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읽다가 '혁명이 성공한다는 전제' 에 급 마음이 식어서 며칠 손 놓고 있다. 
주말에 마저 읽어야지... 


문화는 생각할 수 있는 것을 가능한 것으로 실현하려는 인간의 시도이다. 환경 안에서 자기 자신을 의식하는 것은 인간을 하등동물로부터 구분시키고, 문화를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동물이 되게 한다. 그의 최고의 능력인 이러한 의식은 그로 하여금 그 순간에는 존재하지 않는 정신적 상태를 투사하게 한다. - P249

인간은 생각할 수 있는 것을 환상으로 투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현실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배웠다. 그 현실과 그것을 다루는 방법에 관해 지식을 축적하고 배워 경험을 함으로써, 취향에 맞게 그것을 형상화할 수 있었다. 환경을 통제하는 기술의 축적, 즉 테크놀로지는 생각할 수 있는 것을 가능한 것으로 실현한다는 동일한 목표에 이르는 또 다른 수단이다. - P250

문화란 그것을 통해서 정신이 현실의 제약성과 우연성을 초월하려고 시도하는 두 양식 간의 역학이고 두 양식의 총합이다. ... 첫 번째 반응에서, 개인은 그 자신의 가능성을 정의하고 창조하기 위하여 현실로부터 도피함으로써 주어진 현실의 한계를 부정한다. ... 문화적 반응에 대한 두 번째 종류에서, 현실의 우연성은 현실적 대안의 창조를 통해서가 아니라, 현실의 작용에 대한 지배력을 통해서 극복된다. 자연의 법칙은 폭로되고, 인간의 개념과 일치시키기 위해서 자연을 거역하게 된다. ... 현실 자체로부터 추론된 정보의 응용을 통해 현실을 인간의 개념화된 이상에 따르도록 유도하는 것을 우리는 테크놀로지 양식이라 부를 것이다. - P252

우리가 생식을 위한 성의 생물학적 분화가 모든 계급분화를 낳게 하는 근본적인 ‘자연적‘ 이원성으로 가정햇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제 우리는 성의 분화를 기본적인 문화적 분화의 뿌리로 가정한다. 두 문화적 반응들-‘남성의‘ 테크놀로지 양식과 ‘여성의‘ 미학 양식-간의 상호작용은 성의 변증법을 또 다른 차원으로 재창조한다. 즉 그것의 상부구조인 카스트제도와 경제적 계급의 변증법이 재창조되는 것과 같다. - P254

분화된 성적, 인종적, 경제적 계급의 통합이 각각 성적, 인종적 또는 경제적 혁명의 전제조건인 것과 마찬가지로, 미학 문화와 테크놀로지 문화의 통합은 문화적 혁명의 전제조건이다. 그리고 성적, 인종적, 경제적 혁명의 목표가 계급의 불균형을 단지 평등화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계급의 범주에 대한 완전한 제거인 것과 마찬가지로, 문화적 혁명의 최종결과는, 문화의 두 주류의 단순한 통합이 아니라 문화적 범주의 완전한 제거, 즉 우리가 알고 있는 문화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어야만 한다.

16세기에 이르러 문화는 성의 변증법적인 면에서는 모권제에서 부권제로 옮겨가고, 계급적 변증법에서는 봉건주의의 쇠퇴에 상응하는 심대한 변화를 겪었다. 이것은 근대 (경험적) 과학의 창조에서 미학 문화와 테크놀로지 문화가 처음으로 통합된 것이었다. - P258

새로운 중산계급인 부르주아지가 점차 귀족계급을 밀어내는 것은 미학 문화의 점진적 쇠퇴를 의미했다. ... 이 새로운 몹시 가부장적인 부르주아지가 애호한 문화 양식은 여성적이고, 내재적이며, ‘낭만적 이상주의적인‘ 미학 양식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현실적이며, 사실적이고, ‘상식적인‘, ‘남성의‘ 테크놀로지 양식이었다. ... 안정되고 일차적인 계급으로 자리잡은 부르주아지는 더 이상 귀족적인 양식을 모방할 필요가 없어졌다.....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그들이 예술에 대해 가져왔던 실용적 가치가 빛을 잃게 되었다는 것이다. - P265

피카소와 세잔, 20세기의 모든 주요 학파를 포함하는 근대 예술 전통은 근대성의 진정한 표현이라기보다는 부르주아지의 리얼리즘에 대한 반발이다. ... 20세기에 그 생명력이 고갈되고 사회적 기능이 전적으로 무화되면서 예술은 문화에 대한 취향을 증거로 ‘상층계급‘에 도달했음을 증명할 필요가 있는-특히 미국에서 여전히 문화적 열등감으로 괴로워하고 있는-남아있는 부유한 계급인 벼락부자들에게 되돌려진다.

문화적으로 우리는 남성 역할과 여성 역할 간의 선택만을 할 수 있었다. 자의식, 내향성, 패배주의, 염세주의, 과민성, 현실 감각이 부족한 사회적 주변인으로 이끌거나 아니면 ‘전문성을 갖춘‘ 분열된 인격, 감정적 무지, 전문가의 편협한 시각 사이에서만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 P275

다음 문화적 혁명에서 우리가 가질 것은 남성(테크놀로지 양식)과 여성(미학 양식)의 재통합이다. 그것은 문화적 흐름의 최고치이거나 혹은 그것들의 통합마저 능가하는 양성성의 문화를 창조하기 위한 것으로 문화적 범주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결합 그 이상으로 문화 자체가 훅! 하고 끝나버리는 물질-반물질 폭발의 상호 말소이다.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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