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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분만 더
하라다 마하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맘껏 사랑하세요, 후회하지 않도록..
라면을 끓이기 위해서는 5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고, 드라마 한 편을 보기 위해선 약 1시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책 한권을 보기 위해선 최소 2시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셀 수 없고, 멈출 수 없기에 더 소중한 것이 시간이라는 것이다. 그럼 그 1분이라는 시간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앞의 예에 따르면 우린 설익은 라면을 먹어야 하고, 드라마와 책이라면 한창 재미있을 때 그것을 멈추어야 한다. 1분이라는 시간이 누군가에겐 아주 하찮은 시간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너무나도 소중하고 간절한 시간일 수도 있다. 지금부터 난, 아주 간절하게 바랬던 한 사람의 일분에 대해 말할 참이다.
한 여자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가미야 아이. 그녀는 패션잡지 에딥터이며 꿈과 야망이 있는 커리어 우먼이다. 광고 카피라이터인 연하남과 그들이 키우는 개 리라가 있다. 그들은 외곽도시의 전원주택에서 살고 있다. 리라를 키우기 위해 그곳으로 이사왔으나, 직장과 멀어진 탓에 직장생활이 힘들어진다. 꿈과 야망이 있는 그녀는 그런 생활에 점점 지쳐가고, 결국 우유부단한 연하남과 직장생활에 방해가 되는 리라와 이별을 하기로 작정한다.
“나, 이 집에서 나갈래. 정말 지겨워. 여기 있을 이유가 없어. 자유로워지고 싶어. 일도 더 열심히 하고다란 사람하고 연애도 하고, 자기한테도 그게 좋을 거야.”-p.107
그렇게 6년간 동고동락한 리라와 헤어지려는 찰나에 리라가 다시 아이의 품으로 돌아왔다. 마치 자신에게는 아이 하나뿐이라는 듯. 그런 리라가 병에 걸렸다. 암이란다. 바쁘다는 핑계로 잘 돌봐주지도 못하고, 항상 자신을 기다리기만한 리라가 곧 죽는다. 육년 간 나를 기다리기만 한 그 녀셕, 제발 내 품 안에서 잠들 수 있게 해주세요.
... 내가 갈 때까지 리라는 반드시 기다려줄 거에요. 지금까지 육 년간 그 녀석은 언제나 나를 기다려주었으니까요. 계속 기다리기만 했다고요. -P.225
이제 잠시 나의 이야기를 하겠다. 나는 우선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개’를 소재로 한 이 책에 대한 거리낌이 있었다. 개에 대한 애정이 없는 사라이 개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책을 전부 공감하고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점 꿈과 야망으로 가득 찬 가미야 아이라는 인물과 그의 개 리라에 빠져들게 되었다. 담담하게 말투지만, 개에 대한 사랑도, 여성으로서의 고독과 열정도 모두 잘 그려냈다.
하지만 눈물을 많이 쏟진 않았다. 역시나 개에 대한 애정이 아직까진 부족한가 보다.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눈물이나 펑펑 쏟아내 볼까 했지만 역시나. 그렇다고 이 책이 아무 느낌없는 그런 시시껄렁한 책은 아니다. 현대 여성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는 가미야 아이를 통해 여성으로서 많은 공감을 느끼게 했고, 아이가 힘들 때 옆에서 도와주는 따뜻한 사람들로 인해 웃음을 짓기도 했다.
평소 자신을 기다리기만 했던 리라와의 이별을 통해 삶에서 진실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는 과정을 그려낸 책이다. 이 책의 뒷표지에 이런 글귀가 있다. ‘맘껏 일하고 맘껏 사랑할 것! 후회가 남지 않게···’ 마치 주인공 아이와 리라가 내게 속삭이는 것 같다. 후회하기 전에 맘껏 일하고 맘껏 사랑하라고. 끝으로 바쁘다는 핑계로 소중한 것을 그냥 지나치지는 않았는가 깊이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