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가족들의 이야기

가족 방랑기
가쿠타 미쓰요 지음, 신유희 옮김 / 해냄 / 2007년 11월

  아주 특이한 가족들이 등장한다. 아니, 어쩌면 지극히도 평범한 가족이 등장한다. 가족. 이름만 들어도 따뜻해지는 그들의 이야기는 가쿠타 미쓰요의 '가족 방랑기'라는 책을 통해 탄생 된다. 또, 이 책에서 등장하는 둘째 고토코가 쓴 소설에 의해 이들 가족은 재 탄생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가족들은 부모님과 네 명의 자매들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사진첩에 담아놓듯, 글에 옮겨 쓴 이가 바로 둘째, 고토코 이다. 그 소설로 인해 그녀는 상을 받게 되고, 가족들은 처음으로 호텔에서 하는 호화스런 파티에 참여하게 된다.  그녀는 그 책이 소설 혹은 에세이라고 한다. 하지만 가족들이 보기엔 자신들의 이야기에 말도 안되는 상상을 더해놓은 것 뿐이다. 그 책엔 첫째인 아리코가 고등학교 시절 남자친구와 함께 야반도주를 했다는 엄청난 비밀이 쓰여져 있고, 그 책으로 인해 아리코의 결혼생활은 위기를 맞는다. 이렇듯, 고토코가 쓴 단 한 권의 책으로 인해 이 가족들에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준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가족의 막내인 리리코에게 숨겨둔 동생이 또 하나 있다. 가족들에겐 잊혀졌을지 모르는 동생이지만, 항상 자신의 말동무가 되어준 폰키치이다. 그는 태어나기도 전에 죽었으며, 아직 그의 성별이 무엇인지 파악도 되지 않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녀는 태어나지 못한 동생이 남자라고 믿고 있다. 고토코가 쓴 소설에선 아침마다 화장실에서 초능력을 연구한다는 그녀는 이 책의 화자가 되어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쿠타 미쓰요의 책으론 벌써 세 번째이다. 아니, 아직 세 번째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내가 가쿠타 미쓰요의 소설을 접하는 세 번째 소설인 셈이다. 읽은 세 소설 모두가 다 다른 이야기들임에도 어쩐지 감상은 비슷한 것 같다. 우리네 일상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담담하면서도 재미있게 묘사해 나간다. 그래서 그런지 마치 나의 일 인양 많은 공감을 하며 읽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 역시도 한 가족의 일원이 된 것처럼 읽곤 했다. 마치 나의 가족이야기인 듯 말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 가족은 특이하면서도 평범한 가족이다. 또,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이지만, 어디에도 없을 법한 이야기이다. 그냥 한 가족의 일상이 담긴 평범한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가족들의 인생을 담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판타지 소설처럼 기이하고 놀라운 이야기가 아닐지라도, 네 가족의 이야기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특별한 웃음도 특별한 감동도 담겨 있지 않지만 당연하다는 듯 가족이야기이기 때문에 따뜻함이 묻어나오는 책이다.

 

 

  가쿠타 미쓰요의 책을 읽고나선 항상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또 한 번 읽고 싶다. 그 이유는 이 책이 엄청 자극적이고 재미있기 때문이 아니라, 공감되고 편안하며 따뜻함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도 그런 느낌을 받기엔 충분한 책이었다. 가족들이 떠오를 때, 가족들의 따뜻함이 그리울 때 또 한 번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