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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인디아 - 지리산 소녀 윤, 세상을 만나다
정윤 지음 / M&K(엠앤케이)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처음에 신문기사로 이 책을 봤다. 지리산 소녀가 세상을 만났다는 기사. 그 기사를 보며,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이렇게 키워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 제 갈 길을 찾아가는 씩씩하고 자유로운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한 아이다.
그리고 책을 봤는데 꼬물거리는 낙서가 맘에 들었다. 이쁜 뼈다귀로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 참 귀엽다. 엄마와 같이 인도여행을 한 이야기에, 혼자서 인도의 어느 국제고등학교에 기숙사 생활하며 다니는 이야기, 아 참, 하마트면 질투가 나서 못 읽을 뻔 했다 이 책을^^; 낯선 외국 땅이 무섭기부터 해서 아직 제대로 배낭여행 한 번 못해봤는데, 16살에 인도로 유학가고 말이야!!
그런데 윤의 이야기를 읽으며 시원했던 게, 활짝 열려 있는 마음이었다. 인도의 어느 동네를 구경하다가 맘에 드는 아이가 있으면 그 애랑 놀고, 기차에서도 길에서도 누구에게나 쉽게 말 걸고 놀 수 있는, 세상을 향한 자유로움이 참 시원하게 느껴졌다. 인도에 있는 학교가 맘에 든다며 가고 싶은 학교에 당당히 문을 두드리듯이 말이다.
어른이 쓴 다른 여행기처럼 인생을 깊이(?) 느끼는 글이 아니라서 처음엔 좀 낯선 느낌도 들었는데, 어느새 윤이의 통통 튀는 매력에 빠지게 됐다. 상큼한 바람 같은 아이다^^ 윤이의 엄마도 참 멋진 분이다. 기차에서 큰 배낭을 잃어버린, 바로 그 다음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자리가 떨어지는 바람에 왔다갔다 하는 사이 제일 큰 가방이 없어졌다고 한다. 그것도 인도에서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하려는 때에!! 라면과 약품, 휴대폰, 제일 좋아하는 바지를 비롯해 옷이 잔뜩 가방을 누가 들고 가다니. 그런데 기운이 쫙 빠져 있는 아이들을 보며 엄마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단다. "하하, 이렇게 황당한 일이!?" 화를 낸다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고, 화 내고 짜증 낸다 해서 그 가방을 찾을 것도 아니니까! 어떻게 보면 가장 무거운 가방이 사라졌으니 우리는 이제 짐으로부터 해방이다! 아싸!
인도에 여행 다니는 사람답다^^ 내가 제일 주체 못하는 순간이, 뭔가를 잃어버렸을 때 혹은 이미 지나가버린 일, 이미 벌어진 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미련 떠는 건데, 이 얘기를 읽으면서 한 수 배웠다. 나도 언제 써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