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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ㅣ 필립 K. 딕의 SF걸작선 1
필립 K. 딕 외 지음, 이지선 옮김 / 집사재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이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SF 작품집 속에 들어 있던 '두번째 변종'을 통해서였다. 여러 출중한 작품들 속에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그 작품은 돋보였고, 이후 내가 좋아하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자임을 알게 되면서 이 소설가의 작품을 더 읽고 싶어졌었다.
이 단편소설집은 K. 딕이 천착하는 문제들, 즉 인조인간과 기계문명, 시간역전과 기억의 문제들에 대한 짧지만 매우 인상적인 작품들을 담고 있다. 표제작인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영화화됨으로써 사람들 귀에 익숙해졌지만 이 책의 백미는 첫번째로 실려 있는 '스위블'이 아닌가 싶다. 미래와 현재의 접점에서 일어나는 이 소설은 '두번째 변종'이 내게 던져 주었던, 등뼈를 얼음으로 훑어내리는 듯한 섬뜩함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기계의 인간 지배라는 주제는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여기선 그것이 드러나는 놀라운 방법과 다가올 파국을 막을 수 없다는 절망감이 합쳐져 상당히 충격적이다. 획일화된 사고로 유지되는 평화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도 아울러 던져 준다.
파국적인 전쟁후 폐허 속에 살면서 과거의 세상을 생각나게 해주는 인형놀이에만 몰두하는 사람들을 그린 '퍼키 팻의 전성시대'의 미래상 역시 암담하긴 마찬가지이다. 잃어버린 세계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형들의 삶 역시 직선을 그리며 진행된다는 것이야말로 견디기 힘든 일일 것이다.
그 외, '고소공포증에 시달리는 사나이', '마이너리티 리포트', '물거미'등의 작품에서는 미래를 미리 안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또 가능하다면 안다는 사실이 미래에 미칠 영향은 어떠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SF 팬이라면 '물거미'에 등장하는 실재 작가들을 만나 보는 것도 꽤 흥미로울 것이다.
필립 K. 딕의 미래세계는 묵시적인 암울함으로 가득하다. 이것은 어쩌면 경고인지도 모르겠다. 편리함을 위하여 희생시킨 모든 것들이 언젠가는 우리의 복수자가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복제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가 더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닌 지금에 와서는 더욱 그렇게 보인다.