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레이븐 블랙 블랙 캣(Black Cat) 14
앤 클리브스 지음, 이주혜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잔혹하지 않은 잔잔한 추리소설

 

 여름에 추리소설을 많이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미치광이 살인마가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섬뜩함 때문에? 뭐 어떤 이유든 간에 여름에 추리소설의 땡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인가 부다. 요번에 내가 찾은 소설이 바로 ‘레이븐 블랙’이다. 영국추리작가협회 던컨 로리 대거 상을 수상했다는 큰 타이틀을 걸고 있는 그 유명한 블랙캣 시리즈 중 하나.  그렇다면 지금부터 레이븐 블랙, 책 속으로 빠져보자.

 

*의문의 사건들

 영국의 셰틀랜드 제도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들. 8년 전 실종된 의문의 11살짜리 꼬마 캐트리오나. 그리고 8년 후 캐트리오나가 살던 집에 이사 온 캐서린 로스. 그리고 또 다시 실종된 캐시. 그들의 공통점이라곤 같은 집에 살았다는 것과 이름에 모두 C자가 들어있다는 것. 그것밖에 없다. 과연 이 둘을 살해한 범인은 같은 사람일까?

 

 새해 첫 날. 캐서린 로스와 샐리는 혼자 외롭게 사는 매그너스의 집을 방문한다. 그리고 얼마 후 남편과 이혼 후 혼자 딸을 키우던 프랜은 우연히 죽은 캐서린 로스를 목격하게 된다. 캐서린 로스의 죽음과 동시에 사건은 시작된다. 그 사건의 시작이란 그 주변의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말한다. 작은 시골인 만큼 서로의 사정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셰틀랜드. 안전하다고 믿었던 그들의 삶에서 raven(갈까마귀, 흔히 불길한 징조라 여겨짐)의 기운이 감돈다. 마을사람들은 8년 전 실종사건의 용의자가 매그너스일 것이라 지목한다. 그와 동시에 매그너스는 이번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한다.

 

 그 후 얼마 뒤 실종되었던 캐트리오나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캐트리오나가 죽은 후 그녀의 머리 리본을 뗴왔다는 매그너스의 진술에 따라 그가 범인으로 확정된다. 하지만 캐서린 로스의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하기엔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다시 수사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후 업헬리아 축제로 인해 사람이 북적거릴 때 프랜의 딸 캐시가 실종된다. 하지만 그 땐 이미 매그너스가 체포된 후다.

 

*그네들의 사적인 이야기 

  이 책에선 많은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은 모두 하나의 솨슬에 얽혀있는 듯 미묘한 관계를 띄고 있다. 단순히 한 마을사람이라는 것이 아닌 서로는 그들만의 관계가 있다. 이 책의 대부분이 살해범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닌 그들의 사적인 이야기들이었다. 그러면서도 증거들을 모두 그들의 관계들로 내준다. 그들의 대화 속에 사건의 실마리가 들어있는 것이다. 범인을 잡기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추리소설에서 꼭 필요한 범인을 잡기 위한 수사가 별로 진행되지도 않는 듯 하다. 단지 그 주변인물들에게 진술을 받아네는 것. 그 외에는 시체를 부검해 죽은 원인을 밝혀내는 것 정도이다.

 

 인물들의 사적인 이야기들로 인해 지루함을 낳기도 하면서 빠른 속도로 읽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었다. 범인을 찾기 위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사사로운 이야기들. 그들의 집안사정이라던가, 그들의 행동들. 또 미묘하게 얽힌 그들의 사랑이야기. 정말 사건과는아무런 관계가 없어 추리소설이 아닌 일반 소설을 읽는 듯 했다. 미묘하게 얽혀있는 그들의 관계를 하나의 트릭으로 보고 복잡하게 엮으려 생각한다면 이 책을 지루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를 단순한 재미로 읽는다면 이 책을 읽기 더 편할 것이다.

 

*나의 사적인 이야기

 자신이 선생의 딸이라는 이유로 노골적인 괴롭힘이 아닌 무시를 당하는 샐리. 하지만 친구인 캐서린 로스가 죽은 후로 덩달아 자신까지 친구들에게 화제가 되버려 행복해 하는 그녀. 자신을 투명인간 같다고 말한 매그너스. 어디를 가도 자신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 다는 그. 자신들의 편견과 오해들로 그들을 외롭게 만들었던 것이 이 사건의 발단인 듯 하다.어쩌면 두 사람 모두 자신에게 조금 더 눈길을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던 것은 아닐까?

 

 항상 극적인 반전과 잔혹한 살인마들이 있는 추리소설들을 봐와서 그런지, 범인을 잡기 위해 혈을 올리기 보단 사사로운 이야기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낯선감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그런 사사로운 일들이 자연스럽게 여겨졌고 범인을 잡기에 급급하다기 보단 언젠가 범인을 잡겠지. 하는 느긋한 마음이 생겼다. 늘 추리소설은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읽자는 신념이 있었던 내게 또다른 묘미를 느끼게 해 준 것이었다. 속도감은 없지만 새로운 추리소설을 봤다는 즐거움. 좋은 추리소설을 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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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07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역시 새로운 느낌의 추리소설을 만났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긴장감은 없지만 마지막에 괜찮았다라는 느낌을 전해주던 책이었어요.^^

sujung0211 2007-08-09 12:56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닥 긴장감은 없었죠.. 하지만 저도 나름 괜찮았던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자개
양쯔쥔 지음, 이성희 옮김 / 황금여우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보고 사자개는 사자일까? 개일까? 하는 생각과 엄청난 두께구나. 하는 생각이 교차하였다. 사자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던 내가 지금은 왜 이렇게 창피한 건지.. 사자개란 개가 있는 줄은 이 책을 보고 난생 처음 알았으니 정말 난 개와 무슨 원수 지간인가 싶었다. 개라면 워낙에 끔찍이 싫어해서 친구들이 ‘넌 왜 그렇게 개를 싫어하냐?’라고 물으면, 즉각 ‘징그러워’라는 말을 내뱉던 나였다. 항상 개를 보면 피하고, 개는 나만 보면 달라 들고... 이렇게 개와는 적대시하며 살아왔던 내가 사자개라는 엄처안 분량을 자랑하는 이 책을 보고 허거덕 놀란 사실은 지금 생각해보아도 웃기기만 하다.




 사자와 개를 오묘하게 섞어놓은 듯한 사자개. 그런 사자개를 지금도 볼 수 있었다면 이 책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뒤로 하고 사자개라는 엄청난 양의 책을 펼쳤다. 첫 장엔 저자가 이 책을 쓴 동기와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인 저자의 아버지의 ‘사자개 사랑’이 쓰여 있었다. 저렇게 덩치가 큰 개가 뭐가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사자개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곤 없는 내가 사자개의 매력을 일단락 짓기엔 무리였다. 이 책을 읽고 사자개의 매력을 찾기가 이 책을 읽는 나의 가장 큰 숙제였다.




 흔히 사람들과 가장 친한 동물은 개라고 뽑는다. 이 책은 사람과 친근한 개가 넘쳐나는 티베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자개들은 마치 사람을 악마로부터 보호하는 수호천사 같았다. 티베트엔 개뿐만 아니라 늑대도 많다고 하니 사자개들은 티베트에선 없어선 안 될 존재인 것이다.




 티베트의 초원을 배경으로 사자개 깡르썬거, 검은 사자개 나르, 궈르, 따지라이바와 아버지(한짜시)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한인 기자로서 티베트에 온 아버지와 천국의 과일을 위해 자신의 원수 부락으로 따라간 샹아마의 일곱 아이들과 그들의 개 깡르썬거. 천국의 과일이 있을 것이라 믿고 따라간 곳은 일곱 아이들과 깡르썬거에게 편안한 천국이 아닌 싸움을 부르는 장소였다. 그 곳에서의 벌어지는 치열한 생존싸움들. 어쩌면 사자개의 싸움과 사자개와 사람의 사랑이 전부인 책이지만, 그들로 인해 사랑과 용서의 자세를 알게 해 준 책이였다.




 샹아마에서 온 사자개 깡르썬거가 그들의 원수 부락인 시제구 초원의 대왕이 된다. 사자개 깡르썬거의 적인 시제구 초원의 모든 사자개들. 하지만 깡르썬거는 그들의 대왕을 이기고, 복수와 원한으로 찌든 음혈왕 당샹나찰도 이기게 된다. 이긴 자를 따른다는 사자개의 법칙에 의해 깡르썬거를 시제구 초원의 대왕으로 받아들인다. 지금은 아마 많은 사람들이 티베트와 사자개를 잘 알지 못할 것 같다. 그의 원인이 인간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면 사자개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자개는 늑대와는 정반대이다. 충성스럽고 은혜를 갚을 줄 알며, 정의를 위해 서슴없이 나가 싸우고, 두려움을 모르며 용감무쌍하다. 늑대는 평생 자가 이익만을 위해 싸우지만, 사자개는 일생 타인의 이익을 위해 싸운다. 늑대는 자기 배를 하늘처럼 여겨, 제 뱃속을 불리기 위해 싸운다. 하지만 사자개는 옳은 길을 하늘처럼 여겨, 충성과 도리와 책임을 위해 싸운다.-p.15




 사자개는 자신의 주인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깝지 않은 존재라고 한다. 주인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칠 준비가 언제든지 돼있는 존재. 이런 책임감 있고 늠름한 개라면 언제든지 자신의 곁에 두고 싶을 것이다. 이것이 나의 가장 큰 숙제였던 사자개의 매력에 대한 답일 것이다. 하지만 이젠 그런 사자개도 볼 수 없다는 점이 너무 아쉽다. 한편 자기 이익만을 위해 싸우는 늑대의 모습이 우리 인간의 모습과도 닮은 듯 하다.




 모든 책들을 접할 때 그렇듯이 이 책도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읽었다. 낯선 중국문학에 잘 알지 못하는 티베트땅과 사자개. 그럼에도 많은 찬사가 있었던 이 책을 읽는 자체만으로 모험을 하는 듯 했다. 또, 마치 한 권의 고서를 보는 듯 했다. 중국의 문화와 정신이 깃들여 있는 그런 책 말이다. 문체는 약간 딱딱하게 흘러가서 보는 내내 어렵다고만 느껴졌다. 이것이 바로 중국문학의 특징일까. 아니면 번역하면서 이렇게 딱딱한 문체가 탕생한 것일까. 중국문학을 처음 접한 나로썬 섣불리 단정지울 순 없겠지만, 앞으로 중국문학을 접할 기회가 또 온다면 딱딱한 문체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지 않을까.




 독자들이 어마어마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칭찬들을 아끼지 않았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처음 접해보는 중국문학인지라 그런지, 개라는 종족과는 별로 친하지 못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읽는 내내 지루하다.라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용감무쌍한 사자개들의 이야기가 두께의 기세에 눌린 듯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순식간에 읽어버린 내가 신기하기도 했다. 사자개란 낯선 개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을까. 그것은 아직도 의문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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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내 안의 창의력을 깨우는 일곱가지 법칙
켄 로빈슨 지음, 유소영 옮김, 백령 감수 / 한길아트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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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들어 더 창의성의 중요성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창의성을 키우는 법 좀 알 수 있으면 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책을 펼쳤다.




 옆에서 많은 기계들이 돌고 있다. 기계적인 현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더 강요되고 있는 것이 창의성. 즉 이 책의 주소재이다. 어찌보면 지금도 열심히 돌아가고 있는 이 기계들 전부가 사람들의 톡톡 튀는 창의성 덕분에 탄생한 것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창의성이란 자신의 개성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던 내가 과연 이 책을 읽고 창의성이 길러질지 의문이었다.




 학교에서도 창의성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창의성에 대한 말을 일절 하지 않으니 창의성을 혼자 기르는 수 밖에.... 사싱 창의성을 남에게 배운다는 생각 자체가 잘 못 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보고 창의성이 길러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변함 없었다.




 음.. 우선 이 책이 창의력을 키우는 데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제목은 내 안의 창의력을 깨우는 일곱가지 법칙이지만, 법칙이라기 보다는 창의력에 관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어떤 것들이 창의력을 저해하는지와 창의력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들을 말하고 있다. 창의력을 키우는 직접적인 법칙은 나열해 있지 않지만, 창의력을 키우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려 했던 것은 창의력을 기르는 법도, 창의력에 대한 자잘한 설명도 아니었다. 창의력을 억누르는 교육제도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이건 못 하는 사람이건 그들에겐 자신만의 창의력이 있을 것인데도 그것을 억제하는 것이 바로 지금의 교육방식이라는 것이었다. 왠지 많은 공감이 가면서도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학교에서 보는 시험마저도 교과서를 통째로 외우면 백 점을 맞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학과목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웬만한 건 다 외우는 것으로 끝낸 나였기 때문에, 그런 단순암기가 창의성을 키우는데 방해가 된다는 말에 크게 공감했다. 창의력을 중시한다면서 우리 눈앞에 보이는 졸업장이 더 큰 위력을 보인다는 사실은 참 착잡하게 다가왔다. 단순한 논리력이나 암기가 아닌 창의력을 더 발달할 수 있는 교육 체제로 나갔다면 이런 책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창의성이나 좀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펼쳐든 책이 전현 다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데 몹시 당황했다.(전혀 다른 방향은 아닐지라도 생각지도 못한 내용이었다.) 제목만 본다면 누구나 당연하게 창의력을 키우는 방안들을 내세우지 않을까 생각할 것이다. 생각했던 것 외에 것들을 이 책에서 알게 되었다는 점에선 뒷 표지의 극찬들이 무색하지 않을 테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이렇게 많은 글들로 읽으니 속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창의적인 인재를 기루기 위한 일곱 가지 법칙. 이라는 제목을 내세웠다면 이런 속았다는 기분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창의적인 인재를 기루는 일은 나와는 별 상관이 없어 이 책을 아예 보지도 않을 것이니 말이다. 창의적인 인재를 기루기 원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보고 극찬을 해댈 태지만,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을 기대하고 있는 사람은 이 책의 제목만 보고 속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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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전달자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0
로이스 로리 지음,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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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Wla 청소년 문학에 SF라...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두 장르가 서로 어우러진 작품이었다. 항상 순수하고 밝은 청소년 문학을 주로 읽어와서 그런지 새까만 표지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제목의 기억전달자에 해당하는 듯한 저 노인의 얼굴도 왠지 무서운 느낌을 받은 건 나뿐일까. 이런저런 생각들을 뒤로 하고 ‘늘 같음 상태’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 책은 시작부터 끝까지 참 신비롭게 진행된다. 어찌된 일인지 작가는 그들이 살고 있는 배경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늘 같음 상태’라는 낯선 상황도 오로지 인물들의 대화들로 알 수 있었다. 늘 같음 상태. 그들에겐 항상 같은 상황들만 존재했다. 반복되는 나날 속에 그들에겐 그들만의 엄격한 규칙이 존재했고, 그 규칙의 위력은 대단했다. 어느 하나 자유롭지 못한 곳에 그들은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마치 중요한 임무를 지시받는 것처럼 평화로운 마을 사람들에겐 그들에게 맞는 직위를 부여한다. 자신들의 선택이 아닌, 원로들이 정해주는 직위를 말이다. 그 직위는 자신의 성향에 따라 오락 지도자라는 직위를 받을 수도 있고, 산모라는 직위를 받을 수도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성향에 따라 다른 누군가가 정해주는 인생을 살아가는 그들은 과연 행복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직위를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사람이 매우 적어한다니 다행일 수 밖에..




“조너스는 다음 번 기억 보유자로 선출되었습니다.”-p.100




  조너스의 차례는 건너뛰고 어렵사리 받은 그의 직위는 기억 보유자라는 직위였다. 늘 같음 상태에 살지 않는 내겐 산모라는 직위도 매우 낯설었지만 기억 보유자라는 직위는 황당하기 까지 했다. 지금 살고 있는 우리에겐 누구에게나 기억이 있다. 허나 이 마을에서 그런 기억들을 보유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 바로 조너스가 되었다. 원로들은 조너스에게 참 고통스러운 직위라고 하였다. 기억을 보유한다는 것 자체가 왜 고통스러울까?




  늘 같음 상태란, 말 그대로 항상 같은 상태였다. 우리나라엔 사계절이 있어 춥고, 더움이라는 감각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늘 같음 상태에선 추위 와 더위 그 하나도 존재하지 않고, 적당한 온도의 적당히 먹고 자고 생활하는 그런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추위와 더위라는 감각과 희로애락의 감정들을 기억할 수 있는 것은 기억전달자와 기억 보유자뿐이었다. 사람들의 사사로운 감정들마저 고통이라 여기고, 항상 규칙에 얽매여 사는 늘 같음 상태엔 고통이 아닌 외로움과 쓸쓸함이 느껴졌다.




  이 마을은 사랑이나 우정과 같은 인간적인 감정에 따르는 어떠한 종류의 고통도 없는 완벽한 행복에 이르기 위하여, 개인의 선책에 따르는 어떠한 종류의 잘못도 있을 수 없는 완전한 사회를 이루기 위하여, 피부색이나 언어와 같은 차이에 따르는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분란의 소지를 모두 제거해 버린 곳입니다.

 -p.304(옮김이의 말 중)




 어느 날 루이스는 기억 전달자가 가장 좋아하는 기억인 사랑에 관한 기억을 전달받았다. 그 후에 루이스가 자신의 부모에게 자신을 사랑 하냐는 물음에 그 단어는 무의미하니 쓰지 말라고 했다. 보다 정확한 언어는 ‘어머니 아버지 저와 즐거우세요?’란다. 우리가 흔히 쓰는 서로 애틋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그들에겐 무의미했던 것이다. 그들에게 사랑이란 단어는 무의미하며 자신의 즐거움과 그렇지 않음에 자신들의 행복이 결정된다는 것에 삭막함을 느꼈다.




 조너스는 기억전달자로서 단순한 기억만이 아닌 감정을 알아갔다. 지금 현재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 전쟁과 기아 속에서의 고통도 알게 되었으며, 사랑이라는 따뜻한 감정도 알게 되었다. 새까만 표지 한 구석의 섬광처럼 지금 살아가는 이 순간이 단지 고통스럽기만 하지는 않다는 걸 보여줬다. 사람들의 여러 감정을 나누고 느끼면서 그 속에서 또다른 따뜻한 감정이 생겨난다. 배고픔을 느끼면 음식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깨닫게 되고, 추위를 느끼면 따뜻한 난방못지 않은 엄마의 따뜻한 품에 대한 그리움도 생겨난다. 이런 감정의 반복으로 인해 우리는 고통만이 아닌, 행복도 느낄 수 있다. 반면에 평화롭게 살기 위해 늘 같음 상태를 추구한 그들. 하지만 내 눈엔 평화롭다기보다 쓸쓸하고 외롭다 못해 이기적인 사람들로 가득 찬 곳으로 보였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늘 같음 상태’라면 어떨까? 내가 살아서 죽을 때까지 정해진 규칙을 지키고, 그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임무해제를 당한다. 자신의 임무를 다하고 임무가 끝나면 죽는 현실. 임무해제라는 단어를 봤을 때, 미래엔 내가 살아가는 것도 임무가 되는구나... 하는 슬픈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어느 하나 고통이 없는 평화로운 곳에서 한 번쯤은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말하는 ‘늘 같음 상태'는 낯설면서도 호기심 가득한 그런 세계 같았다.

 

 읽는 내내 호기심으로 가득 찼던 생각들이 이제와서 생각하니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란 걸 느끼게 되었다. 혼잡하고 어지러운 지금의 세상에서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그렇다고 수많은 사람이 늘 같은 상태로 같은 행동을 하고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다는 것도.... 청소년 SF 문학이라 해서 단순하고 유쾌하기만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아프간에 한국인 피랍사건으로 인해 나라가 시끌시끌 하다. 만약 지금 우리 상태가 늘 같음 상태라면 이런 고통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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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3막 - 열정은 나를 춤추게 한다
이정숙 지음 / 에이지21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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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저자로 보이는 한 여성의 사진과 인생 3막이라는 연극의 막장을 여는 듯한 느낌의 표지. 인생 3막이라면 어떤 시기를 말하는 걸까? 인생의 절정 시기를 말하는 걸까 아니면 인생의 새출발을 하는 시작점일까?

 

 

 인생을 1막부터 4막까지 나누어 나타내고 있었다. 1막은 태어나 결혼해서 일가를 이루기까지, 인생 2막은 지아이 낳고 아이들을 출가시키기까지, 인생 3막은 아이들을 출가시키고 둘 또는 혼자 남는 시기. 인생 4막은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세상을 하직할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 이 책의 제목이기도 인생 3막은 그동안 부모와 자식들을 위해 살아야 했던 인생을 오로지 자신을 위해 살 수 있는 딱 한 번의 기회라고 한다. 그렇다면 인생 3막의 시기는 인생의 절정시기이면서도 인생의 시작점이기도 할 것이다. 


 

 인생 3막을 멋지게 살기위한 실질적 준비와 정신적 준비를 나눠 설명하고 있는 이 책. 실질적 준비는 인생 3막을 시작하기 위한 태도, 직업관리, 경제적 준비까지 폭 넓게 다루고 있었다. 또, 정신적 태도에는 인관관계 유지법, 의사 소통법 등을 설명해주었다. 다른 자기계발서들과 달리 한 가지만 가지고 줄기차게 설명하는 법이 아닌 인생 3막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나타내고 있어 참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끝이 좋아야 다 좋다는 말이 있다. 아름다운 꽃도, 질 때 지저분하면 환영을 못 받는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화려한 인생을 살았어도 말년에 병이 들어 남의 손을 빌려 상아야 하거나 한 번의 실수오 망신을 사거나 자식들에게 빚을 남기고 간다면 인생 전체가 지저분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 인생이 벚꽃처럼 뒤 끝을 남기지 않고 깨끗이 지도록 자기를 관리해야 한다.

 

  참 슬픈 구절이었다. 끝이 좋아야 다 좋다는 말이 있다는 말이 인생에 빗대어 질 때, 흔적없이 사라져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미 아는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책의 글로 읽으니 더 살갗에 다가왔다. 슬픈 현실이지만 인정하고 좀 더 완벽하게 인생의 마지막을 맞는 것도 인생 3막의 중요한 대목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이가 들어감이 더 쓸쓸하게 느껴졌다. 쓸쓸하게 느껴지지만 깨끗이 떠나기 위해 관리하는 것도 다 자신을 위한 투자일 것이다.

 

 감동도 느끼면서 많은 공감을 한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쓸쓸함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이 책.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중요한 인생 3막을 단지 흘러가는 물처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투자하고 배우고 보람차게 보냈으면 좋겠다. 나이 먹는게 슬퍼서 좌절하는 것도 잠시 뒤로 미루고, 이 책을 읽고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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