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장점은 일단 재미있게 읽힌다는 것이다. 속도감 넘치는 스토리는 빠른 독서를 보장해 준다. 우주 개척을 위한 전쟁이라는 스페이스 오페라적 설정은 새로울 것이 없지만 그런 익숙한 요소를 유전공학 기술과 결합시켜 노화와 죽음에 대한 공포라는 인간의 약점을 건드리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인생의 황혼기에 수퍼 히어로적인 육체를 얻고 이제까지의 인생과는 전혀 다른, 외계인들과의 전쟁이라는 삶으로 뛰어든 노인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단순히 흥미로운 이야기로서 뿐 아니라 인생의 의미를 반추해 볼 수 있는 이야기로서도 매력을 갖출 수 있었으리라고 보지만 좀 아쉽게도 이 책은 흥미의 면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말하자면 이 소설은 논란의 대상이자 사유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잔뜩 갖추고 있으면서도 대부분의 관념들을 슬쩍 스쳐 지나가면서 스펙터클에 힘을 쏟는다. 물론 재미있는 책은 재미 없는 책보다 훨씬 좋다. 그러나 전쟁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던 주인공 존 페리가 제2의 삶으로 군인을 선택하고 외계인이긴 하지만 지성적인 생명체들을 죽이는 일을 하면서 겪는 심리적 갈등이(물론 그는 코반두 인들과의 전쟁에서 심각한 자괴감을 겪기는 하지만 곧 별 일 없이 회복된다) 이렇게 쥐꼬리만하다는 것은 개연성의 측면에서도 심각한 결함이 아닌가 싶다. 폭력보다는 오래 걸리더라도 외교적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벤더(이런 행동이 오랜 세월 정치인으로서의 경력이 가져온 일종의 관성 같은 것에 불과하다 할지라도)의 시도를 결국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대목에서는 불편함이 느껴진다. 인간 복제와 유전적 조작이라는 윤리적으로 극히 민감한 문제들 역시 그런 식으로 처리된다. ‘우주의 적들과 싸우는 데 필요하기 때문에’ 그 모든 일들은 허용된다. 한편으로 인생의 끝에 가까워지면서 선택한 군인으로서의 ‘그 이후의 삶’은 내세의 은유처럼도 느껴진다. 생사를 넘나드는 격렬한 전투들을 치러야 하는 좀 이상한 내세이긴 하지만 말이다. 현대인들이 천국을 ‘신의 현존을 느끼는 곳’이라기보다는 ‘사랑하는(먼저 떠난) 사람들과의 재회가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기대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페리는 구원의 여인이자 죽은 아내 캐시의 재림인 제인을 만나게 되고 결말은 이들의 결합을 암시하고 있다. 이 결말은 아무리 끔찍한 일들을 겪더라도 결국 가정이 회복되고 가족 간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마무리되는 할리우드식의 해피 엔딩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인생이 어디 그렇게 간단하던가? 더구나 이것이 두번째 인생이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극심한 왜곡을 겪은 다음인데? 이러한 깊이의 부족 때문에 재미있긴 하지만 훌륭한 작품이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