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카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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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나 책에 대해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이 책 제목과 저자 소개 정도만 읽고 덥석 집어 든 책이다. 이스라엘 출신이라는, 저자의 흔치 않은(우리나라에서 덜 소개되었으니) 배경 때문에 호기심이 생겼던 거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설에 특별히 ‘이스라엘적인’ 것은 별로 없다. 인생의 보편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을 뿐.
‘나의 미카엘’ 이라는, 사랑이 듬뿍 느껴지는 제목처럼 소설의 시작은 사뭇 달콤하다. 우연적이고 운명적인 첫 만남, 서툴지만 서로에 대한 호감을 표시하는 연인들, 급속도로 발전하는 관계, 그리고 결혼. 하지만 달콤함은 거기까지이고 이후에는 건조하고 피곤한 현실이 펼쳐진다. 이 사랑이 행복할 리 없다는 것을 예감한 것은 여주인공 한나의 하숙집 주인이 말했듯이 결혼을 앞둔 한나가 악몽에 시달리는 장면에서였다. 이것은 프로이트가 자신의 책(정신분석 입문)에서 든 하나의 예, 즉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신부가 길 건너편에서 신랑을 보고는 자신의 동생에게 “저기 B씨가 있어!”라고 소리쳤다는 이야기처럼 불행의 냄새를 강하게 풍겼던 것이다.
그리고 이후 이어지는 문학도였던 한나와 지질학자 미카엘의 10년에 걸친 결혼 생활은 채워 지지 않는 욕구로 괴로워하는 한나와 그녀를 지켜보면서 겉으로는 초연해 보이지만 내부에서 무언가가 무너지고 있는 미카엘의 괴로운 소모전 같은 것이 된다. 저자는 한나의 독백을 통해 이 남루한 일상과 그녀의 내면-주로 꿈으로 표현되는데-에서 들끓는 욕망을 건조한 문체로 묘사하는데 이러한 일상은 우리에게도 낯선 것이 아니어서 넌더리가 나는 동시에 기묘한 전율을 느끼게 한다. 그들이 사랑해서 결혼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결혼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들, 즉 경제적인 문제, 결혼으로 얻은 새로운 가족들과의 관계, 임신과 육아의 문제들은 한나에게 한없이 무거운 짐이 되어 점점 더 견딜 수 없는 것이 되어 간다. 반면 ‘실제적인’ 것들과 씨름해야 하는 과학도이자 아버지와 고모들로부터 지적 성취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면서 자라 자신의 의무에 언제나 충실하고자 하는 미카엘은 한나를 거의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다른 것들을 참아 넘기듯이 그녀 역시 ‘참아 넘기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결혼 생활이 주는 충격은 무감각해 보이는 미카엘에게도 파괴적인 영향을 미쳐 결국은 그녀를 배신하도록 만들고 만다.
그리하여 소설은 현실과 이상이라는, 우리가 언제나 타협해야만 하는 우리 인생의 두 요소가 충돌하는 현장을 결혼 생활을 통해 그려 낸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이 날카로운 대립은 존재하고 있을 터이므로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는 착잡함은 바로 우리 인생의 착잡함에 다름 아니다. 말하자면 우리는 한나를 비난하기만 할 수도, 그렇다고 미카엘을 두둔하기만 할 수도 없다. 아마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들에게,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연민의 시선을 보내는 일 뿐일지도 모른다.
소설에서 가장 기억에 남아 있는 장면은 한나가 미카엘의 논문을 읽고서 그 ‘건조한’ 문체를 칭찬하자 미카엘이 자신은 과학자이기 때문에 그렇게 쓸 수 밖에 없다고 변명하는 부분이다. 아름다운 글은 무언가 기름지고 미사여구로 흘러 넘쳐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렇게 말했으리라. 그리하여 칭찬은 오해되고 비난의 말이 된다. 언어의 한계와 서로에 대한 몰이해의 비극이다. 그러나 어쨌든, 이 책의 문체는 건조하며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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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ier Tortue 2012-02-16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마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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