 줄이길 바란다”면서.
쓰치야 대표는 1992년 혼자 이 회사를 설립했다. 평범한 일본 중산층 아주머니로 살던 그는 “집, 직장, 학교 학부모회 어디서도, 무엇을 해도 행복하지 못했다”고 한다. 30대 중반, 인도차이나 난민의 참상을 다룬 책 〈인간의 대지〉(이누카이 미치코 지음)를 읽고 괴로움의 실마리를 알게 됐다. “동시대에 태어나 누구는 잘살고, 누구는 가난한데 그 사실을 외면하고 살기가 힘들었어요.”
그들의 대물림 가난 안타까워 창업, 현지인이 직접 짠 제품 일본에 팔아… 500개 일자리 3천명 먹여살려… 자나깨나 이익 최대한 돌려줄 고민
일본에 들른 한 네팔 여성을 통해 네팔 여성 대다수가 가난을 대물림해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들에게 자립 기반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현지로 날아간 그는 맨 먼저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다. 사사건건 간섭하고 단속하는 일본 분위기와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마구 뒤섞인 시장, 잘 웃고 잘 싸우는 네팔인들, 아름다운 직물들과 섬세한 직조기술을 지닌 여성들…. 그는 “네팔은 사실 훌륭한 문화를 지닌 나라였고, 네팔인들은 장인들이었다”고 했다. “풍족한 나라 사람인 내가 가난한 이들에게 뭔가를 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는 걸 눈치 채고 부끄러웠어요.”
하지만 마음만큼 일이 따라주지 않았다. 인도와 중국에 둘러싸인 내륙국이라 운송도 힘들었고, 다민족 다언어 국가라 사람 사이의 협동이 어려웠다. 눈 높은 일본 여성들의 마음에 쏙 들 만큼 꼼꼼한 제품을 만들기까지는 생산자들이 아무리 실수를 거듭해도 참고 인내로 설득해야 했다. 가족도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사춘기였던 큰딸은 마음에 병이 들어 시름시름 앓았다. 함께 사는 ‘파트너’인 우시쿠보 디렉터도 하루 2~3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했다. 쓰치야 대표는 “비행기를 탈 땐 늘 이 괴로움을 겪지 않고 사고로 죽기를, 비행기가 추락하기를 간절히 빌었다”고 했다.
특히 94년 유기농 커피를 팔 때는 아무리 팔아도 수지가 맞지 않아 애를 먹었다. 경영난에 직원이 모두 나갔고, 커피 한 봉지를 팔겠다고 500㎞나 되는 거리를 오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 노력 덕분에 일반 수매가격의 몇배나 되는 수익을 농민에게 돌려줄 수 있었고 농민들은 더는 커피 나무를 베지 않아도 됐다. 올해 초 판매를 시작한 ‘로쿠타’ 나무의 종이옷은 만드는 데 5년이 걸렸지만 실뽑기, 염색, 직조, 단추 달기 등 작업이 많아 일자리가 더 늘게 됐다. ‘네팔리 바자로’ 덕분에 네팔엔 상시적으로 500여개에 이르는 일자리가 확보됐고 3000여명이 생계를 유지하면서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됐다. 현재 네팔의 일본 수출품 절반 이상이 ‘네팔리 바자로’의 물건들이다. 네팔의 1인당 국민소득은 288달러지만 네팔리 바자로 생산자들은 대부분 이보다 많은 소득을 올린다.
예나 지금이나 쓰치야 대표가 가장 바라는 일은 생산자가 행복해지는 것. “네팔에서 늙은이 취급을 받던 39살짜리 네팔 여인이 일본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갈 때 즈음엔 얼굴에서 빛이 났다”면서 웃었다. 그의 곁에서 우시쿠보 쓰치야 간지 주디렉터가 말했다. “쓰치야 대표는 지금도 하루 5시간밖에 잠을 안 자요. 자나 깨나 생산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밖에 안 합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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