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게임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전작 <바람의 그림자>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주저 없이 집어 든 책이다. 전작과 비교하자면 <바람의 그림자> 쪽이 좀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그 작품은 심각한 가운데도 따뜻함과 유머러스함이 적절히 스며 있었는데 이번 책에서는 그런 면이 줄어들었기 때문인 듯도 하다. 게다가 작가가 주인공이라는 것,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비밀의 과거를 간직한 저택이 등장하는 것까지 같아서 신선함이 좀 덜해진 듯도 하고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재미 없다거나(책장을 빨리 넘기게 하는 흡인력은 여전하다) 형편 없는 작품이라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악마와의 거래를 다룬 파우스트적인 소설인 듯 보였지만 대미에 가서 꿈과 현실, 현재와 과거가 기묘하게 뒤섞이면서 이제껏 읽어 온 내용을 복기하게 하는 것은 역시 범상치 않은 솜씨다.
또한 저자는 여기서 작가와 편집인, 독자의 관계를 매우 신랄하게 그려 보인다. 어쩌면 글 쓰는 사람의 숙명이랄 수도 있는 관계들 말이다. 혼자 간직할 것이 아니라면 글은 어차피 독자를 가정하고 쓰일 수밖에 없고(우리는 심지어 일기를 쓸 때조차 누군가 그것을 읽게 되는 상황을 생각하게 된다!) 더욱 많은 독자를 원한다면 더욱 많이 타협하게 된다. 쓰고자 하는 것과 쓸 수 있는 것 사이의 이러한 긴장 관계는 작가의 커다란 두통거리이고 그런 긴장이 한계까지 다다른 상황에서 작가라면 누구나 꿈꾸는 것, 즉 인간의 삶 자체를 바꿀 수 있을 만한 작품을 쓴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유혹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간을 밑바닥부터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종교라고 부를 만한 어떤 것이어야 한다는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종교에 대한 코렐리의 차가운-거의 경멸적인-논평을 듣는 것은 이 책의 또 다른 재미 중 하나이다. 만일 종교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 논평들만으로도 코렐리를 악마라고 선언하고 싶어질 것이다.
<바람의 그림자>에서도 그랬지만 이 책에서도 바르셀로나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내가 본 봄의 바르셀로나에는 음침한 구석이라곤 없어 보였지만 여기서는 음울하고 비밀에 가득 찬 바르셀로나를 만나게 된다. 채색 타일로 예쁘게 단장된 가우디의 구엘 공원 조차도 사람들에게 외면당한 주거 단지라는 원래의 운명과 맞물려 황량하고 쓸쓸한 곳으로 묘사된다. <바람의 그림자>의 독자들은 그 책보다 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에서 ‘잊혀진 책들의 묘지’를 다시 만나고 주인공 다니엘 셈페레의 부모와 할아버지를 만나는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 ‘셈페레와 아들’ 서점은 어둡고 비밀스러운 이 책의 바르셀로나에서 유일하게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번역에 대한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매우 어색하고 이해가 어려운 문장들이 섞여 있어서 읽기에 짜증스러웠다. 베스트셀러를 얼른 내고 싶은 마음에 서두른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역자의 무성의라고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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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ssot T-Wave 2012-02-16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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