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얀 입김 몽글거리고 코끝 빨개지는 계절입니다. 지난주까지 무자비하게 추웠지요? 금요일부터 기온이 살살 올라가더니 크리스마스인 오늘, 낮엔 살짝 덥기까지 하더군요. 내복을 껴입어서 그럴까요? ^^; 아무튼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입니다! 사랑의 마음, 그것의 실천을 전하고 간 예수님의 사랑이 온 누리를 감싸는 느낌이라 한결 안온하네요. 종교에 무관하게 감사하고 기뻐해도 좋을 듯합니다. 가내 두루 평안하시지요?


요즘 아이들, 집에서는 어떠한가요? 해마다 이 맘 때쯤엔 조금씩 보이는 모습입니다만, 기말고사 후 아이들이 지나치게 방방 뜨는 느낌이라서 살짝 걱정이 됩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의 화려한 불빛, 경쾌한 음악이 한창 뜨거운 나이인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가만 놔두지 않나 봅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녀석들의 젊은 피가 이해도 되지요. 하지만 그런 맘이 지나쳐서 방학 중 보충수업이나 몇 달 후 받을 입시스트레스가 더 무겁게 느껴지진 않을까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사실 12월 들어 지각도 잦아지고, 보충수업을 받지 않고 바로 귀가해버리는 경우(아이들 말로는 ‘쨌다’고 하지요. ^^;;)가 많아 교무실까지 불려와 야단맞은 아이들이 많아지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담임인 저의 속내로는 ‘어차피 자신들 몫의 인생이니 그 짐, 스스로 알아서 잘 감당하리라’고 믿습니다. 마음만 반듯하면 어떤 시간, 어떤 공간에서도 굳세게 잘 견뎌내겠지요.


근거 없이 아이들의 올바른 심성을 믿는 것은 아니랍니다. 스스로 챙겨서 크리스마스 seal을 살 줄 아는 배려나 강요하지 않아도 이웃을 도울 줄 아는 맘결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선한 본성을 믿게 됩니다. 아무리 미운 짓을 해도 절대로 진심으로 미워할 수 없는 이유이지요. 저희 반에 모두 13세트의 씰이 배당(?)되었는데 강매하지 않아도 이리저리 아이들이 다 팔아주더군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고맙고 이뻤습니다. 심장병 어린이 돕기 성금을 걷을 때에도 저희반 아이들 누구하나 빠짐없이 성의껏 주머니의 용돈을 털어 그야말로 정성스러운 마음을 담아냈지요. 23,000 정도의 액수였는데 돈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제 수중에 가진 것을 털어낼 줄 아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솔직히 제가 조금 협박을 하긴 했습니다. 시험공부 하느라 바쁜 아이들 곁에서 “100원이라도 내라. 정성 아니가, 정성!!”이러면서 말이죠. ㅋㅋ 못이기는 척 담임의 쌩떼를 받아준 아이들, 용돈으로 받았음직한 천원 지폐를 팍팍 내는 통 큰(?) 녀석들, 그 순간, 다들 어찌나 이뻐보이던지…. 제 눈빛이나 표정에 속마음도 묻어났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이들도 잘 알고 있다시피 이번 겨울방학은 최선을 다하여 공부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입니다. 저희 반은 15명 빼고는 모두 보충수업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강요 없는 자율적인 선택이 전제되었고 과목에 있어서도 가급적 본인이 원하는 과목을 공부할 수 있도록 하였으니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히 참여하였으면 합니다. 모두들 열심히 하는 분위기야말로 모든 아이들에게 유익한 것이 될테니까요. 혼자서 공부해보겠다고 다짐한 아이들도 처음 먹은 마음이 끝까지 갈 수 있도록 곁에서 잘 다독여주시면 좋겠습니다.


공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적당한 휴식과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일테지요. 평소 불편한 곳이 있었다면 겨울방학의 넉넉한 시간을 이용해서 충분히 치료가 될 수 있도록 챙겨봐주십시오. 그리하면 마음고생, 몸고생 심할 고3생활을 건강하게 잘 견뎌낼 수 있겠지요. 평소에 아이들은 주로 소화불량, 허리통증, 생리통 등으로 고생하는 듯 합니다. 소화불량은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도록 하고, 공산품으로 나온 과자나 패스트푸드 등은 가급적 삼가며 20번 이상 음식을 꼭꼭 씹어 먹으면 훨씬 줄어든다고 합니다. 변비에는 현미밥과 야채 과일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육류는 한 달에 한 번 먹는 것으로도 단백질 보충이 충분하다고 하네요. 그리고 두 끼 중 한 끼는 도시락을 싸다니는 것이 아이들 건강을 위해 좋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대량으로 조리하는 급식이 가정에서 챙겨주시는 도시락만 하겠습니까? 거칠고 소박한 밥상이 오히려 건강의 지름길이라고 합니다. 절밥이 건강에 좋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들 하지요. 허리통증은 책상에 바른 자세로 앉는 것이 중요한데 시간 날 때마다 제가 올바른 자세에 대한 시범(^^)을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허리통증에 좋은 운동도 함께 알려주고요. 실은 제가 올해로 요가경력이 4년째랍니다. 저도 허리통증으로 고생스러워 운동차원에서 요가를 시작했는데 요즘은 거의 아프지 않답니다. 그리고 생리통이 걱정인데…. 함께 보내드리는 유인물을 꼭 읽으시고 팥주머니 하나쯤은 만들어두셨다가 온 가족이 활용해보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생리통에 좋은 운동도 소개되어있답니다.


아이들 먹거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급식업체 연장’에 관한 사항도 부모님께 알려드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 업체인 삼보유통의 계약기간이 올 12월로 종료가 되었는데 1년 연장할 수 있다는 세부규정에 의해 학교운영위원회를 개최한 결과 교직원과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조건으로 연장하자는 의견이 통과되었습니다. 그리고 계약서를 쓸 때, 학생회에서 요구한 조건들을 업체가 거의 받아들였습니다. 요구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학교의 전 교직원과 아이들, 그리고 부모님이 함께 업체 측이 조건을 충실히 이행하는지 어떤지 살펴보아야할 것 같습니다. 올바른 식습관에 관한 지도가 가정에서 함께 이루어지면 금상첨화이겠지요.

          낙동고 학생회 요구사항 이행 각서

1. 학생회에서 일주일에 한 번 조리실을 참관하도록 한다.

2. 세척이 부실한 식판을 교체할 수 있도록 식판을 넉넉히 준비한다.

3. 일주일에 7회 이상은 잡곡밥을 제공한다. (중식석식포함)

4. 이벤트 요리를 한 달에 한 번 제공한다.

5. 국산 식자재를 사용. 수입식자재일 경우, 메뉴에 기록하여 사전에 알린다.

6. 잔량이 부족할 경우, 최대한 빨리 여분을 조달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대체할 음식을 즉각 제공.

7. 유인물로 나누어진 메뉴에 변동 되는 일이 없어야 함.

8. 식판을 좀 더 청결하게 세척 관리함.

9. 위생에 철저를 기한다. (배식차, 조리원 의상 등 청결유지)

10. 남학생과 여학생의 급식 배분량에 차별을 두지 않을 것.

11. 과일과 채소류를 늘인다.

12. 한달 메뉴를 정할 때 학생회와 사전에 상의한다.

13.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14. 한 그릇 음식은 한 달에 두 번 정도로 한다.

이상과 같은 요구사항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확약합니다.
(주) 삼보유통 부산광역시 진구 양정동 321-4 대표이사 이용우


지난 여름방학, 아이들에게 내준 담임의 여름 방학숙제를 기억하시는지요?  ‘겨울방학 숙제’도 준비했습니다. 회색빛 도시 안에서만 생활하는 아이들, 감수성도 회색빛일까 염려스러워 나름대로 궁리해서 만들어낸 ‘감성키우기’ 숙제입니다. 방학 짬짬이 틈이 날 때 아이들이 원하는 것 몇 가지 정도는 해볼 수 있도록 시간적, 정신적 여유를 배려해주셨으면 합니다.


함께 동봉한 성적표가 대입에 반영될 내신입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그리고 수행평가까지 합산되어 과목별 등수와 그에 따른 등급이 안내되어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성적표 가정통신문난을 참고로 하시고 아이들의 각 과목 등급이 어느 정도인지 꼼꼼히 챙겨보셨다가 내년 3학년 담임선생님과 아이들 진로에 관한 상담을 하실 때 참고로 하시면 실질적 도움이 될 듯합니다.


2월에 다시 연락을 드릴 생각이지만 이것이 올해 마지막 담임편지가 되겠네요. 일곱 번에 걸친 담임편지, 갖가지 사소한 부탁도 많고 주문도 많고… 너무 길어서 읽어내기 번거롭고 힘드셨지요? ^^; 간혹 ‘부모님께서 편지를 버리지 않고 모아두신다’는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전해들을 때, 마음속에 잔잔한 파도가 일곤 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아이들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새해 복 가득 받으세요.

2006년 12월 27일. **고 2학년 10반 담임 고이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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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12-27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 늘 감사할 일이지요. 아이들이 있어 우리가 있으니까요.
덕분에 저도 그걸 생각했네요. 오늘은 연말정산 마치고 아이들에게 오랜만에 편지나 한통 써야겠습니다.
참, 어제 시디와 고운 연하장을 잘 받았습니다. 과분하게도...
저야말로 해콩샘 글들을 보면서 용기도 얻고 하는걸요. 찐빵은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음 기회로 미뤄 두죠. ^^ 즐거운 방학을 맞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