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샘에게 그의 지혜가 전달될 수 있다면

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문재.김명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내 소중한 손자 샘에게 그리고 세상의 모든 ‘샘’에게

그들의 연약함이 우리의 가슴을 열어주기를

그리하여 그들은 보살핌을 받고 우리는 위로받게 되기

  마치 할아버지의 무릎에 앉아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이 책을 보았다. 대니얼 고틀립. 그의 소중한 손자 ‘샘’이 되어. 세상의 모든 ‘샘’ 중 한명이 되어.

  이 책의 저자인 대니얼 고틀립은 젊은 시절 교통사고로 인해 전신마비가 된 심리학자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유일한 손자인 샘이 자폐 판정을 받자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이야기들을 기록한다. 그 기록들이 모여 ‘샘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책을 탄생하게 했다. 비록 샘은 지금 당장 이 글을 읽을 수 없다. 하지만 세상 모든 샘에게 그는 자상한 할아버지가 되어 인생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진 속 샘은 너무 예쁘다. 그의 환한 표정을 보면 나 또한 웃음이 날 정도이다. 그런 샘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할아버지 대니얼 고틀립. 그 둘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사실 난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외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으며, 친할아버지와는 1년에 한번 얼굴을 볼까 말까하는 사이이다. 그래서인지 누구보다 다정자감한 할아버지를 두고 있는 샘이 너무도 부러웠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만은 내가 샘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심리학자 ‘대니얼 고틀립’이 아닌 세상 모든 샘의 할아버지인 ‘대니얼 고틀립’으로서 다친 사람들을 치료해준다. 넘어져서 상처가 나거나 다치는 것이 아닌 마음을 다친 사람들을 말이다. 가슴 속에 아무런 상처도 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도 그의 편지들을 보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 엘렌 바스(시인)의 후기를 보면 ‘마음을 찢어놓고 새롭게 꿰매어주는 책이다.’ 라는 글이 있다. 이 책을 다 읽은 사람이라면 이 글에 많은 공감을 표하지 않을까.

  주된 내용이 인생이야기인 만큼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아주 의미 있고, 또 아주 감동적이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라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저자는 수많은 시련 끝에 손자인 샘에게 더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던 것 같다. 단순히 인생이야기를 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닌, 샘에게 인생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쓴 글이기에 더 진솔하고 애틋하다.

  단순히 이 책이 인생에 관한 진부한 이야기였다면 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지도, 감동을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이 이렇게까지 감동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너무도 사랑하는 ‘샘’에게 보내는 편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보고 많은 눈물을 흘리고, 또 많은 감동을 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