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 대해서는 저번에 한 번 썼다.
이 책이 워낙 여기저기서 회자되다보니 계속 이 책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감동적이었다고 좋았다고 하는데 왜 나는 그 감동을 느낄 수가 없는가에 대해서 (...)
(여기서부터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D님 Z님 등 몇몇 분들이 데이비드 스타 조던도 작가도 비호감이라고 하는 걸 보았다. 나는 사실 저자가 비호감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내가 저자의 사고방식 (남자친구랑 헤어졌는데 다른 사람의 책에서 해결 방법을 찾고 싶어하는) 을 이해할 수가 없다_ 라고 말하는게 일종의 비호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해 못해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받아들이면 되지, 왜 거기서 더 나아가질 못하는 건가.
그래서 이해는 잘 안되지만,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노력했다. 자신의 외도로 안정적인 관계를 맺고있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뭔가 지푸라기를 잡고 싶은 사람의 입장. 일단 그 입장을 전제하고 생각해보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남자친구와 헤어졌는데, 왜 다른 과학자의 책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는지..
문제는 그 외도가 남성이 아니라 여성과의 외도였다는 것에 있었던 것 같다. 룰루 밀러 작가는 그 부분에 대해 자세히 적고 있지 않지만, 당시 그 외도를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고 싶어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자신감이 없는 사람, 어릴 때 아버지에게 교육받은 타이트한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이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동성에게 끌려서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했던 사람과 헤어지게 되었다는게 충격일 수 있고, (남성에게도 여성에게도 끌리는) 모호한 자기 정체성을 인정하기 어려웠고 그래서 확실하게 선을 긋고 싶었던 것 아닐까 짐작한다. 저자의 아버지는 과학자로 (저자가 보기에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볼 때 명료한 입장을 갖고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사회의 인정을 받아 정점의 자리에 올랐던 조던의 책을 읽으며 자기의 모호함을 해소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둘의 공통점은 과학자라는 것 외에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리고 조던에게서 인간적 결함을 발견하고 그의 업적에서 틀린 점을 찾아내면서, 그와 같은 명료한 사고방식의 권위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물고기라는 범주가 불완전하고 오류가 있다는 것에서 '범주화'라는 것에 회의를 갖게 되고 (이 부분에서 모든 범주화를 부정하는 식으로 사고를 확장하여 나를 회의적으로 만든다) 양성애자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걸 어떻게 해보려고 조던의 책을 읽었다- 라는 부분을 좀더 자세히 써 줬으면 조금 더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좀더 자신 내면의 이야기를 썼으면 이해하기가 쉬웠을 것 같은데 그 부분이 좀 친절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의도한 건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는 축소한 것에 비해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일대기가 그렇게 자세하게 나왔어야 했는가에 대해서도 좀 의문이 있다.
이렇게 해서 책을, 작가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는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분들이 얘기하신 감동은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생각 별로 안 했었는데, 새삼스레 내가 사람들의 감정을 아주 잘 이해하지는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