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면 진 술 서] 

 

위 본인은 2007년 1월 26일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진술함에 있어 부족한 부분에 대하여 서면진술서를 제출합니다.


이 징계가 얼마나 부당하고 졸속적인 행정처분인지는 다른 선생님들께서 충분히 진술하시리라 생각되므로 저는 제가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언급만 잠시 하려합니다.


지난 1월 9일 부산광역시 교육감님이 제게 보내신 [교육공무원 징계의결 요구서]에 기록된 징계사유는 이러합니다.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소속상관의 직무상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하고, 소속상관의 허가 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직장을 이탈하지 못하며, 노동운동 기타 공무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됨에도 불구하고 상기교사는 2006. 11. 22.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주최한 교육현안 관련 연가투쟁에 참가하여 복종의 의무, 직장이탈금지의 의무, 집단행위 금지의 의무를 위반함'


아울러 징계의결요구권자의 의견에는 '위의 위반 사유와 같이 국가공부원법 제56조 (성실의 의무), 제57조(복종의 의무), 제58조(직장이탈금지의 의무), 제63조(품위유지의 의무), 제66조(집단행위금지의 의무)를 위반하여 동법 제78조(징계사유)에 해당하여 경징계 의결 요구함'


우선 '소속상관의 직무상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하고' 에 관한 부분입니다. 2006년 11월 21일, 제가 저의 학교 다섯 분의 선생님과 함께 근무상황부에 ''전국교사결의대회참가'라는 사유로 익일의 연가를 신청했을 때, 저는 소속상관-교장선생님으로부터 이에 관한 어떠한 '직무상의 명령'도 받지 못하였습니다. 심지어 그분께서는 그날따라 하루 종일 저와 얼굴 한 번 마주친 일이 없습니다. 교감선생님께서 보여주신 교육청 공문 중에  '전국교사결의대회'에 참가하지 않도록 하고 연가결재를 하지 말라는 내용이 있었다는 사실은 기억납니다. 이 공문에 근거하여 소속상관인 교장 선생님께서 당연히 해당교사를 불러 '불참을 명령'했으리라고 여기는 것 같은데 제가 알기로는 저희학교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학교에서도 이러한 절차는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직무상의 어떠한 명령'도 없었으므로 '소속상관의 직무상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다'는 징계사유는 원천적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소속상관의 허가 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직장을 이탈하지 못하며'  에 관한 부분입니다. 이는 교사의 연가권과 관련 있는 부분입니다. 대한민국 모든 교사는 1년에 일정기간 연가를 낼 수 있는 정당한 권리가 있습니다. 연가를 낼 때 저희 교사들은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수업결손이 없을 경우 연가의 결재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11월 22일 연가를 예상한 저는 이미 두 주 전부터 여러 선생님과 수업을 바꾸어서 했습니다. 그날이 무슨 요일이었는지, 각각 몇 교시에 몇 시간 수업이 있었는지, 어느 선생님과 어떻게 수업을 바꾸었는지 저는 지금 이 자리에서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수업관련 네이스 입력자료 참조) 수업과 업무에 지장이 없는 한 교사에게 주어진 권리인 연가를 어떤 용무로 사용하는지는 관리자가 관여할 바가 아닙니다. 학교업무와 학생들의 수업에 지장을 초래할 일이 전혀 없는데 교사 개인의 판단과 정당한 권리행사를 무시하고 결재를 해주지 않는 것은 오히려 관리자의 직권남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이 경우엔 교육부,  교육청에서 공문을 내려 각 학교 관리자에게 결재를 해주지 말라고 지시한 일이 있으므로 교육청 교육부 담당자의 직권남용이라 하는 편이 올바른지도 모르겠습니다. 직장을 이탈했다함은 무단이탈을 말하는 것인데 저는 분명 업무와 수업에 전혀 지장이 없도록 사전에 처리해두었고, 근무상황부를 통하여 소속상관에게 알리고 결재를 득하기 위해 노력했으므로 이 역시 부당한 징계사유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노동운동 기타 공무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됨'에 관한 부분입니다. 우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조합원인 교사가 노동운동을 위한 집단행위를 보장받을 수 없다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왜 합법적인 단체로 인가해 주었는지 국가에 묻고 싶습니다. 이것이 너무 우활한 문제제기라면 교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교원평가'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겠다고 밀어부치는 교육부의 선포가 교사의 입장에서 과연 '공무이외의 일'인지 다시 묻고 싶습니다. 이 사안은 제가 전교조에 가입하지 않은 개인교사라 하더라도 충분히 반대의사를 표명할 이유가 있는 사안이며, 따라서 만약 제가 '전교조 조합원이 아닌 개인 교사 자격으로 그 집회에 참석하고자 하였다'라고 주장한다면 위 항목은 징계사유로 정당성을 잃게 되는 것인지 역시 묻고 싶습니다. 다시 말해 '집단행위'가 징계이유가 되는 것이라면 그것은 저 개인의 판단에 의한 '개인행위'였음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저는 대한민국 교사로서 '성실', '복종',  '품위유지'가 뜻하는 외연이 어디까지인지 알고 싶습니다. 교사로서 살아온 지난 8년 동안 저는 학생들에게, 학교업무에 성실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노력해왔다고 자부할 수 있으며, 이번 징계의 근거로 교육청 담당자께서 형광펜까지 그어주며 제시한 근무상황부의 지난 기록- 2001년  10월 10일의 조퇴, 2001년 10월 27일의 연가, 2003년 6월 21일의 연가, 그리고 2006년 11월 22일의 연가까지 단 한 시간의 수업결손도 없었음을, 어떠한 업무상의 지장도 없었음을 맹세합니다. 특히 2006년의 경우, 이미 교체수업으로 네이스에 입력까지 되어있는 저의 수업을 당일 보강으로 처리하였고 저와 수업을 교체한 교사가 거부하는데도 끝까지 보강비를 지급한 사실을 저는 어떻게 받아들여야합니까? 이것은 명확한 공문서 위조가 아닙니까? 더욱이 교육부와 교육청은 이를 지시하는 공문을 내렸고, 단위학교에서는 업무상 절차상의 문제가 전혀 없는데도 이 지시에 따르기 위해 연가결재를 거부하고 결강처리를 하여 해당교사들을 징계처리하려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이번 ‘징계가 징계를 위한 징계’임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교사는 더욱 '양심'에 따라 행동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사회 정의를 위해 양심에 따라 행동해야한다'고 말해야하는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정의에 근거한 스스로의 양심에 복종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교사로서 지켜야할 복종이며 성실이며 품위유지라고 생각합니다. 교사로서 제 행동에 관한한 아이들에게 당당해야한다고 생각하여 양심과 자유에 따라 행동하는 일이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는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아님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제 판단이 잘못된 것이고 제 행동이 교사로서의 '성실'과 '복종'과 '품위유지'에 어긋난 것이라면 아마 저는 징계를 받아야겠지요.


이 징계는 철저하게 부당합니다. 그것은 거기 계신 여러 징계위원님들이나 저나 잘 아는 사실입니다. 징계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할 수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음이 뚜렷합니다. 공문서까지 위조해가며 교사의 자유와 양심을 논리가 아닌 힘으로 억압하려 하는 일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더 이상 이루어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현장에서는 더욱 그러하여야한다는 것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겠지요. 그럼에도 벌어지고 있는 정부와 권력의 이 횡포는 역사적 평가 운운하기에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학교에서든 교육청에서든 어디서건 징계위원회가 마련된 이유는 '혐의자'의 진술권을 마지막까지 최대한 보장하여 억울한 사태를 줄이고 공정하고 형평에 맞는 법 집행을 하자는 것이 목적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혐의자'로서 제가 느끼기에 현실은 그들을 좀 더 압박하여 재범을 막는 구실로만 작용하고 있습니다. 징계위원을 맡으신 여러분들의 엄정하고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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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7-01-30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자 떼셨군요. ^^
징계위원회라는 것이 얼마나 유명무실한 것인지...
그래도 세상 많이 좋아졌어요. ^^ 옛날엔 한겨레 신문에 이름 하나 난 걸로 짤리던 시절도 있었는데... 연가를 냈다고 뭐, 경징계를 한다니... ㅠㅠ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2007-01-30 0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