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가는 강마을에서

                                                             - 문태준

 

어리숙한 나에게도 어느 때는 당신 생각이 납니다

당신의 눈에서 눈으로 산그림자처럼 옮겨가는 슬픔들

 

오지항아리처럼 우는 새는 더 큰 항아리인 강이 가둡니다

 

당신과 나 사이

이곳의 어둠과 저 건너 마을의 어둠 사이에

큰 둥근 바퀴 같은 강이 흐릅니다

 

강 건너 마을에서 소가 웁니다

찬 강에 는개가 축축하게 젖도록 우는 소를 어찌할 수 없습니다

낮 동안 새끼를 이별했거나 잃어버린 사랑이 있었거나

목이 쉬도록 우는 소를 어찌할 수 없습니다

우는 소의 희고 둥근 눈망울을 잊을 수 없습니다

 

어리숙한 나에게도 어느 때는 당신 생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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