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전집 5 : 셜록 홈즈의 사건 (양장) 시간과공간사 셜록 홈즈 전집 5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정태원 옮김 / 시간과공간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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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난 해부터 갑자기 셜록 홈즈 열풍이 불기 시작해 코난 도일의 작품을 완역본으로 읽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 문학 사상 가장 유명한 탐정은 내게 어린 시절을 일깨워 주는 코드 중 하나이다. 어린이용 문고본 책들로 홈즈의 이야기들을 탐독했던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사건 기록 형식으로 여러 편의 단편을 담고 있다. 어릴 때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르는 작품도 있고 새롭게 소개된 것도 있다. 모두 다 홈즈 특유의 스타일을 보여 주며 친구 왓슨 박사의 활약도 흥미롭다.

그러나 역시, 현대의 복잡다단한 사건들, 그리고 훨씬 다층적인 추리물들을 읽어 온 독자들에겐 '단순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작가 답게 범죄를 다루면서도 낙관적인 세계관이 나타나며, 선악 구분이 뚜렷하다(특히, 외모에서부터 악함이 드러나는 인물들의 반복되는 묘사는 좀 우스울 정도이다.). 물론 이런 명징한 세계야말로 어린 시절을 더욱 떠오르게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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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필립 K. 딕의 SF걸작선 1
필립 K. 딕 외 지음, 이지선 옮김 / 집사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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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SF 작품집 속에 들어 있던 '두번째 변종'을 통해서였다. 여러 출중한 작품들 속에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그 작품은 돋보였고, 이후 내가 좋아하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자임을 알게 되면서 이 소설가의 작품을 더 읽고 싶어졌었다.

이 단편소설집은 K. 딕이 천착하는 문제들, 즉 인조인간과 기계문명, 시간역전과 기억의 문제들에 대한 짧지만 매우 인상적인 작품들을 담고 있다. 표제작인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영화화됨으로써 사람들 귀에 익숙해졌지만 이 책의 백미는 첫번째로 실려 있는 '스위블'이 아닌가 싶다. 미래와 현재의 접점에서 일어나는 이 소설은 '두번째 변종'이 내게 던져 주었던, 등뼈를 얼음으로 훑어내리는 듯한 섬뜩함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기계의 인간 지배라는 주제는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여기선 그것이 드러나는 놀라운 방법과 다가올 파국을 막을 수 없다는 절망감이 합쳐져 상당히 충격적이다. 획일화된 사고로 유지되는 평화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도 아울러 던져 준다.

파국적인 전쟁후 폐허 속에 살면서 과거의 세상을 생각나게 해주는 인형놀이에만 몰두하는 사람들을 그린 '퍼키 팻의 전성시대'의 미래상 역시 암담하긴 마찬가지이다. 잃어버린 세계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형들의 삶 역시 직선을 그리며 진행된다는 것이야말로 견디기 힘든 일일 것이다.

그 외, '고소공포증에 시달리는 사나이', '마이너리티 리포트', '물거미'등의 작품에서는 미래를 미리 안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또 가능하다면 안다는 사실이 미래에 미칠 영향은 어떠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SF 팬이라면 '물거미'에 등장하는 실재 작가들을 만나 보는 것도 꽤 흥미로울 것이다.

필립 K. 딕의 미래세계는 묵시적인 암울함으로 가득하다. 이것은 어쩌면 경고인지도 모르겠다. 편리함을 위하여 희생시킨 모든 것들이 언젠가는 우리의 복수자가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복제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가 더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닌 지금에 와서는 더욱 그렇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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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진자 1 - 개정판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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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면서 세상 사는 일이 뻔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유리단지처럼 훤히 보인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휘황함이 사라진 세계에 실망할 때쯤 이런 책을 읽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비밀이나 음모 등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음모 이론에 깊숙이 끌려들어가는 이유는 바로 삶의 심상함에 지쳐 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의 주인공들, 벨보, 디오탈레비, 그리고 까소봉 역시 허황된 비밀들에 천착하는 '귀신떨거지들'의 원고 속에서 지루함을 느끼다가'너희들이 원하는 게 이거냐?'하는 식으로 자신들 스스로의 '계획'을 만들어내는 일에 몰두하게 된다. 장난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그들은 역사적 사실들과 사료들을 엮어 내어 자신들의 이론에 꿰맞추는 작업에 점점 빠져들게 되고, 급기야는 스스로도 그것을 반쯤은(혹은 그 이상) 믿게 되고 만다.

문제는 세상이 바로 그것을 원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미 싹트고 있던 것에 그들은 물을 뿌리고 거름을 준 셈이 되었다. 비밀, 음모, 계획에 목말라있던 사람들은 곧 그것을 '진짜'로 믿게 되고, 자신들이 만든 계획이 결국 스스로의 덫이 되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비밀이 스스로 존재하게 되고 만 것이다.

음모이론에 맞추어 역사를 재구성하는 와중에 우리는 에코가 펼쳐 놓은 역사적 사실들과 인물들, 문헌들의 촘촘한 망 속에서 상당히 '난해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유럽 역사와 연금술, 비학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면 그런 느낌은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책은 사실 선뜻 권해 주기 어려운 책이기도 하다. 잘못하면 '무슨 그런 책이 있냐,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원망을 듣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분야의 새로운 지식에 흥미를 느끼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역사와 비학에 대한 책들을 찾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이 책이 초판 나왔을 때 읽고, 한 번 더 읽어야겠다고 생각만 하다가 이제 다시 개정판으로 읽게 되었다. 하드커버로 된 제본은 좋은데 '개정판'이란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많은 오자들이 눈에 거슬렸다. 제대로 교정을 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영문판에서의 중역이란 점도 여전히 좀 불만스럽다. 역자 이윤기 씨의 어려운 한자 어 사용 역시 책의 난해함에 또 하나의 난해함을 더한 듯한 느낌이고(한자에 약한 나 같은 사람에겐 더욱 더...) 남자는 반말, 여자는 꼬박꼬박 존대말인 점도 마음에 안 든다.

덧붙여서, 이 책의 관념들에 흥미를 느낀 독자분들께는 보르헤스의 소설집 <픽션들>에 들어 있는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떼르띠우스'를 읽어 보시라고 권해 드린다. 세 권에 이르는 <푸코의 진자>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적은 분량이나 이 소설의 씨앗이 될 만한 요소들을 남김 없이 갖춘 작품이며, 난해하기로도 에코를 능가한다. 이 작품이야말로 에코가 <푸코의 진자>를 쓰도록 만든 작품일 것이라고 나는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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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모스와 하르모니아의 결혼 - 20세기 관점에서 새롭게 쓴 그리스 신화
로베르토 칼라소 지음, 이현경 옮김 / 동연출판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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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룬 책들은 아주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책들이 불핀치 등 몇몇 작가들의 신화 서술을 토대로 하고 있어 알려진 이야기들만이 되풀이 될 뿐이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새롭다. 저자의 엄청난 박식에 기가 질리기도 하지만 신화의 자유로움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진행되는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사실들을 알게 된다.

칼라소는 신화를 하나의 정전으로 파악하기를 거부한다. 대신 그는 하나의 이야기가 어떻게 여러 가지로 변형되어 나타나는가에 주목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아리아드네라는 한 여인의 운명이 어떤 식으로 이렇게, 혹은 저렇게 서술되는지를 보게 된다. 이것은 하나의 이야기가 여러 사람들에 의해 공유될 때의 자연스런 귀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신화 속 이야기만을 들려 주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아는 이야기들에 대한 분석적 내용이 더 많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 관계로, 신화를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지 않으면 수많은 이름들 틈에서 미아가 될 수도 있다. 또한 때때로 매우 시적이고 암시적인 서술로 인해 이해가 쉬운 책도 아니다. 그러나 신화의 이해를 넓히고 싶은 분들께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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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로부터의 수기 외 -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덕형.계동준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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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의 걸작들은 참으로 여러 출판사에서 만날 수 있었지만 언제나 같은 작품들만 소개되는 것이 불만이었는데 이번에 열린 책들에서 나온 전집은 그런 면에서 참 반가웠다.

이 책은 '죽음의 집의 기록'과 '지하로부터의 수기' 두 편이 함께 묶여 있다. '죽음의 집의 기록'은 도스토예프스키 자신의 시베리아 유형 생활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의 10년 유형(실제로 작가는 4년을 보냈지만)생활의 기록을 통하여 인간과 자유, 귀족과 민중의 문제들을 날카로운 심리적 고찰과 함께 보여 준다.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을 차지하는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그러나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다. 앞의 작품의 유형수가 타의에 의해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있다면 이 작품의 주인공은 스스로에 의해 격리된 인물이다. 이 인물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측은한 것은 현대인이 지닌 '존재론적 질환(르네 지라르의 용어를 빌리자면)'을 고스란히 체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매우 분열적인 질환으로 그는 타인들을 경멸하면서도 그들과 닮고 싶어하고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경멸당할 수밖에 없는 행동을 한다.

그리하여 그가 옛 학교 친구들의 송별회장을 찾아가 벌이는 행동들은 한 편의 비극적인 코미디가 되고 만다. 이 인상적인 해프닝에서 드러나는 것은 바로 우월감과 열등감의 기이한 혼합체로 나타나는 주인공의 비틀린 자아이다. 속물성의 탁월한 형상화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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