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향해 뛰는 따뜻한 이야기.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 1 - 제자리로!
사토 다카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0월

  은은한 수채화같은 아름다운 표지. 거기에 무려 세 권이란 분량에 ‘제자리에’, ‘준비’, ‘땅’ 이라는 독특한 부제목을 갖고 있다. 제자리에, 준비, 땅! 마치 초등학교 운동회를 연상케 한다. 역시나 달리기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다.

꿈? 빨라지는 것. 그렇다. 단 한 가지. 빨라지는 것. 그것이 나의 꿈이다.

  축구선수의 꿈을 키우다 좌절한 고등학생 신지는 친구 렌과 함께 육상부에 들어가게 된다. 그들의 주요 종목은 ‘단거리 달리기’이다. 달리기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 렌에 비해 신지에겐 이제 막 시작한 애송이에 불과하다. 그런 신지의 꿈은 빨라지는 것이다. 친구인 렌보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빨라지는 것이 꿈인 신지의 고등학교 3년간의 이야기, 처음 달리기를 시작하는 3년간의 이야기가 세 권에 모두 담아져 있다.

  50m이든, 100m이든 달리는 순간 바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 이 책 제목인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의 의미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제자리에. 달리기 전 준비 단계이자, 신지의 고등 1년의 생활을 담은 1권의 부제목이기도 하다. 단지 빨라지겠다는 꿈만 가진 채로 육상부에 들어가 훈련을 받는 과정이 나타나 있다. 그런 신지가 400m 이어달리기 계주가 된다. 빨라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신지의 모습과 팀원이 함께하는 이어달리기의 모습이 마치 내 청춘의 한 기억 같았다.

달리는 느낌. 적당히 가속하다 최고 속도로 올려서 직선을 쌩하고 달리는 감각. 몸에 감기는 바람과 트랙의 감촉. 그것은 오토바이로도 스포츠카로고 롤러코스터로도 맛볼 수 없는 것이다. 내 발로 만들어내는 속도의 상쾌함. 몸이 날아가는 듯하다.

  준비! 달리는 순간의 바로 전 단계이자, 신지의 고등 2년의 생활을 담은 2권의 부제목이다. 그 어느 때보다 긴장되는 순간이다. 빨라지겠다는 꿈을 안고 열심히 훈련에 임한다. 졸업을 앞둔 모리야 선배의 뒤를 이어 주장을 맞게 된 신지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땅! 달리기 시작한 순간, 마지막 결승점에 도달했을 때의 아쉬움이 가장 많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고등학교 마지막 결승점에 도달했을 때의 그 아쉬움. 책이 끝나감에 느껴지는 아쉬움. 신지와 함께한 고등학교 3년간의 세월도, 달리기를 한 3년간의 세월도 모두 아쉬움으로 남게 되었다.

  무려 세 권이라는 많은 분량임에도, 똑같이 달리는 이야기임에도 어느 한 부분 질리는 순간이 없었다. 각 권마다 새로운 에피소드에 새로운 긴장감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왔다. 청춘과 달리기. 평범한 소재임에도 이 책은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달리기를 싫어했던 나도 그 누구보다 빨리 뛰고 싶었다.

  은은한 수채화 같은 표지만으로도 충분히 표현해주는 ‘청춘’이라는 느낌. 그래서 이 책이 더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른다. 단순한 달리기에 관한 책이 아니라 청춘이 가득 담겨져 있었기 때문에···내 생에 가장 행복한 순간이면서도 가장 소중한 순간이 아닐까 생각된다. 청춘. 그 따뜻한 순간을 만나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