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에 혼자 개심사를 찾아갔습니다.
그냥,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어서요.
마음을 연다, 라는 절 이름도 맘에 들고, 휘어진 나무를 그대로 썼다는 옛 건물도 보고 싶고.

아침 일찍이 아니라^^; 10시에 집을 나서서 개심사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4시,
왜냐면....
서산행 버스를 탔다가 운산에 내렸어야 하는데 긴가민가해서 서산까지 갔고,
거기서 개심사행 버스를 물어묻다가 눈앞에서 버스를 놓쳤는데 다음 버스가 1시간 반 뒤라네요.
개찰구에 있는 할아버지에게 물어 근처의 맛있는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할아버지께 음료수 하나 사드리고 버스를 탔는데 40분을 가서 개심구 입구에 내렸어요.

여기서 개심사까지가 또 3킬로미터. 
왼쪽엔 산 오른쪽에 저수지인 아스팔트 길 따라 걸었습니다.
간간이 차들이 지나가는데 얻어 탈 용기가 안 나서 결국 다 걸어갔습니다.
40분 걸리더군요--; 멀리 뵈는 개심사 일주문이 어찌나 반갑던지.
그렇게 간 개심사에서 볼 건 다 봤는데 큰 감흥은 없었습니다. 너무 기대를 해서 그런가...^^

개심사를 나와 다시 땡볕에 단조로운 길을 걸으려니 그야말로 허거덩~~
쭈쭈바 하나 물고 가다가 지나가는 차를 향해 냅다 손을 내밀었죠.
차가 서고 아저씨가 주섬주섬 앞자리를 치워줘서 탔습니다.
버스 다니는 길까지 데려다주기로 했는데, 서울 간다고 하니 
자신이 가는 해미에도 서울 버스가 있다 하여 해미에 갔습니다.
참 친절한 분이었어요. 베리베리 땡큐~~

덕분에 해미에 가서 터미널 바로 근처에 있는 해미읍성까지 구경하게 된 거죠.
성에 올라서니 발 아래 풀섶이며 담쟁이 덩쿨도 좋고, 탁 트인 넓은 공간이 좋았습니다.
잠시 앉아 해질녁의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자니 
'힘들지만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행도, 사는 것도.
개심사를 찾아간다고 오후 내내 땡볕 아래 고생하다가
용감하게 차를 얻어탔는데 운좋게 여기 해미까지 와 이 시원한 풍경을 맛본,
꽤 괜찮은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정보:

차가 있으신 분은 알아서 가시면 되고~대중교통 이용하시려면, 히치를 잘 해야 합니다^^

남부터미널에 가면 서울-서산, 서울-해미 버스 있습니다. 6,800원.
개심사를 가려면 서산행 버스를 타고 가다가 운산에 내려(아저씨한테 말해야 내려줍니다!)
(서산에서 오는) 개심사행 시내버스를 타고 20여 분 가면 개심사 입구.
여기서 3km를 걷든지 차를 얻어타든지^^
개심사 입구에서 해미까지는 차로 한 10여 분 걸렸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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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아 2007-08-03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반인들이 들어갈 수는 없지만 개심사 근처에 개심사 선방이 있어요. 스님들 따라 가서 차 마시고 온 적이 있어요. 놀러오신 수녀님들도 청하셔서 같이 마셨죠. 해질 무렵 개심사에 갔더니 스님이 북을 치고 계셨어요.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이었어요. 노을 빛에 장삼을 휘날리며 북을 치는 스님, 북소리, 구경꾼들...가요 부르듯이 노래처럼 경전을 외며 즐거워하시던 비구니 스님들과 같은 차를 타고 산을 내려왔었죠. 전 편하게 다녀왔어요. 편했지만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에요. 님은 힘들지만 잊혀지지 않을 여행을 하셨군요. 반가워요, 개심사를 다녀오신 님.

낯선바람 2007-08-03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누아님 오랫만이에요. 개심사에서 멋진 추억 갖고 계시는군요~~~ 좋은 시간에 좋은 사람들과의 우연한 만남, 와~ 멋진 추억 들려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