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가 아닌 다른 어디에선가 온 것 같은 기분이 자주 드는 사람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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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미카엘 엔데 지음, 차경아 옮김 / 청람문화사 / 2002년 1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2003년 08월 21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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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원형경기장 폐허에 살고 있는 꼬마 소녀 모모와 시간도둑들의 싸움. 우리 삶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해주는 소설
코스미코미케
이탈로 칼비노 지음,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1994년 12월
6,000원 → 5,400원(10%할인) / 마일리지 300원(5% 적립)
2003년 09월 01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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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비노의 우주적 환상 소설들. 짧은 이야기들이 이어지며 이야기들 간에는 연관성이 있다. 독특한 상상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읽어 본 칼비노 작품 중 가장 좋다는 생각이 든다.
자유의 감옥
미하엘 엔데 지음, 이병서 옮김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6년 7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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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엔데의 환상적인 작품 모음집. 탁월한 상상력과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력까지 느낄 수 있는 작품들.
알렙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 민음사 / 1996년 3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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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들>에 못지 않은 작품들. 그러면서도 픽션들보다는 이해하기 쉬운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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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의 세기였던 르네상스 시대를 그려볼 수 있게 해주는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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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 스토리
크리스토퍼 히버트 지음, 한은경 옮김 / 생각의나무 / 2001년 4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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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F. 영의 메디치와 내용상으로 크게 다르지 않지만 보다 객관적인 시각을 원한다면.
메디치
G.F. 영 지음, 이길상 옮김 / 현대지성사 / 2001년 11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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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피렌체 르네상스를 꽃피운 메디치가의 흥망성쇠를 자세히 기술한 책
르네상스인 미켈란젤로 -상
어빙 스톤 지음, 이인철 옮김 / 까치 / 1997년 12월
7,000원 → 6,300원(10%할인) / 마일리지 3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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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식으로 쉽게 쓴 미켈란젤로의 일대기.
건축의 르네상스
베르트랑 제타 지음 / 시공사 / 1997년 6월
7,000원 → 6,300원(10%할인) / 마일리지 3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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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건축의 기본 개념과 특징, 그리고 아름다운 도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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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스부르크Habsburg 가는 유럽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유명한 가문이다. 지금의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중부 유럽 지역에 기반을 둔 이 가문은 신성 로마제국 황제(이하 황제)를 비롯, 정략 결혼으로 여러 나라의 왕위를 차지하면서 유럽 역사의 무대를 휘저었다. 가문의 역사는 매우 방대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에스파냐의 합스부르크 왕가에 대해 초점을 맞추도록 하자.

중부 유럽이 주 무대였던 이 가문이 에스파냐에 대해 권리를 갖게 된 것은 역시 결혼에 의해서였다. 황제 막시밀리안 1세의 아들 필립(에스파냐 식으로는 펠리페)은 카톨릭 공동왕(Reyes Catolicos) 이사벨라와 페르난도의 상속녀 후아나와 결혼함으로써 에스파냐 왕이 되었다. 이전까지 아라곤과 카스티야로 나눠져 있던 에스파냐는 카스티야 여왕 이사벨라와 아라곤 왕 페르난도의 결혼으로 통일을 이뤘고 펠리페와 결혼한 후아나의 아들 카를로스 5세(황제로는 카를 1세)는 아버지의 에스파냐와 할아버지(막시밀리안 1세)의 신성로마제국까지 물려받아 광대한 제국의 상속자가 되었다.

이제까지의 이야기로도, 결혼이 매우 효과적인 권력과 영토 유지, 나아가서 확장의 수단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아마도 이 가문은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듯 하다. 결혼으로 획득된 영토는 마찬가지로 결혼으로 잃을 수 있다. 그리하여 이 가문이 선택한 것은 가문 내 결혼, 더 나아가 근친 결혼이었다.

 

합스부르크의 가계도

*하늘색 선으로 연결된 것은 동일 인물

 이 합스부르크의 가계도를 보면 이 가문의 결혼이 얼마나 충격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근친 결혼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우리는 당대의 훌륭한 화가들이 남긴 초상화들을 통해 알 수 있다.

Albrecht Durer 알브레히트 뒤러 (1471-1528)

막시밀리안 1세 황제Emperor Maximilian I(1519)

나무에 유채Oil on lindenwood, 74 x 62 cm

빈 미술사 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뒤러가 그린 이 합스부르크 황제의 얼굴에서 특이한 점은 아래턱이 좀 나와 보인다는 것이다. 뒤러의 꼼꼼한 붓질은 황제가 입은 비단과 모피의 질감뿐 아니라 황제의 얼굴 모습, 부드러워 보이지만 힘없이 곱슬거리는 머리카락까지 빠짐 없이 묘사해 놓았다.

티치아노Tiziano (1485-1576)

카를 5세Emperor Charles(1548)-부분

캔버스에 유채Oil on canvas

프라도 미술관, 마드리드Museo del Prado, Madrid

아버지로부터 에스파냐를 물려받고 할아버지로부터 신성로마제국 황제 자리를 물려받은 카를로스 1세(황제로는 카를 5세)는 여기서 갑옷을 차려 입고 당당하게 말에 올라탄 모습이지만 나온 턱은 숨길 수 없다. 카를로스 1세의 아내는 외가 쪽으로 친척 누이뻘 되는 포르투갈 왕의 딸 이사벨라였다. 이때부터 에스파냐 합스부르크 왕들의 근친 결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소포니스바 안귀솔라Sofonisba Anguissola (1530~1625)

묵주를 든 펠리페 2세Philip II Holding a Rosary

캔버스에 유채Oil on canvas, 1575

34 5/8 x 28 1/4 inches (88 x 72 cm)

프라도 미술관, 마드리드Museo del Prado, Madrid

이 그림은 펠리페 2세의 궁정화가였던 코에요의 작품으로 알려져 왔지만 최근에 이탈리아 출신 화가인 안귀솔라의 작품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림 속의 펠리페 2세는 네덜란드풍의 레이스 깃장식이 달린 검은 옷을 입은 근엄한 모습이다. 손에 들고 있는 묵주는 그의 신실함을 나타내지만, 에스파냐 제국이 최전성기를 달린 시대이니만큼 얼굴에는 자신감이 떠올라 있다. 이 그림에서도 우리는 합스부르크의 턱을 확인할 수 있다.

가계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펠리페 2세의 첫 왕비 마리아 마누엘라는 외사촌누이이고 네번째 왕비 마리아 안나는 조카딸이다. 조카딸, 혹은 사촌누이와의 결혼은 아래 대에서도 계속된다.

바르톨로메오 곤살레스 이 세라노GONZÁLEZ Y SERRANO, Bartolomé (1564~ 1627)

오스트리아의 마르가레테 왕비Queen Margarita of Austria(1609)

캔버스에 유채Oil on canvas, 116 x 100 cm

프라도 미술관, 마드리드Museo del Prado, Madrid

펠리페 2세와 마리아 안나의 아들 펠리페 3세는 오스트리아의 마르가레테와 결혼하는데, 그녀는 펠리페의 육촌 누이이다. 마르가레테 또한 자기 남편처럼 숙부와 조카딸의 결합으로 태어났는데, 가계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녀의 아버지 오스트리아 대공 카를 3세는 자신의 누이(오스트리아의 안나)의 딸인 바이에른의 마리아 안나와 결혼한 것이다. 화가가 꼼꼼히 표현한 뻣뻣하고 거창해 보이는 드레스와 그보다 열 배는 더 불편해 보이는 주름진 레이스 러프 칼라에 둘러싸인 그녀의 얼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역시 유난히 길고 앞으로 튀어나온 턱이다.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Rodriguez de Silva Velasquez (1599-1660)

펠리페 4세Portrait of Philip IV(1652-1653)

캔버스에 유채Oil on canvas

18 1/2 x 14 3/4 inches (47 x 37.5 cm)

빈 미술사 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펠리페 3세의 뒤를 이은 것이 아들 펠리페 4세인데, 이 초상화를 보면 길고 지루해 보이는 얼굴에(아마도 저 휘어진 콧수염이 없었다면 얼굴은 더한층 길게 보였으리라) 부모처럼 긴 턱, 부정교합의 턱을 갖고 있어 음식이나 잘 씹을 수 있었을까 싶다. 누대에 걸친 근친 결혼은 이 가문이 갖고 있던 좋지 못한 특질을 증폭시켜 이처럼 특징적인 얼굴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생물학적 건강함보다는 가문의 재산과 영토를 지키는 것이 더 큰 중요성을 두었다. 그래서 펠리페 4세도 자신의 왕비로 조카딸을 맞이한다.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Rodriguez de Silva Velasquez (1599-1660)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안나 왕비Queen Doña Mariana of Austria-부분

캔버스에 유채Oil on canvas, 1652-1653

90 7/8 x 51 1/2 inches (231 x 131 cm)

프라도 미술관, 마드리드Museo del Prado, Madrid

 

펠리페 4세의 궁정 화가였던 벨라스케스는 19세의 성장한 마리아 안나 왕비를 그렸다. 파팅게일로 부풀린 드레스와 리본으로 장식된, 역시 옆으로 부푼 괴상한 가발을 쓴 어린 왕비는 하얀 피부와 붉은 뺨, 무표정한 얼굴로 인해 인형처럼 보인다. 외삼촌과 결혼하고, 자신의 어머니에겐 올케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일일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펠리페 4세에게는 전 부인 이사벨 드 부르봉과의 사이에서 낳은 후계자 발타사르 카를로스가 있었지만 어린 나이에 죽었기 때문에 대를 이을 아들을 낳는 것이 큰 과제였다. 하지만 마리아 안나 왕비는 먼저 딸을 낳았다.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Rodriguez de Silva Velasquez (1599-1660)

마르가리타 공주The Infanta Don Margarita de Austria-부분

캔버스에 유채Oil on canvas, c.1660

83 3/8 x 57 3/4 inches (212 x 147 cm)

프라도 미술관, 마드리드Museo del Prado, Madrid

 

벨라스케스는 말년에 이 어린 공주를 여러 차례 그렸는데, 걸작 시녀들(Las Meninas)에 등장하는 공주 역시 마르가리타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닮은 합스부르크가의 외모를 가졌지만 이 어린 공주의 매력은 궁정 예절에 짓눌려 있던 당시의 에스파냐 왕가에서 삶의 활력을 느낄 만하게 해 준 요소라고 전해진다. 공주는 1666년에 고모의 아들, 즉 고종 사촌인 황제 레오폴트 1세와 결혼하는데, 그는 또한 그녀 어머니의 남동생이니까 외삼촌이기도 하다. 나이 차가 많았음에도 두 사람은 비교적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다고 전해지지만 불행히도 마르가리타 공주는 출산하다가 22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마리아 안나 왕비는 펠리페 4세가 기다리던 아들을 낳기는 했지만 두 아들 모두 일찍 죽었다. 펠리페 프로스페로 왕자가 4세에, 토마스 카를로스 왕자가 한 살에 세상을 뜬 것이다. 그리하여 대를 이은 것은 펠리페 프로스페로가 죽은 해에 태어난 카를로스 2세였다. 카를로스 2세는 “엘 에치사도El Hechizado”라는 별명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마법에 걸린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런 별명을 갖게 된 것은 그의 신체적, 정신적 결함이 나쁜 마법의 영향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유전학을 알고 있는 우리들에겐 이 합스부르크의 마지막 에스파냐 왕에게 덮친 불행이 무엇 때문인지 보다 명백하지만 말이다.

 

클라우디오 코에요Claudio Coello (1642-1693)

카를로스 2세King Charles II(1675-1680)

Oil on canvas, 25 7/8 x 22 inches (66 x 56 cm)

프라도 미술관, 마드리드Museo del Prado, Madrid

  

 

주인 없이 남겨진 에스파냐의 영토를 두고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등이 연관된 복잡한 계승 다툼은 마침내 왕위계승전쟁(1702~1713)을 일으켰고 에스파냐의 왕위는 몇 세대 동안 에스파냐 왕가와 혼인의 관계를 맺고 있던 프랑스 부르봉 왕가로 넘어갔다. 즉 루이 14세의 손자 필립이 펠리페 5세로서 에스파냐의 왕이 된 것이다. 그러나 전쟁의 결과로 에스파냐는 많은 식민지를 잃었고 펠리페 2세 시대의 누렸던 제국의 영광은 과거의 것이 되고 말았다.

 

 
초상화 만으로도 우리는 이 젊은 왕이 어딘지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초상화들은 하나같이 이처럼 일그러진 모습을 하고 있는데, 합스부르크의 부정교합은 그의 얼굴에 이런 이상한 인상을 새겨 놓았다. 이것은 얼굴 모습만 이상하게 만든 게 아니라 발음도 부정확하고, 음식 먹는 것도 어렵게 만들었다. 게다가 그는 말단비대증 또한 앓고 있었고 정신 지체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열 살이 될 때까지 아기처럼 키워진 이 허약한 왕자가 공부라는 짐을 견디지 못할까 두려워한 까닭이었다. 사정이 이랬기 때문에 통치는 어머니 마리아 안나 왕비가 맡았다. 카를로스 2세는 두 번 결혼했지만 아이를 낳지 못했다. 결국 그가 1700년 사망했을 때, 에스파냐의 합스부르크는 대가 끊어지고 말았다. 합스부르크는 가문 내 결혼으로 권력을 유지하길 원했지만 결국 그 결과는 가문의 종말이었다.
우리가 생물 시간에 배운 바로, 근친결혼이 위험한 것은 열성 유전자가 발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애초에 성(性)이 생겨난 것도, 유전자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근친 결혼은 이용 가능한 유전자를 한정된 유전자 풀에 가두어 버리고 보통 같으면 묻혀 버렸을 나쁜 형질을 증폭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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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주 2008-01-09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내용이 너무너무 놀랍고 좋네요~ 제 블로그에 담아가려 해요. 출처를 밝히고 블로그에 담아가도 될런지요. 원치 않으시다면 비공개로 해놓겠습니다~ 좋은글 담아가요~^^

수영 2008-01-09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보셨다니 다행이구요, 출처만 밝혀주시면 언제든지 퍼가는 것 환영입니다^^
 

어슐러 K. 르귄Ursula K. LeGuin의 판타지인 어스시 시리즈는 ‘어스시Earthsea’라고 불리는(우리말로 하자면 다도해쯤 될까?)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원래 총 6권인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4권까지만 나와 있다. 소설의 주인공 게드는 곤트 섬 출신의 마법사인데 첫 권 ‘어스시의 마법사’에서는 그의 어린 시절과 마법 수업, 그리고 ‘그림자’와의 대결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림자-영혼, 무의식 또는 나쁜 반쪽

 

어스시의 마법사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지연, 최준영 옮김/황금가지

곤트의 대장장이 아들로 태어난 게드는 어린 시절 마을에 침입한 해적의 무리를 안개로 유인해 물리칠 정도로 뛰어난 마법의 능력을 보인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마법사 오지언이 그를 가르치려고 하지만 언제나 ‘세계의 평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위대한 능력 같은 것은 보여주지 않는 스승의 말은, 너무나 젊고, 흘러 넘치는 힘에 이끌리는 게드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현자들의 섬 로크로 가 본격적인 마법 수업을 받고 능력을 키워 나가지만 그를 시기하는 다른 학생 ‘벽옥(Jesper)’과의 마법 대결에서 어둠과 죽음의 세계로 통하는 문을 열게 되고 거기서 튀어 나온 ‘그림자’에게 심한 상처를 입고 이후 그림자의 추격을 받게 된다.

여기 등장하는 ‘그림자’는 일종의 괴물 같은 존재로 로크의 현자조차 ‘어디서 왔는지, 무엇인지 모르는’ 그러한 존재이다. 우선 그림자를 불러 내게 되는 과정을 보자. ‘벽옥’은 귀족의 아들로, 그의 깍듯하지만 오만한 태도는 로크에 온 첫날부터 게드를 언짢게 한다. 그러한 갈등이 결국 두 사람을 금지된 마법 대결에까지 이르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게드를 이끄는 것 역시 오만함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 벽옥이 자신의 신분과 능력에 대해 오만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 게드 또한 자신이 누구보다도 뛰어난 능력을 가진 자라는 오만함을 갖고 있다. 그런 오만과 과시하고픈 마음이 그를 현명한 스승 오지언으로부터 떼어냈을 뿐 아니라 그림자를 풀어 놓게 만든 행동으로 이끈 것이다. 말하자면 그는 자신의 오만함을 인식하지 못하지만 그러한 성향을 벽옥으로부터 보고 분노하는 것이다. 성서의 비유를 들자면 ‘남의 눈의 티끌은 보면서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게드는 그림자를 본격적으로 풀어놓기 전에 이미 한 번 그 존재와 마주친 적이 있다. 그가 아직 모르는 마법을 해 보라는 부추김을 받고 스승의 책을 훔쳐 보던 때였다. 이 역시 무언가 대단한 능력을 갖고 싶다는 그의 과욕이 부른 화였다.

자신의 힘을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한 게드는 그 대가로 그림자의 추격을 받게 된다. 뒤에 얘기하겠지만 이 세계에서는 사람이나 사물의 진짜 이름을 안다는 것은 곧 그 존재에 대해 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그림자는 게드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이 사실은 게드를 더한층 두렵게 한다.

이 알 수 없는 존재이면서, 또한 게드의 이름을 알고 있을 정도로 수상쩍은 친밀함을 보이는 ‘그림자’는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인가? 사실 우리는 우리의 마음속 밑바닥에는 우리가 보고 싶어하지 않고, 알고 싶어하지 않는 어두운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때때로 그것은 그저 어리석고 유치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종종 사악하고 잔인한 부분이기도 하다. 심리학자 융(C. G. Jung, 1879~1961)은 의식에 의해 억압된 이 어두운 부분을 적절하게도 ‘그림자’라고 불렀다. 물론 게드를 쫓는 그림자를 이 심리학적 ‘그림자’에 국한하여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 개념은 그림자의 정체를 이해하는 데 틀림없이 도움을 준다.

 M. C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1898~1972)

서클 리미트4 Circle Limit IV , 1960

목판화woodcut in black and ocre, printed from 2 blocks

 

에셔의 이 재미있는 작품에서 우리는 인간 마음의 지형도 같은 것을 보게 된다. 이 그림은 어두운 부분을 주로 보는가, 밝은 부분을 주로 보는가에 따라 악마로도, 천사로도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마음에서 의식이 허용하는 부분, 의식이 인정할 수 있는 부분만 보려 하지만 보지 않는다고 해서 어두운 부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게드는 자신의 오만함을 벽옥에게 전가시키고는 자신의 어두운 부분에 대해서는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세계의 균열을 가져왔다. 이 마음속의 어두운 부분은 이렇게 우리가 억누르고 감추면 다른 경로로 돌아와 우리의 뒤통수를 친다. 그러므로 그림자에 쫓기던 게드가 반대로 그림자를 쫓고, 그것과 맞서고 마침내 그림자를 불러 들여 자신의 어두운 부분까지도 인정하고, 다스릴 수 있는 온전한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소설의 결말 부분은 매우 적절하다고 할 수 있겠다.

 

악마의 묘약
E.T.A. 호프만 지음, 박계수 옮김/황금가지

이러한 그림자, 혹은 ‘나쁜 반쪽’의 문제를 탁월하게 다룬 작품으로는 E.T.A 호프만(1776~1822)의 ‘악마의 묘약’이 있다. 여기서의 그림자, 나쁜 반쪽은 괴물이나 알 수 없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으로 나타나지만 그럼으로 해서 더한층 알 수 없고 우울한 분위기가 흐른다. 여기서도 ‘천사 같은’ 메다르두스 수도사를 악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발단은 자신의 열정적인 설교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 그로 인해 자신은 이미 성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 데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경건한 하느님의 대변자라고 굳게 믿고 있었지만 사실은 다른 모든 수도사들을 능가하는 존재라는 오만함이 이미 그의 마음을 좀먹고 있었던 것이다.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 오만함이란 얼마나 피해가기 어려운 것인지!

 

페터 슐레밀의 신기한 이야기
아델베르트 샤미소 지음, 오용록 옮김/이유

이런 소설들과는 조금 방향이 다르지만 역시 흥미로운 방식으로 그림자를 다룬 소설이 있다. 이것은 그림자가 그 사람의 영혼이라는 오래된 믿음과 관계가 있다.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Adelbert von Chamisso(1781~1838)의 ‘페터 슐레밀의 기이한 이야기’라는 소설인데 여기서 가난한 주인공 페터는 금화가 끝없이 나오는 주머니를 받고 자신의 그림자를 팔아버린다. 그는 무한한 양의 황금을 차지했지만 행복한 삶은 그에게서 영원히 멀어져 버린다. 악마에게 영혼을 판다는 이야기는 많지만 여기선 그 영혼이 그림자로 나타난다는 것이 흥미롭다. 그러므로, 그림자는 단순히 나쁜 것, 없애버려야 할 것만은 아닌 것이다. 자신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자신이 진실로 어떤 존재인지를 아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고 이 책들은 말하고 있다.

 

아투안의 무덤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지연, 최준영 옮김/황금가지

어스시 시리즈의 두번째 책 ‘아투안의 무덤’에서는 어둠의 정령들에게 바쳐진 소녀, 테나가 주인공이다. 빛이 들어올 수 없는 지하 미로에 갇힌 이 존재들은 원형적인 악의 존재들이다. 인간이 다루기에는 너무 오래되고 강력한 악. 그래서 게드는 단지 테나를 데리고 그곳을 탈출할 수 있을 뿐이다. 소녀의 원래 이름은 테나이지만 무덤의 대무녀가 되면서 이름을 그녀는 빼앗기고 ‘삼켜진 자’라는 뜻의 ‘아르하’라고 불릴 뿐이다. 이 세계에서 이름은 단지 정체성을 나타내는 표지일 뿐 아니라 정체성 그 자체이기 때문에 이름을 빼앗는다는 것은 인간성 자체를 빼앗는다는 것이 된다.

 

이름의 힘

게드가 로크 섬에서 배우는 마법의 핵심은 이름 외우기, 이름 알아내기이다. 사물이나 인간, 동물의 진짜 이름을 알고 그 이름을 쓸 수 있는 힘이 있으면 이름으로써 존재에게 힘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을 읽고 내게 처음 떠오른 생각은 프레이저(James George Frazer)의 ‘황금 가지’에서 읽었던 것이었다. 예로 든 원시 부족 중 하나는 이름에 그 사람의 영혼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여 본명을 쓰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자신의 진짜 이름은 아무도 모르게 숨겨 두고 평시에는 다른 이름을 부른다는데, 이 어스시 세계의 사람들이 바로 그렇다. 게드는 평소 ‘새매’라는 이름을 쓰고 게드의 친구 에스타리올은 ‘들콩’이라 불리고… 뭐 이런 식이다.

 

영웅과 어머니 원형
C. G.융 지음, 한국융연구원 C.G. 융 저작 번역위원회 옮김/솔출판사

이름에 대한 이런 생각은 사실 아주 오래되고 거의 전 문화권에 퍼져 있는 것이다. 융의 ‘영웅과 어머니 원형’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보자.

 

명명 행위는 세례와 마찬가지로 인격의 창조를 위해서 엄청나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옛날부터 이름에는 마술적인 위력이 있는 것으로 믿어져 왔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비밀스러운 이름을 안다는 것은 그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중략) 그러므로 이름을 준다는 것은 힘을 준다는 것, 특정한 인격이나 혼을 부여하는 것이다.

 

어스시 세계의 이름은 정확히 이런 의미를 갖고 있다. 사실은 우리에게도 이런 생각은 그리 낯선 것이 아니다. 예전에 우리 조상들도 본명이 함부로 불리는 것을 꺼려하여 자나 호, 아명과 같은 다른 이름들을 썼다. 어린 아이에게 닥칠 화를 예방하려고 천한 이름을 일부러 붙여 주기도 했다. 지금도 새로 태어난 아기에게 이름을 주는 것은 부모들을 많이 고민하도록 만드는 문제이다. 서양인들이 아기에게 성인들의 이름을 따서 붙여주는 것은 그 성인의 가호와 함께, 그 이름이 가진 힘을 아이에게 부여해주기 위함이다.

어스시에서 진짜 이름이 ‘용들이 쓰는 태곳적 언어’로 되어 있다는 설명에서는 식물이나 동물의 학명이 생각났다. 우리가 보통 때 부르는 이름들과 달리 이 전문적인 이름들은 어느 나라의 학자들에게도 바로 그 생물을 나타내 준다.

그리고 지금 인터넷의 가상 세계에서 바로 이름은 그런 식으로 쓰인다. 본명은 ‘개인정보보호’의 방패로 싸여 뒤로 감춰지고 아이디를 써야 하며, 더 나아가서는 제 2의 이름이 된 아이디 대신 별명이 쓰이기도 한다. 가상 세계에서 우리는 본명을 이중 삼중의 방패로 가려 두고자 한다. 사실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이름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주민등록번호인데,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이루어진 하나의 쌍은 정확히 그 사람을 나타내주는 좌표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 웹 세상의 ‘마법사’들은 우리가 숨겨두고자 하는 아이덴티티들을 곧잘 찾아내어 사용한다, 주로 나쁜 방법으로. 이름+주민등록번호를 다른 사람으로부터 ‘훔쳐낼 수 있다면’ 이 가상 세계에서는 그 사람으로 ‘변신’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사실상 이름뿐 아니라 언어 자체가 지극히 자의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수천년, 혹은 그 이상 언어를 써 오면서 언어가 지시하는 바(기의)와 언어(기표)는 너무나 밀접하게 우리 머릿속에서, 마음속에서 연결되어 있어서 자의적인 음절일 뿐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마치 사물의 이름이 그 사물 자체인 것처럼 생각되는 것이다. 장미는 장미가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불려도 여전히 향기롭다고 하지만 장미가 ‘쓰레기’라고 불려도 과연 그럴지는 의심스럽다. 언어의 진짜 힘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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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1 밀리언셀러 클럽 51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때때로 휴대전화가 무척 성가신 물건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공포심까지는 갖지 않았더랬다(전자파의 위험 어쩌고 하는 얘기는 많이 들었어도 말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첫 장, 이유 없는 폭력으로 가득찬 피비린내나는 문장들은 이 작은 문명의 이기에 대해서 공포심을 갖도록 만든다.

책 첫머리의 헌사를 통해 이것이 일종의 좀비물일 거라는 예상이 가능했다. 얼마 전에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를 읽기도 한 터이므로 어느 정도 어떤 분위기의 소설일지 감을 잡았던 것이다, 사실 나는 이른바 좀비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인간에 대해 큰 기대를 갖지 않는 것이 사실이지만 어쨌든 나의 종족이 그렇게 이질적인 존재로 변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불쾌감을 일으키니까 말이다.

초반의 미친 듯한 폭력의 광시곡이 끝나고 나면, 그러나 소설은 비교적 평온히 진행된다. 아마도 이 새로운 인류가 좀비처럼 되살아난 시체도, 흡혈귀처럼 불사의 존재도 아닌 어쨌든 인간의 육체를 갖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소설은 이들이 과연 어떠한 존재이고 어떻게 변해 가는가 하는 문제와 아들을 구원하기 위해 여행을 계속하는 클레이 일행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문명의 끝에 다다른 사람들의 삶을 그려낸다. 다소 뻔한 스토리일 수 있는 이 소설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반복되는 '에케 호모Ecce Homo'의 꿈 모티브이다. 신약의 예수 수난 스토리에서 따온 이 장면은 주인공 일행,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들의 꿈 속에서 되풀이된다. 왜 하필 이 장면, 그리고 이어지는 처형이 중요한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아마도 예수의 죽음이 특히 서구인들을 기원전과 기원후의 인간들로 나눠 놓은 것처럼 이들의 처형이 펄스 이전과 이후를 나누는 사건이 될 것이라는 점 때문인 듯 하다. 그래서, 이들이 그 정해진 운명을 폭력적인 방법으로 피해 버렸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작가는 바이러스 때문에 새로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해 놓았는데, 그것은 바로 이 운명의 회피에 의해서 더 확고해진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매듭지어지지 않고 끝난 마지막 장면에서, 아마 조니는 그의 옛 영혼을 되찾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소설은 킹의 작품에서 기대되는 재미 면에서는 만족할 만 하지만 그의 작품 중 뛰어난 수준이라고는 하지 못하겠다. 소재 자체의 제약 때문인지는 몰라도 인물들은 다소 평면적이고 심리적 긴장감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내게 이 소설은 매드슨의 작품 외에도 아서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을 연상시켰는데, 집단 공동 의식을 지닌 신인류의 출현이라는 점이 유사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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