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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 ㅣ 현대지성신서 1
G.F. 영 지음, 이길상 옮김 / 현대지성사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피렌체는 '꽃의 도시'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단순히 이 도시가 아름답기때문만이 아니라, 바로 '르네상스의 꽃'이라는 의미에서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리고 이 도시를 위대한 시대의 '꽃'이게 한 주인공들은 바로 수많은 천재들이었다. 기베르티, 브루넬레스키, 레오나르도,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갈릴레이, 단테, 그리고 아메리고 베스푸치에 이르기까지.
유서깊은 피렌체는 걸어서 다녀도 끝에서 끝까지 3,40분이면 족한 아주 작은 지역이다. 이 좁은 도시에, 그것도 1,2백년 사이에 등장한 이 모든 천재들이라니.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 가지 원인은, 그들이 훌륭한 정원사, 메디치 가문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 은행가 가문은 엄청난 부를 축적하여 나중에는 한 나라를 다스리는 대공이 되고, 두 명의 교황을 배출하고, 유럽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문가가 된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성공보다도 더 우리의 눈을 끄는 것은, 그들이 얼마나 훌륭한 안목을 가지고 수많은 예술가들을 후원했는가 하는 것이다. 실제로 메디치 가문의 집무실로 쓰이다가 지금은 미술관이 된 팔라초 우피치에 가 보면, 원래 한 가문의 콜렉션이었던 작품들이 그 질에 있어서나 규모에 있어서 유럽 어느 나라의 박물관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
이 책은 이 위대한 가문의 이야기를 가계별로 시간의 흐름을 따라서 시작부터 최후의 한 사람의 생애에 이르기까지 풀어놓고 있다. 그리고 각 시기의 유럽의 정세, 그들이 후원했던 미술가들, 그들의 작품에 대한 비평, 그리고 말할 것도 없이 굴곡 많은 피렌체의 역사를 함께 언급하고 있어 역사와 미술사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독서 경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피렌체를 방문할 분들에게도 더없이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다.
또한 이 책은 돈 많은 사람들에게도 훌륭한 참고서가 될 듯 한데, 바로 돈 쓰는 일의 정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로렌초 일 마니피코가 예술가들과 학자들을 지원하고 도서관 장서를 채우는 일에 돈을 아낌없이 쓰는 것을 볼 때, 과연 부자의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가를 똑똑히 알게 되기 때문이다.
좋은 책이지만 가끔씩 번역이 어색한 부분이 있는 점, 그리고 참고 문헌이나 색인이 되어 있지 않고, 저자 소개도 없는 점 등은 출판사의 무성의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